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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주 Sep 02. 2023

잃어버리면 버릴수록

한국에 돌아온 지도 어느새 두 달이 지나갑니다.


오랜만에 온 안부 연락들이 싫지 않았지요. 행복한 소식도 많이 들었더니 덩달아 행복했답니다. 그들은 한국에 왔으니 얼굴 한 번 보자며 기꺼이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만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분은 말랑말랑 사실 저는 불균형을 좋아하지요.


돌아온 한국에서 저는 여섯 번째 첫 출근을 하였습니다. 삶이 더 나아졌냐 묻는다면 그저 더 끌리는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하렵니다.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이유 없는 선택은 없다는 것을 요새 꽤나 자주 상기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이유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각자의 이유 그러나 어찌 보면 하나로 관통되는 것 같은 이유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본인마저 이해 불가능하다는 점은 과연 신비롭고 진절머리가 나군요.


마음이 분산될까 두렵습니다. 하루는 소풍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또 다른 하루는 너무 힘든 것 같기도 해요. 그럴 때면 요가를 한답니다. 몰아치는 빈야사. 이런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아버리고 말았습니다. 24살의 크리스마스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잠실대교 중간 즈음에서 저는 시꺼먼 물을 멍하니 응시했지요. 깊이 슬퍼했습니다. 그럼에도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그 어디에도 고이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처절하게 혼자 분리되어 있다고 느꼈던 순간은 이제는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집니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음을 느꼈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주관의 작용에 따라 저는 기쁘기도 괴롭기도 영 모르겠기도 한답니다.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요. 저는 몸도 마음도 유연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허무와 순응 사이에서 여전히 방황 중에 있습니다. 가끔은 자극을 몹시 갈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전과 다르게 저는 너무 비참하지도 너무 공허하지도 않습니다. 시시각각 생각에 따라 뭐든 가능하고 뭐든 불가능해지는 것이 저의 세계 그래서 감정의 지속은 더 이상 저의 알 바 아닙니다. 상관없어요. 상관이 없답니다. 저는 다만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계를 느끼고 싶을 뿐이어요. 그러다 보면 그 언젠가 관통하는 깨달음을 느끼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희한합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기대가 생기고 그래서 인생은 어쩌면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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