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을 알아야 인생이 깊어진다
요즘 박문호 박사님께 푹 빠져 있습니다. 박문호 박사님의 방대한 과학 지식도 지식이지만, 박사님의 구수한 사투리에는 이상하게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이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 눈물샘이 갑자기 솟구치고 온몸이 닭으로 변할 정도로 소름이 끼칠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얼마 전, [월말 김어준]에서 청취한 내용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약 1시간 10분 분량의 대담식 내용을 아주 정교하게 구조화하여 정리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제가 들은 내용을 두서없이 글로 정리하고 나름의 생각도 첨가하였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영상 참고하셔요-
대담을 통해 알게 된 몇 가지
1. "인간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특질은 느낌이다." 즉,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질이 바로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럼 이 '느낌'이라는 것을 좀 더 깊이 알면 우리를 조금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박문호 박사님은 대담에서 '느낌'이라는 것이 뇌에서 활성화되는데 크게 관여하는 뇌 활동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느낌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먼저 감각(시각, 청각 등 오감을 통해 자신에게 들어오는 정보 입력 시)이 뇌 속에 입력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뇌 속에 감각이 입력이 되면 두 번째, 이 감각에 대한 결과 즉, 생존에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기반한 느낌(생존 반응을 순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이 생겨난다. 이렇게 생겨난 느낌은 곧바로 오싹해하거나 소름이 돋거나 등의 신체적 피드백을 동반한다. 이것이 느낌과 관련된 세 번째 뇌의 활동이다. 네 번째는 대뇌 피질의 각성 상태가 느낌에 관여한다고 하는데, 대뇌 피질의 각성 상태에 따라 느낌이 그때그때 달라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쉴 때 받아들이는 정보에 대한 느낌과 며칠을 굶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상태는 다르다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이다. 박문호 박사님은 이 마지막 다섯 번째가 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바로 기억이다. 느낌은 인류와 개인의 기억에 데이터베이스와 같이 저장이 되는데, 이렇게 저장된 느낌은 그 느낌을 유발한 비슷한 상황이 되면 무의식적으로 나온다고 한다. 우리 현대 인류와 같이 반복적 일상을 사는 인류에게는 '기억' 형태의 느낌이 가장 크게 인생을 좌지우지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사님이 하시는 말씀에 무릎을 탁 쳤다.
우리가 느끼는 미각의 반 이상이 기억이다.
즉, 우리가 느끼는 미각 또한 과거 역사에서 쌓여온 느낌의 기억 저장고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그럼 이 기억 즉, 느낌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바꿀까? 이에 대한 박사님의 대답은 이 글에서 천천히.
2. '느낌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 예술이며, 느낌의 세계를 정확히 표현하는 데는 최소 10년 이상의 운동 출력 연습, 즉,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어느 누구나 자신만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조각이나 문학이나 음악 등으로 표현하는 데는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천재들은 첫 번째로 느낌이 매우 명료하고 두 번째는 그 느낌을 남들보다 훨씬 잘 그리고 쉽게 표현한다고 한다. 자신만의 느낌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남들이 잘 이해하도록 표현한다면? 그가 바로 천재이다.
3. 느낌은 궁극적으로 그 사람의 행동을 선택하게 한다. 우리는 이해해서 행동하기보단 이해하기 전에 행동한다. 선택 또한 논리적으로 선택하는 것 같지만 일단 선택하고 이후 합리화 한다. 만약 여러분 중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 행동으로 유도해야 한다면 한 가지는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이해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이미 기억되어 있는 느낌에 와닿기에 행동하는 것이다. 이래서 마케팅 구루들이 매번 하는 말이 같은가 보다. '고객이 먼저다!' 즉, 고객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그들의 느낌에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4. 기억이 없으면 그다음 기억을 만들기가 어렵다. 이전 기억이라는 옷걸이가 있어야 이후에 들어오는 기억이 옷이 된다. 즉, 모든 기억은 그 이전 기억을 통과할 수밖에 없고, 반대로 이전 기억이 없다면 새로운 기억이 형성될 수 없다. 그래서 이전 기억이 없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얘기해 봐야 소귀에 경읽기인 것이다. 예를 들어, 양자 역학을 모르는 사람에게 양자 역학을 아무리 얘기해 봐야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양자역학이라는 옷걸이가 없기 때문이라 그렇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은 계속 똑똑해질 수밖에 없다.
