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장 작업이 잡혔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해는 뜨지 않았다.
아침부터 서로의 목소리가 부딪치는 현장에서 배관을 올려야 했다. 그는 몸을 움직였다. 입은 열지 않았다.
"저 친구 일 잘하는데." 누군가 말했다.
지붕 위 작업이라 평소보다 발목이 더 휘청거렸다. 그의 몸에 열기가 올랐다. 잠시 멈추면 땀에 젖은 몸 안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그럴 때면 바람은 더 차가웠다. 그는 계속 움직였다.
작업을 마치고 저녁 식사.
닭볶음탕과 소주가 놓였다.
기름값 이야기.
전쟁 이야기.
현장 이야기.
사람들은 대화를 잔에 채웠다.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왜 술을 안 마시냐?"
그는 오히려 묻고 싶었다.
술을 그렇게 마시고 다음 날 일을 어떻게 할 거냐고.
하지만 멋쩍은 웃음과 함께 답했다.
"술 마시면 다음 날 힘들어서요."
빈 병이 늘어갈수록 사람들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쌀밥과 닭고기를 입에 넣고 씹었다. 커진 목소리가 잔을 깨기 직전 술자리가 끝났다.
그는 숙소로 들어와 씻고 책을 읽었다. 몇 문장 읽자 눈이 감겨왔다. 몇 장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눈을 뜨니 안전화를 신을 시간이었다.
아침부터 술 냄새를 지우듯 사람들은 밥 대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는 밥을 입에 넣었다. 후식으로 나온 꿀떡의 쫀득거리던 달콤함을 입에 머금고 현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믹스커피부터 찾았다.
체조를 마치고 화물차를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오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일정이 틀어졌다. 양중 작업 대신 설치 작업을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그때 누군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일정이 변경되면 말을 해줘야 할 것 아니야! 대화가 중요한 건데."
그는 어제 일을 떠올렸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말 어제 술자리에서 사람들이 여러 번 꺼냈던 말이었다. 그는 그 문장을 기억하고 있었다. 공구를 챙겨 작업을 시작하려 할 때 한 사람의 전화가 울렸다.
뒤늦게 화물차가 도착했다. 다시 양중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배관을 사다리차에 실었다. 땀이 났다. 화물차가 비워져 갈수록, 가슴엔 무언가 채워지고 있었다. 오늘은 해가 떠 있었다. 배관을 모두 올린 뒤 차에서 내려오자 옆에 있던 동료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송장을 받고 뒷정리를 마쳤다.
전화를 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을 때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야! 왜 안 올라와."
같이 작업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지붕으로 향했다.
"대화가 중요하다면서요."
지붕 위는 잠깐 조용해졌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바람이 그의 몸을 스쳤다.
그는 다시 몸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