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된 삶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담배... 금연... 약 20년 넘게 저를 떠나지 않던 단어입니다.
평생 함께 할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과 그 예감을 매 순간 강화 시키는 흡연하는 습관. 저는 정말 평생 담배 피우는 삶을 살 줄 알았어요. 그러던 제가 오늘로써 담배를 안 핀지 3년 7개월 9일이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해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담배 피우시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그중에서 담배를 죽을 때까지 열심히 피워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마 없을 거예요. 누구나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 언젠간 피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은 합니다. 행동으로 옮기는 게 힘들 뿐이죠.
혹시나 난 담배를 지금도 맛있게 피우고 있고 죽을 때까지 평생 맛있게 피우다 갈 거라고 확신에 차 있으신 분들은 이 글을 안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그런 분들 보단 담배를 현재는 맛있게 태우지만 언젠간 담배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쓴 글이라 맞지 않을 수 있거든요. 감안하시고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저의 금연 성공기를 전달드리기 전에 금연하니 좋은 점을 몇 가지만 나열해 보겠습니다.
일단 냄새가 나지 않아요. 처음엔 냄새가 나지 않는 제 몸이 어색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냄새가 나지 않는 제 몸이 좋아지더군요. 그러면서 더 좋은 냄새가 났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 뒤로 더 자주 씻고 이왕이면 더 좋은 향이 났으면 하여 진하지 않은 향수도 찍어 바르게 되더군요. 갑자기 웬 향수라고 하실 수도 있겠네요. 그만큼 저의 몸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흡연할 때는 아무래도 그런 노력이 없었어요. 어차피 버린(?) 몸, 깨끗하게 씻을 필요가 크게 없었죠 ㅎㅎ
구석탱이로 가지 않아서 좋아요. 요즘 흡연 장소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구석이나 음지로 가야 하죠. 저도 담배를 피울 땐 항상 구석을 찾았어요. 사람들 없는 곳, 잘 보이지 않는 곳 등을 찾아다녔죠. 담배를 안 피우니 굳이 그런 곳을 찾지 않아서 좋아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없는 곳은 아무래도 더러워요. 담배꽁초, 침, 버려진 깡통과 플라스틱 컵 등이 널브러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죠. 짧지만 그런 곳을 찾아다닌 다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연하고는 그런 곳을 갈 일이 없어져서 좋습니다.
금단 현상이 없어서 좋아요. 담배를 피울 때는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에 한 번 꽂히면 무조건 담배를 피워야 하잖아요? 혹여나 담배를 못 피우는 상황일 땐 금단 현상이 찾아옵니다. 예민해지고 짜증이 나죠. 담배를 안 피우니 담배로 인한 그런 일상에서의 짜증이나 예민해지는 일이 없어서 좋습니다. 삶이 조금 더 편해지고 가벼워졌어요.
스트레스가 오히려 줄었습니다. 담배를 피울 땐, 일이 있을 때마다 담배를 피워요. 일이 생기면 생겼다고 피우고, 일이 마무리되면 마무리되었다고 피웠죠. 스트레스도 비슷한데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좋든 나쁘든 담배를 일단 입에 물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담배를 피우면 당장의 스트레스는 감소되죠. 니코틴이 뇌를 마비시키나 봐요. 당장은 도파민이 나와서 즐거워요. 그러나 정작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부터는 멀어질 수 있죠. 이는 개인 차가 있겠지만, 저는 담배를 안 피우고 나서 제게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오히려 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담배를 피우면서 순간 그 괴로움을 피하려고 하는 시도가 없어졌으니 말이죠.
담배의 절친인 술 또한 멀어졌어요. 저의 경우, 담배를 끊고 나서 약 9개월 뒤에 술도 완전히 안 먹고 있습니다. 술까지 먹지 말라는 말은 아니고요. 저는 정말 자연스럽게 그리고 우연히 술을 안 먹게 되었어요. 담배를 끊고 나니 이런저런 좋은 습관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더군요. 첫 번째 말씀드린 제 몸을 더 아끼게 되는 것과 더불어 운동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어요. 30분 정도 산책을 하거나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뛰었죠. 그렇게 건강한 습관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좋은 습관이 하나둘씩 늘어나니 더 욕심이 생기더군요. 제가 술을 엄청 좋아했거든요. 거의 매일 먹다시피 했으니요. 그런데 술을 먹고 다음 날 아침이면 기분이 안 좋은 데다 한 번씩 담배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덜컥 겁이 났어요. "또 담배를 피우게 되면?" 아찔했어요. 정말 어렵게 끊은 담배를 다시 피울 순 없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술을 줄이게 되었어요. 그러다 어떤 계기로 술을 한 달 정도 먹지 못하는 사정이 생겼고 그 이후로 완전히 끊어 버렸죠.