어마 무시한 이야기다 ㅎㅎ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최대한 어린 나이부터 이런저런 기억을 형성해 놓는다면 갈수록 그 기억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천재는 삼대(三代)에 걸쳐서 만들어진다는 말도 이해가 된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이종범 야구 선수의 아들)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일반인들보다 얼마나 많이 보았겠는가?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기억의 저장 장치에 차곡차곡 쌓였고, 그걸 수 십 년에 걸쳐 운동 출력 연습, 즉, 반복 훈련을 했으니 현시대 최고의 야구 선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 조기 교육이라고 무조건 좋은가? 이건 또 다른 이야기일 것 같고, 박사님이 말씀을 안 하셨으니 패쓰! ㅎ
5. 느낌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에너지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적게 든다고 하여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내 삶에서 더욱 정확한 선택을 하려면 다양한 옵션, 즉, 다양한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다양한 기억을 가지기 위해선 자신과 다른 사람을 최대한 많이 만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신과 다른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이 어려워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비슷한 사람만 만나면 내 느낌이 더욱 협소해지고 편협해질 수밖에 없다.
꼰대가 왜 꼰대가 됐는지 이 대목에서 이해가 된다. 비슷한 사람, 비슷한 환경에서 편하기만을 즐기는 사람이 꼰대가 될 확률이 높다. 여러분은 혹시 책을 읽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는가? 꼰대 될 확률이 매우 높으니 조심.
6. 우리 뇌 작용의 최초 발단은 어떤 대상의 (시각, 청각, 촉각) 이미지로 시작된다. 뇌는 그 대상의 이미지의 특성이나 속성(개념)을 찾아내어 범주화시킨다. 인류는 이러한 범주화된 개념을 언어로 변환시켜 개념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개념이 언어로 공유되면서 집단의 지향성, 즉 집단성이 생겨났고, 그러한 집단의 지향성이 사회적 실재(국가, 제도, 법률 등)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너무나 중요한 말씀이다. 인간의 뇌가 도대체 어떻게 작용하길래 우리 인간들이 생존하고 또 모여서 집단을 만들고 그것이 문명을 탄생시켰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개인이 모인 집단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명확한 우리만의 개념이 언어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알게 된 역사적 순간이다 ㅎㅎ
7. 인류의 느낌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은 바로 '얼굴'이다. 우리는 타인의 얼굴을 보면 즉각적으로 느낌이 생겨난다. 우리의 얼굴은 '나'라는 사람의 광고판이며, 우리는 또한 타인의 얼굴 표정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든 집이든 눈치를 본다는 말은 정확히 무엇인가? 바로 특정 인물의 얼굴 표정을 살핀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주로 상사의 얼굴을, 집에서는 배우자의 얼굴을 끊임없이 살피며 우리의 생존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얼굴을 통해 느껴지는 느낌 때문인 것이다. 캬~ 느낌이라는 것을 알면 알수록 참으로 경이롭다.
8.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기억을 바꾸어라! 이번 대담의 하이라이트 문장이라 생각한다. 우리 인류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특성이 '느낌'이고 그 '느낌'을 움직이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 '기억'이라고 앞서 말했다. 우리가 우리의 느낌을 바꾸고 싶다면 기억을 바꾸면 된다. 기억을 바꾼다는 것은 내 삶 즉, 내 운명을 바꾼다는 말과 같다. 기억을 바꾸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 그럼 기억은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경험을 바꾸면 된다. 다른 경험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현재의 내가 가진 기억과 정반대의 기억을 가진 사람과 만나라. 그렇게 느낌의 폭과 넓이를 달리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운명이 바뀐다.
9. 인류가 현재 형성하는 문화를 알려면 우리 뇌의 구조를 알아야 하고, 우리 뇌의 구조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인류가 형성해 온 문화를 알아야 한다. 왜냐면 이 둘은 공진화(coevolution)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로, 인류는 비교적 오랜 시간 사냥을 해야 했고, 할 수 있다(사자의 경우는 최대 2시간까지 이나 인류는 하루 종일 사냥이 가능함). 오랜 시간 사냥을 하려면 땀의 배출이 잘 되어야 하고, 땀의 배출이 잘 되려면 땀샘이 많아져야 한다. 이에 인류의 털은 갈수록 줄어들게 되었다. 더불어 수분을 지속해서 보충할 수 있어야 했는데 이러한 니즈로 인해 '물통'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인류와 문화는 상호 작용하며 진화하고 있다.
약 1시간 10분 동안의 대담에 너무나 많은 정보가 담겨 있어 모두 전달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하나하나 주옥같은 말들이 많았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지식이 머릿속에 있는지에 대한 궁금함은 물론이고, 전달하는 내용 자체 또한 인간으로서 와닿는 내용이 많아 참 재밌게 들었다. 큰일인 것이 자꾸 욕심이 생긴다. 내가 소화하기엔 버거운 내용들인 것이 분명한데 이렇게 하나하나 어디까지 정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꼭 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안 하면 안 될 정도로 참 중요한 내용들이 많긴 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