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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Mar 21. 2022

줄기에게

에세이

어둡고 추운 세상에 파묻혀 살아도 괜찮아. 몸이 조금 굽어지고 손가락이 엉켜버리면 어때. 나는 뿌리니까. 내가 받은 양분이 너를 지탱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없어. 줄기야 너는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렴. 나는 보지 못해도 돼.

“그런데, 줄기야 왜 자꾸 눈물을 흘리는 거야?”


네가 울면 내 오랜 행복이 자꾸 부정되는 것만 같아. 너희는 가끔 물었지. 나의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이 존재했었냐고. 너희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나는 뿌리로서 행복했단다. 나로서의 행복과 뿌리로서의 행복 중, 나는 한 가지를 선택한 것뿐이야.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아. 그러니 내 행복을 의심하지 말고, 너희에게 다가올 행복의 기로를 선택하렴.


 결국, 꽃은 피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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