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여행은
애인은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여행을 간다. 오늘이 여행가기 전에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는데 나는 오늘 선약이 있었고 보기 어려울 수 있었는데 일 끝나자마자 하우스메이트 오토바이를 빌려타고 잠깐이라도 날 보려고 우리집에 왔다. 집에 온 애인은 뭘 바리 바리 싸들고 왔다.
“자기 나 없는 동안에 잘 챙겨먹고 있어.”
유부초밥, 용가리치킨, 얼린 밥, 레모나, 홈런볼, 외국에서 산 맛있는 컵라면, 콜라, 사이다, 핫도그 또 뭐였더라? 황송하다고 해야하나? 나보곤 몇일 못보는데 뭘 그러냐더니 자기는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서는 씻지도 못하고 유부초밥 만들고 용가리치킨 튀겨서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40분 정도 밖에 볼 시간이 없었는데 그거라도 보겠다고 보고나서는 보길 잘했다고 말해주는 애인을 보면서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애인이 나에게 잘하기도 하지만 내가 사람의 귀한 부분을 예전보다 훨씬 더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먼 길을 기꺼이 찾아가 잠시라도 보고픈 마음이 어떤 것인지 나는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가는 시간 대비 보는 시간이 너무 적어 비효율적이라던지 다음이 있는데 굳이 오늘 그래야 하냐는 말은 와닿지 않는다.
나는 애인을 만나면서 사람을 귀하게 대하는 마음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어쩐지 애인과 만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자꾸 위로 받는다. 이런 나로 애인을 만날 수 있어 기쁘고 기쁠 수 있는 나라서 다행인 사람이 된다. 요즘 살면서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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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 비행기로 애인은 보라카이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나던 목요일 새벽 4시에 애인은 나와 카톡을 하다가 갑자기 닭볶음탕을 좋아하냐 묻더니 보고싶다고 하길래 나도 보고싶다고 답하니 문열어 라고 답장이 왔다. 이 새벽에 뭐 이런 장난을 하냐 싶었는데 10초 안에 문을 안열면 간다고 하길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열었는데 아무도 없어서 속았다 생각하고 다시 들어가려니 문 뒤에서 애인이 쨘하고 나타났다. 애인은 직접 만든 닭볶음탕을 들고서 밝게 웃었다.
나는 엄청 큰 뭔가를 받았다 생각했는데 애인은 태연하게 자기 없는 동안 밥 잘 챙겨먹고 있으라고 눈깜빡하면 자기 여행 다녀오니까 걱정말라고 했다. 나는 불안이 높고 애착이 생길수록 그게 사라질까봐 많이 겁내는 사람인데 애인을 만날수록 용기를 내고 싶어진다. 귀찮고 피곤한 일이더라도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애인이 너무 좋고 그 존재 자체로 너무나 귀한 사람이구나 싶다.
연애는 어렵고 겁나고 때로는 도망가고 싶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가진 사랑이 좋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내 안의 사랑이 좋다. 그 사랑이 많아서 좋고 그 사랑을 고스란히 주고픈 이가 존재하여 좋다.
오늘은 무지개연결 활동으로 대전에 왔고 웨이팅을 너무나 싫어하는 나지만 애인이 성심당 빵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로 줄을 서고 빵을 골랐다. 애인이 무사히 여행에서 돌아오면 좋겠고 이번 여행이 애인에게 좋은 시간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