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망초 군락 뒤로 샛길이 나 있었다. 설영 누나의 손을 잡고 그 길을 걸었다. 볕이 쏟아지는 길 위로 얕은 바람이 불었고, 몇몇 꽃은 바람결에 줄기가 휘었다. 휜 꽃 송이들은 무리 속에서 더 도드라져 보였다.
“저래 봬도 속이 꽉 차 있대.”
설영 누나가 꽃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왜 저렇게 휘어?”
“바람이니까. 꽃은 그냥 그걸 따라 굽는 거야.”
약한 친구를 건드는 아이들은 하나둘 팼다. 하지만 싸움에서 늘 이기기만 한 건 아니다. 패다가 도리어 내가 얻어 터지는 순간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까 미안할 때도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평생 작고 여린 것들에 마음 쓰기로 했다. 개망초를 건드는 존재가 심술 고약한 인간이었다면 예외 없이 팼을 텐데, 바람이어서 그럴 수 없다. 바람이 나보다 약한지 센지 알 길이 없지만, 닿을 수 없으니 일단 팰 수도 없는 거다.
‘바람이니까.’
바람이 멎은 길목에서, 설영 누나의 목소리가 스친다.
‘꽃은 그냥, 그걸 따라 굽는 거야.’
누나가 여전히 내 손을 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