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내 삶이 내 마음 같지가 않을 때, 열심히 무언가를 함으로써(doing)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다. 물론 나도 거기 포함된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나는 무엇을 새롭게 해야 할까
일이 어려울 때,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이 먼저 보인다. 이것 때문인가... 이것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나...? 이런 식의 사고가 하루 이틀 이어지면 사람은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올가미에 한 번 걸리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저런 생각들은 상황이 잘 안 돌아갈 때 보다 잘 돌아갈 때 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상황이 잘 돌아갈 때 저런 질문들은 앞으로 더 나아가는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상황이 어렵고 힘들 땐 저러한 질문들은 하등 쓸모가 없다. 자책한다고 상황이 좋아질 리 없고, 반성하고 성찰하기 위한 저런 질문을 적당히 딱 필요한 만큼만 하고 끊어내기는 쉽지 않다.
내 인생에서 상황이 조금 덜 풀려 보이고, 갑자기 이상한 일이 일어나 나의 약점과 실수만 보인다면, 그때가 한 발 물러나야 할 때이다. 한 발 물러나지 못하고 상황에 깊게 빠져 버리면 헤어 나오는 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거기 머물러 있다고 하여 배움이 깊어진다고도 할 수 없다.
한 발 물러나라는 말은 정확히 무슨 말이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첫 번째는 내 상황을 내 마음대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멈추는 것이다. 내게 일어나는 일을 좋은 일 또는 나쁜 일이라고 이름 붙이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세상 일엔 나를 행복하게 하는 또는 괴롭게 하는 '객관적'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한, 괴로운 상황이라고 내가 정의 내린 상황만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아주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한 발 물러난다는 말은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가 이렇다, 저렇다 정의 내리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좋은 면 좋은 대로 즐길 것이고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즐길 것이다. 단, 좋다, 나쁘다, 행복하다, 괴롭다라고 이름 붙이지 말고.
이것이 바로 나를 비우는 행위다. 비운다는 것은 내 마음에 이렇다, 저렇다를 나누는 기준을 없애는 것이다. 내 마음이 텅 비면 어떤 것도 들어올 수 있고,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 상황도 사람도 내 마음이 텅 비어 있다면 바람처럼 들고나갈 수 있는 가볍고 편안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현재 내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한 발 물러나 비울 때이다.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해석하고 있는 나를 한 발 물러나 관찰하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를 긍정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텅 비우면 그때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된다.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비우지 못하면 평생 행복과 괴로움이라는 허상에 갇혀 사는 것과 같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면 비우라.
한 발 물러나 나를 관찰하라.
관찰하고 있는 나를 명상하라.
이것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