제가 술과 담배를 즐길 땐 혈압이 높았어요. 저희 집안에 혈압이 있어 20대 중반 이후로 높은 혈압을 유지했죠. 술, 담배를 안 하고 나서는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몸이 가벼워졌고요 더불어 전반적인 기분이나 감정의 기복도 거의 없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멘탈이 매우 안정적이고 건강한 상태가 된 것 같아요. 저를 훨씬 더 아끼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세상을 조금 더 건강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겼어요.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생겨났고요. 요건 정말 비밀인데요. 돈도 담배를 피울 때 보다 많이 벌고 있어요!
더 좋은 것들이 많은데요. 많이 까먹었네요 ㅎ 담배를 안 피운 지 약 6개월 정도 되었을 땐 할 말이 참 많았는데, 이것도 이제 일상이 되어 보니 당시의 감동이 많이 옅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담배는 어떻게 끊었냐고 물으실텐데요. 이 부분을 말씀드리기가 너무 죄송한 게, 정말 특별한 방법이 없어요. 그냥 안 피우는 거 외엔.... 난감하죠. 제 주변 사람들도 항상 물어요. 담배 어떻게 끊었냐고요. 제가 드릴 말씀은 하나밖에 없더군요. 그냥 피우지 마라... 아! 하나 있다면, 보건소에서 금연약인 챔픽스를 처방받아서 먹어라 정도가 있겠네요.
저도 챔픽스를 약 100일 정도 먹었던 것 같아요. 정말 큰 도움 받았어요. 초반엔 담배가 아닌 약을 끊기도 했지만 그 약 덕분에 훨씬 쉽게 끊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무조건 챔픽스 처방받으세요.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기에 싸게 드실 수 있습니다.
그 외에 팁을 드리자면, 매일 달력에 담배를 안 피우면 꼭 표시를 하세요. 오늘 하루도 담배를 안 피웠구나!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니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담배 일지를 기록해 보는 것도 좋아요. 담배를 피우고 싶은 유혹이 있었다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었는지 쓰시고, 그걸 어떻게 극복하였는지도 써보고요. 그렇게 자신이 언제 담배에 강하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아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운동이나 산책은 강추합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는 일단 무조건 움직이는 게 좋아요. 사무실이라면 바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시거나 화장실을 다녀오시거나 입을 헹구시거나 등등을 하시면서 몸을 무조건 움직여 보시고요. 그리고 식사 후엔 반드시 바로 양치질을 하시고 산책을 최소 10분 정도는 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저는 매일 산책을 30분 정도 하였어요. 걸을 때는 평소 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으시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더 좋고요-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에 담배를 끊은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저는 자기 전에 항상 금연자로서 사는 저의 모습을 떠올리다 잠들었어요- "담배를 끊어야 된다!" 보단 "나는 이미 금연자야!"라고 생각하시는 게 조금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 같네요.
적고 보니 팁이 몇 개 있군요ㅎㅎ 다만, 제가 드리는 팁은 제게 효과가 있었던 단순 팁일 수 있어요. 여러 분들이 직접 해보면서 찾아 나가는 맛도 있으니 이런저런 시도를 한 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정말 많은 팁들이 있거든요. 사실 이런 팁들을 몰라서 못 끊는 게 아니죠. 더욱 중요한 건 담배를 안 피우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이미 그러한 듯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담배를 안 피우는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주변인들은 내게 어떤 말을 하나요? 나를 보는 눈빛은 어떤가요?
그 말을 듣고 눈빛을 보는 나의 기분이나 느낌은 어떤가요?
금연 생각이 있으시다면 꼭 금연에 성공하세요.
금연하면 인생이 훨씬 가볍고 자유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