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애인과 사귄 지 100일이 되었다. 우리는 주에 3일은 만나는 사이인데 그게 줄어들면 나는 좀 힘들어하는 편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추석 연휴가 살짝 무섭지만 혼자서도 잘 버티는 시간이길 바라고 있다.
애인은 내 생일에 이사를 했고 어제는 애인의 이사한 집에 집구경을 갔다. 생일과 100일이 가까워 애인은 나에게 생일 선물과 100일 선물을 동시에 줬다. 애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실을 만들어서 내게 뭔가를 주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이 뭔지 잘 알지만 슬슬 자제해야 할 시기이다.
지난주에는 애인과 교회 동생 셋이서 포천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애인인 건 참 좋은 일이구나 새삼 느낀 시간이었다. 이동의 제약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디던지 갈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의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 여행은 너무나 좋았고 누적된 피로감을 조금 내려둘 수 있었다.
애인이 이사하기 전에 우리 집과의 거리가 걸어서 20분 정도였다면 이사 후에는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가 되었다. 서로의 집을 알고 서로의 집에 왕래하는 관계를 자주 희망하였는데 그 바람이 이뤄져서 신기하다. 서로의 집주소를 알고 집의 구조를 알고 모양새를 알고 특징을 아는 사이. 사람들이 들으면 뭐 그게 별 거 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동성 연인의 처지란 그렇지가 못하다.
성소수자가 처한 사회적 차별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들은 쉽게 그냥 하면 되지 그런 거 못할 만큼은 아니야 우리 사회 나아졌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편의점에서 애인을 나도 모르게 자기야 라고 부르곤 무슨 죄지은 것도 아닌데 급히 주위를 살피게 되는 것이 동성애자인 나의 처지이다.
이런 처지가 내 삶을 쥐락펴락 하는 기분. 그 처지라는 것이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의해서 기인한다는 것을 적합하게 감각하는 사람들이 귀하게 여겨지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