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김의 이머징 마켓 인사이트 | 베트남 편 #0002
VTI 포트폴리오 완성의 승부수, 파리바게뜨 인수로 본 베트남 진출 전략
→ 시장을 뒤흔든 합병 발표
2025년 9월 10일, 베트남 최대 커피 체인 하이랜즈 커피의 모회사 VTI(Viet Thai International)가 링크드인을 통해 중요한 발표를 했다. 한국의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 베트남 사업을 4월부터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베트남 F&B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파리바게뜨는 한국 SPC그룹 소속으로 전 세계 4,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베이커리-카페 체인이다. 베트남에는 2012년 진출해 현재 약 1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주로 호치민시와 하노이의 프리미엄 상권에 집중 배치되어 있다.
VTI의 이번 인수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 베트남 (2012-2025)
13년간 단 9개 매장 운영
2021년까지 28억원 누적 적자 기록
2023년 하노이 법인 청산, 호치민 법인 통합 구조조정
하이랜즈 커피 (VTI 그룹)
전국 855개+ 매장 운영
베트남 커피체인 시장점유율 30% 이상
2025년 4월 파리바게뜨 베트남 인수 완료
이 숫자들이 말해주는 것은 단순하다. 같은 시장, 같은 기간, 완전히 다른 결과다.
VTI 그룹을 1998년 설립한 데이빗 타이(David Thai) 회장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브랜드 확장을 넘어서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현재 VTI 포트폴리오에는 하이랜즈 커피, 포24, 더 커피빈 앤 티 리프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파리바게뜨의 합류로 커피 중심의 대중형 브랜드와 프리미엄 베이커리-카페형 투트랙 체제가 완성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하이랜즈 커피가 현재 855개 매장을 운영하며 베트남 커피 체인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파리바게뜨의 프리미엄 포지셔닝이 결합되면 강력한 교차 판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하이랜즈 커피는 18-24개월 내 IPO를 추진 중이며, 이번 파리바게뜨 합병은 상장을 앞둔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의 핵심이다. 2025년 4월 가동을 시작한 1,930만 달러 규모의 카이맵 로스터리는 연간 7만5천 톤의 커피 생산 능력을 갖춰 공급망 효율성을 크게 개선했다.
VTI의 CFO 팀 셀처(Tim Seltzer)는 "IPO는 끝이 아닌 전략과 성장, 기존 비전을 뒷받침하는 수단"이라며 공급망 표준화, 고객 경험 혁신, 글로벌 기준에 맞는 거버넌스 업그레이드를 3대 IPO 전략 축으로 제시했다.
베트남 F&B 시장은 2025년 약 755조 VND(약 300억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9.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인구 구조와 증가하는 중산층 소득이 주요 성장 동력이며, 2028년까지 연평균 3.4%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베트남은 2040년까지 '황금 인구 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어 F&B 시장의 지속적 성장 기반이 탄탄하다. 외식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는데, 팬데믹 이후 주 3-4회 외식하는 비율이 2023년 17.4%에서 2024년 32.8%로 크게 증가했다.
