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오늘은 우리가 사귄 지 50일이 되는 날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글을 적더니 고작 50일 밖에 안된 커플이었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유난이다 유난이야."
"40대 게이가 연애하는 게 쉬운 줄 알아?"
뭐 위기의 주부가 되고픈 나의 친구들은 유난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사실 나와 애인은 기념일을 며칠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고민한 적이 있다. 애인은 나에게 사귀자고 6월 23일에 말했는데 나는 그걸 사귀자는 말로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만나보자는 의미로 이해해서 그냥 그러자고 했다. (이게 수락이라고 애인은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게 사귀자는 말이었다는 걸 25일에 애인과 다시 대화를 하면서 알아차렸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알아차린 날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25일을 기준으로 일자를 세어보면 오늘은 50일이 되는 날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나름 자축의 의미로 쓰이는 글인 것이다. (짝짝짝) 그런데 나는 월요일 저녁부터 체한 상태이다. 이걸 나는 애인에게 말하지 않았고 월요일 저녁에 애인은 나와 같이 먹으려고 10시도 넘은 그 시간에 도로시 쿠케라는 디저트 맛집에서 빵을 6만 원어치나 샀다. (이거 맞아요? 물론 나도 대전에 갔을 때 성심당에서 빵을 3만 원어치 정도 산 적이 있다.) 그래서 어제 애인과 디저트를 같이 먹었다. 그리고 체한 것도 솔직하게 말했다. 역시나 애인은 많이 아프냐고 걱정을 많이 해줬다. 그런 걱정을 하게 해서 나는 속이 상했다.
"아파서 속상해."
"내가 더 속상해."
아픈 나보다 나의 아픔을 더 속상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을 나는 이전에 연애를 하면서 만나본 적이 없다. 대체 예전에 나는 어떤 연애를 했던 것일까? 지금의 애인과 만나며 종종 돌아보고는 한다. 그들이 다 나쁜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나도 좋았던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돌아보고 애인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이켜 보게 만드는 시간들은 이전과는 조금은 다른 연애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는 예전에 잠수이별과 카톡이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 상대방을 나의 루틴에 끼워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내 예측 안에 상대를 두려고 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도 그 불안을 없애려 상대를 내 틀 안에 맞추려는 나의 마음이 어쩌면 이전 연애에서 상대방을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식으로 관계의 종료를 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다. 만남에 예의가 있었다면 과정에도 끝맺음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 적어도 그 정도의 사회적 교양은 가지고 살아야 현대인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나는 애인을 정말 많이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어제 그런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 미안한 마음이 언젠가는 나에 대한 미움으로 또 화로 향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적당히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 게 (드라라마 드라라마 헤이 몬스터 엑스 아닙니다. 몬스타 엑스 DRAMARAMA 많관부!) 대체 사랑은 뭘까? 사탕처럼 달콤하다는 데 하늘을 나는 것 같다는 데 I wanna know know know know What is love? 사랑이 어떤 느낌인지? (One in a million! Twice! what is love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꾸벅 < 네가 왜?)
연애에 있어 적당히 좋아하는 게 나의 오래된 고민이긴 하다. 서로의 일상에 좋은 영향력만 주는 연애란 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그러려고 노력하는 것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려는 노력이 나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 그러니까 사랑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연애라는 관계의 본질은 서로를 향한 또 관계를 향한 노력에 있는 것이다. 도파민 가득한 관계여도 떨리는 나는요 두근두근거려 밤엔 잠도 못 이루는 상태는 몇 개월 후에는 지나가는 것이다. 그 후에는 오래 지속 가능한 사랑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카페 가는 것 여행 가는 것 말고 서로의 삶에 어떤 존재로 있어야 하는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미래를 함께 그려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런 마음이어도 서로를 향한 애정이 없다면 그 고민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애정이 없는데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그런데 그렇다고 솔직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지도? 속내를 숨기고 연애의 단물만 맛보려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온전하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과 연애를 하게 된다고 해도 그건 자연재해 같은 것이라고 인생에 경험치 좀 올린 것이라도 생각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나쁜 사람들은 다 돌려받으면 좋겠다.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은 나쁜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관계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마음이 아닐까?
왜 갑자기 글이 연애 조언으로 빠졌는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당신이 지금 연애를 하면서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면 상대방에게 이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하길 바란다. 50일 동안 나와 애인은 서로에게 아닌 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건 나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연애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서로에게 맞춰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존중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솔직해야만 한다. 지금은 괜찮더라도 관계를 길게 보는 것이라면 시간이 지나 괜찮지 않을 것 같다면 이야기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