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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Jan 13. 2024

1분 동화

수하는 자기 전마다 털실을 오려낸다.


그리고 일정한 길이로 잘라낸다.

간혹 오차가 생겨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경우가 있다. 수하는 다른 실들에 비해 길게 잘린 실은 잘라서 모아두었다가 짧은 실에 매달아 줬다. 이것이 수하가 짧게 잘린 실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었다.


그러나 길게 잘린 실들은 수하에게 불만을 가진다. 그 불만은 수하에게 닿지 않는다.

그래서 아슬하게 연결되어 있는 잘린 실을 도로 뺏어 버린다. 


"처음부터 이랬어. 그냥 내가 바로 잡은 거야."

길게 잘린 실이 말했다.

"바로 잡는다는 말이 이런 상황에 쓰이는 거라면

 난 뒤틀리는 게 나아."


짧게 잘린 실은 빼앗긴 실을 힘껏 움켜 잡았다. 그러나 이내 힘을 뺐다. 어차피 내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날밤 수하는 다시 짧아져 있는 실을 발견했다. 고민하던 수하는 펀칭기를 가져와 날짜가 지나 찢어 놓은 일력에 구멍을 냈다. 그리고 그 구멍 안에 짧게 잘린 실을 넣었다. 그 실을 끌어당겨 예쁘게 묶고 매듭을 지었다.


지나간 페이지들은 짧게 잘린 실로 인해 편지가 되었다. 그 편지는 수하가 수하에게 부치는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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