베트남 커피 시장은 네슬레, 트룽 응우옌, 하이랜즈 커피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인 더 커피하우스, 푹롱 커피 등도 급성장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 VTI의 파리바게뜨 합병은 프리미엄 세그먼트 강화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차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하이랜즈 커피가 대중적 접근성에 강점을 보인다면, 파리바게뜨는 고급 베이커리와 프리미엄 카페 경험을 제공해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VTI는 이미 드라이브스루 매장 도입 등 포맷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파리바게뜨와의 결합으로 번들 상품 개발, 공동 물류 시스템,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오피스 상권, 국제학교, 지하철역 근처에서 브런치 타임 집중 프로모션과 크로스 브랜드 쿠폰 등을 통해 객단가 상승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VTI 시스템 내 크로스셀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이랜즈 앱에서 다른 브랜드 제품을 찾을 수 없는 등 브랜드 간 연계가 아직 미흡해, 통합 마케팅과 운영 효율화가 향후 성공의 핵심 과제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4,000개 매장을 보유한 SPC그룹은 왜 베트남에서 13년간 단 9개 매장에 머물렀을까 ? SPC는 2012년 베트남에 진출해 2021년까지 28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으며, 2023년에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하노이 법인을 청산하고 호치민 법인으로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파리바게뜨의 베트남 정착 실패 원인으로 현지 소비 패턴에 대한 오해를 지적한다. 베트남은 반미(Bánh mì) 등 빵 문화가 발달했지만, 주로 식사 대용으로 소비되며 집 주변 개인 식품점에서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케이크나 디저트 시장도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규모가 크지 않아, 고가의 프리미엄 베이커리에 대한 수요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지 파트너십의 부재였다. SPC는 직접 운영 방식으로 베트남 시장에 접근했지만, 현지 유통망과 소비자 접점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싱가포르에 진출한 파리바게뜨는 12개 매장을 운영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는데, 이는 높은 소득 수준과 서구화된 식문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의 사례는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진출 시 공통적으로 겪는 현지화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3가지 치명적 실수
현지 소비 패턴 오독: 표면적 시장 조사에만 의존
직접 운영 고집: 현지 파트너십 구축 실패
프리미엄 포지셔닝 오판: 가격 민감도 과소평가
글로벌 브랜드 파워와 자본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시장 특성과 소비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고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특히 F&B 업계는 문화적 취향, 가격 민감도, 유통 구조 등 복합적 요소가 성패를 좌우한다. SPC가 동남아 9개국에서 59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확장에 성공했지만 , 유독 베트남에서만 고전한 것은 시장별 차별화된 접근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VTI의 성공은 완벽한 현지화 전략의 결과다:
✅ 4가지 성공 요소
압도적 현지 네트워크: 855개 매장의 유통 파워
운영 효율성: 193억원 로스터리 투자로 공급망 우위
브랜드간 시너지: 커피+베이커리 번들링 전략
문화적 통합력: 27년간 축적된 현지 시장 전문성
다음회에서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 활동하는 현지 전문가들과의 라운드테이블을 준비할 예정이다. 특히 외국인 사업가들의 현지화 성공 사례와 한국 기업들이 놓치기 쉬운 맹점에 대한 심층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문화적 소비 패턴을 어떻게 해독하나?
어떤 파트너십 구조가 가장 효과적인가?
글로벌 브랜드 정체성과 현지 적응 사이의 균형점은?
가격 전략과 상품 현지화의 최적 조합은?
베트남 시장에서 13년간 고전한 SPC와 달리, 3년 만에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현지 기업들의 전략은 무엇일까? 실무진들이 꼭 알아야 할 핵심 포인트들을 도출해 공유하겠다.
한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자본 투입을 넘어서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파리바게뜨 사례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이다.
Behind the Story:
이 글을 작성하면서 VTI 그룹이 링크드인에 올린 공식 발표문을 여러 번 들여다봤습니다. "세계 최고를 베트남으로, 베트남 최고를 세계로"라는 그들의 미션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13년간 단 9개 매장에 머물렀던 파리바게뜨와 855개 매장의 하이랜즈 커피라는 극명한 대조가 현지화의 중요성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Next Episode:
10월 중으로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 vs 외국 기업 현지화 전략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베트남에서 성공한 외국인 사업가, 실패한 한국 기업의 전직 임원, 현지 컨설팅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Q&A:
Q: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현지화 포인트는?
A: 3가지입니다. ①현지 소비 패턴 오독 ②직접 운영 고집 ③가격 민감도 과소평가
Your Voice:
베트남이나 동남아 진출 경험이 있으시거나, 현지화 관련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라운드테이블에서 다뤄보겠습니다!
David Kim from Ho Chi Minh 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