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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Oct 04. 2022

끝없는 골목

에세이

 골목길에서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본다. 별이 환하게 뜬 하늘을 바라보며 그때의 기억을 쏘아 올렸다. 잔잔한 어둠에 아픔이 군데군데 걸려 있던 시절. 마음으로 새긴 기록도 책으로 남았다. 그때 이외에 모든 기억들도 그 책 속에 담겨 있다. 접힌 페이지 속에 남겨진 메모들을 유심히 읽어본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구나. 이럼에도 잘 살아왔구나. 나에 대해 말할 기회가 생길 때 꼭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있다. 그 사실은 언제나 해명하듯 풀어나가야만 했다. 그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상황에 따라 웃기도, 울기도, 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폈다. 한 번은 상대방의 표정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무언가 잃은 듯한 기분도 들었다.


 항상 긴 골목을 걷고 있는 듯했다. 언젠가 큰길로 이어지는 통로가 나올 것만 같고 그곳으로 가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은 끝없는 골목을 만들었다. 어쩌면 골목이 나를 지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가기도 했다. 여전히 골목을 지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한다. 벽에 묻은 것은 잔잔한 어둠만이 아니라는 것을. 사이사이에 행복했던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자국들이 영영 원래의 모습을 되찾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대로 행복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어둠도 덜 슬플 테니까. 큰길에 가보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좁은 골목 속에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니까. 희미하지만 행복하게 묻은 자국들과 그대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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