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데 아득히 겨울이 들려온다.
지금은 여름인데, 여름 한가운데 서있기 싫어서인지 겨울 소리에 귀기울여본다. 돌아가고 싶은 겨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한 번도 머무르지 않은 겨울에 닿고 싶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 겨울엔 사부작 사부작을 못했다. 겹겹이 쌓인 눈 위에 사부작 사부작 발자국을 내딛는 일.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이 오지 않은 겨울을 그리워하게 만든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사부작 사부작을 했던 과거의 겨울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여름에 앉아 겨울을 기다싶을 뿐이다.
여름 비가 내린다. 추적추적이란 단어를 좋아하지만 그 단어를 쓸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쏟아 부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안녕한지 확인한 뒤에야 안심하고 일을 한다. 사실 이렇게 아빠를 걱정한 지 오래되진 않았다. 이제야 아빠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끔 여름 낮은 너무 밝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밤을 꺼내고 싶은 순간들이 종종 있다. 겨울의 낮은 그 계절의 밤보다 처연하니까. 그래서 내가 겨울로 가고 싶은 건가. 여름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조금 더 품어 두었다가 겨울에 꺼내려 했던 마음들이 새어 나온다. 녹이 슬 때까지 그대로 두었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내가 나를 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름이 만들어낸 공기 안에는 특별한 내 이야기가 없다. 겨울에 닿은들 달라질건 없을 테지만 그래도 겨울이 기다려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슬슬 잠이 온다. 대충 올 여름이 허무해서 겨울만 바라보고 있다는 말을 여러 문장들로 늘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