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기기도 했고 나의 결정에 의해 벌어진 일도 있었다. 여러 일들이 지나가고 나자 이런저런 생각들이 밀려왔다. 그중 가장 많이 올라오는 생각들이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구나
내가 잘못된 생각을 했구나
내가 잘못된 행동을 했구나
실제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생각을 했는지, 행동을 했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런 생각이 요즘 자주 나를 괴롭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서 조금 더 나를 적나라하게 까발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고백. 나는 두려웠다. 그리고 오만하고 무지했다.
나는 고백한다. 참으로 무지했고 오만했다는 것을. 언제인지부터 모르겠다. 나는 내가 제법 잘난 사람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지금 돌아보면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원래 겁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두려움이 내 삶을 이렇게까지 왜곡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나는 아마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특별한 사람처럼 대해줘야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인정받지 못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나를 여태 이끌어 왔던 동력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 줬다는 믿음은 나를 행복하게 했고, 그 반대는 나를 불행하게 했다. 인정받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구체적 행동은 그때그때 달랐지만 그 목적은 하나였다. 인정받고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었다. 인정받는 척, 관심받는 척, 사랑받는 척을 해서라도 나의 두려움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있는 척, 아닌 척, 센 척, 강한 척 그렇게 그런 '척'하며 살아왔다. 나는 그렇게 괴물이 된 것은 아닐까.
이렇게 '척'하는 삶은, 남을 해치는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줬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너무나 자기중심적인 인간으로 살게끔 하는 데 충분히 역할을 한 것 같다. 남에게 내세우는 것이 가장 첫 번째 목적과 즐거움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순수한 혼자만의 즐거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어렵게 찾은 혼자만의 즐거움이 몇 개 있다. 새벽에 독서를 하는 것, 명상을 하는 것, 걷는 것, 뛰는 것 등이다.
이런 혼자만의 즐거움, 즉, 남들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즐거운 행위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나는 나름 나의 인생을, 나의 길을 걷는 다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행위들에도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하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남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되는 행위를 찾긴 찾았다. 그런데 이것이 나 만의 인생을 산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가?
혼란스러움을 고백한다. 그리고 혼란한 와중에도 끊임없이 진실한 삶을 찾아왔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쩌면 이 혼란함의 끝에 진실한 삶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혹시 그럴까 봐 진실한 삶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고백의 끝은 다짐이 되어야 한다. 나는 여태 두려워했다. 그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오만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그런 삶은 무지한 삶이었다. 이제는 두 번 다시 그런 삶을 살지 않겠다.
두려움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않겠다. 당당히 맞설 것이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내 삶은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겠다. 그러한 두려움을 앞에 두고도 나는 오만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의 겸허함을 선택하겠다.
두렵다고 무언가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덜어 내겠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실제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겠다. 그렇게 다시 태어날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나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나를 만날 것이다. 그것이 내게 현재 주어진 숙명이자 운명이다.
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