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1

이를테면 사랑같은 것


만약에 내가 사랑을 한다면 그 사람은 소변을 보고 손을 잘 씻는 남자 문이 닫힐 때 다음 사람을 위해 문고리를 잡아주는 남자 나보다 키는 컷으면 좋겠고 밝았으면 좋겠고 웃으면 보조개가 들어가는 남자였으면 안경이 잘어울리는 남자였으면 대답보다는 대화를 할 줄 아는 남자였으면 하고 바랬다. 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운전을 험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예를 들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당연히 감속 운전을 하는 소수자를 비하하지 않는 혹시나 그런 잘못을 했다면 바로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면 했다.


이 글을 적는데 애인이 톡을 보낸다.


"네번째 문단 수정해야 해. 잘못 썻어."


그래 내가 쓰는 글을 읽고서 피드백을 주는 남자. 받는 것만큼 주는 것에도 인색하지 않는 남자. 속이 꽉찬 남자 99.9 사랑도 99.9 이런 노래를 불러도 피식 웃어주는 남자. 내가 드라마를 보다 울면 조용히 나를 안아주는 남자 난 그런 남자가 좋더라. 티셔츠만 입어도 섹시한 남자라고 말하면 쭈뼛거려도 그건 그래라며 인정할 줄 아는 정도의 자존감은 있는 남자.


만약에 내가 그런 남자와 연애를 한다면 지속가능한 연애였으면 하고 바랐다. 물론 그런 남자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이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뭐 어떤가? 꿈은 누구나 꿔볼 수 있는 것 아닐까? 동성결혼법도 차별금지법도 없는 한국에서 남자와 남자가 지속가능한 관계를 이어가려면 보통의 신뢰와 유대감으로는 그러니까 애정만이 아닌 다른 것들도 많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언강생심 꿈이나 꾸는 것이다.


누군가 나는 저런 남자를 사귀고 싶다고 하면 "미안한데 여기 한국이야. 잊었어?" 라는 말이 돌아오기도 한다. 만약에 동성결혼이 가능해지고 차별금지법도 제정되는 그런 한국이 된다면 우리들의 사랑은 조금 더 지속할 가능성이 커질지 궁금하다.


만약에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결혼할 수 있을까?

차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나의 사랑이 이를테면 사랑같은 것의 예시로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