비밀 책장

1분동화

by 이은수

석류는 4학년이 되어 한 층 위 교실로 올라갔다. 아직 삼월엔 익숙하지 않아 이층으로 내려가는 실수가 잦았다. 작년처럼 3학년 3반 앞에서 멈춰 서거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다. 4월 중순에는 4학년 층까지 잘 찾아와 놓고서 반을 잘못 찾아 들어간 적도 다. 석류는 잘못 들어간 교실을 빠져나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제 교실로 들어갔다. 문을 열면 선생님이 해사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교실 뒤편에는 검은색 낮은 책장이 있다. 이달의 추천 문고가 꽂혀 있는데, 선생님이 일찍 오는 날이면 책장은 반짝였다.

"우와, 깨끗해요."
"울 쌤도 청소하시는군요!"

아이들이 웃으며 한 마디씩은 하고 지나갔다. 선생님도 웃으며 받아쳤다.

"나 맨날 일찍 오고 맨날 청소하거든?"

석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책장을 오래 바라봤다. 며칠 뒤, 책장 옆에 하나가 더 놓였다. 원목 책장이었다.

"선생님, 이거 뭐예요?"

체리 로고가 박힌 흰 티셔츠의 소미가 물었다.
"내 거야."

선생님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날 이후 선생님은 가방 대신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 석류는 쉬는 시간마다 책등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느 날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책 한 권을 꺼냈다.

"그거 선생님 거잖아."
소미가 말했다.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웅성거림 속에 석류는 얼어붙었다. 때마침 선생님이 돌아왔고 상황을 묻자 말들이 겹쳐 쏟아졌다. 빠지기도 하고, 덧붙여지기도 하는 말의 형식들.

"그랬구나."

선생님은 책을 들고 선 채로 말했다.

"이거, 내가 초등학교 때 읽던 책이야."

아이들은 선생님의 손에 들린 책을 일제히 올려다봤다. 시선이 모이자 선생님은 손을 찬찬히 낮췄다.

"그날 ‘내 거’라고 한 건, 소중하다는 뜻이었는데. 설명이 부족했네. 미안."

아이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덧붙였다.

"석류도, 소미도 틀린 건 없어. 이번엔 선생님이 잘못한 거야."

석류가 고개를 들었다. 소미도 말없이 석류를 바라봤다.

"선생님 책장 말고 다른 이름 붙일까? 투표하자."

선생님은 말이 끝나자마자 연분홍색 포스트잇을 꺼내 책장 위에 올리고, 칠판으로 가서 아이들에게 책장 이름을 추천받았다.

투표가 끝나고 그 책장의 이름은 '비밀 책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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