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행복은 이런 것인 것 같다
"미친놈인가?"
"아빠~! 저기 저 아저씨 빨가벗고 있어!"
"어이쿠야~ 아저씨, 안 추워요?"
"대단하네~ 저 아저씨~"
"우와~ 멋진데?"
"어머나!! 대에~~ 박!!"
내가 웃통을 벗고 뛰면 간혹 들리는 말들이다.
웃통을 벗고 뛰다 보면 자유가 느껴진다. 강한 자유감. 시원한 바람이 내 몸에 정면으로 부딪치면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다고 표현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 행복하다. 뛰어서 행복한 것인지 벗어서 그런 것인지 아님 둘이 합쳐졌기에 그런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런데 웃통을 벗고 뛰면 기분이 매우 좋다.
언제부터 웃통을 벗기 시작했나? 시작은 군대다. 군대에서 소위 말하는 알통 구보로 처음 웃통 벗고 달리기에 입문했다. 당시엔 추울 때 벗기니 학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난 시원하게 웃통을 벗고 달리는 것이 좋았나 보다.
군대를 전역하고는 웃통을 벗고 달리는 일이 없었다. 부끄럽기도 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미국에 살 때, 그리고 해외에 가끔 나갈 때, 알통 구보에 대한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있었다. 해외에선 많은 사람들이 웃통을 벗고 뛰어다닌다. 그런데 그게 참 멋있어 보이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당시의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내 인생에서 제법 큰 시련이 찾아왔다. 삶이 너무 힘들었다. 이래저래 생각처럼 되지 않고 괴로운 것이다. 괴로움은 시간이 지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괴로움은 상황을 만나면 어김없이 찾아왔다.
처음엔 걷기 시작했다. 30분씩 걷다가 시간을 늘려 나중엔 매일 2시간씩 걷게 되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산티아고 순례길도 다녀왔고 다녀온 이후로 북한산 정상을 10시간 동안 걸어서 다녀온 적도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보니 괴로움이 많이 사라졌다.
그렇게 걷는 맛을 본 뒤로는 자연스럽게 뛰기 시작했다. 매일 5km씩 약 30분을 뛰었다. 그렇게 꼬박 100일을 뛰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100일을 뛰었고 뛰다 보니 멈출 수가 없어 이후로는 3-4km씩 약 20분 정도를 매일 뛰려고 하나 무리하진 않는다. 최근엔 매주 최소 4회 이상은 뛰고 있다.
뛰는 거리를 줄이면서 올해 봄부터는 웃통을 벗고 뛴다. 웃통을 벗고 뛴 지는 약 6개월이 다 되어 간다. 웃통을 벗고 뛰니 입고 뛸 때 보다 기분이 약 10배 정도 좋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느껴지는 감정 중 가장 두드러진 감정은 '자유감'이다. 홀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데서 오는 자유감일까? 이 자유감은 나를 정말로 미치도록 행복하게 한다.
매일 웃통을 벗고 뛰니 참 좋다. 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 힘든 시기에도 크게 마음속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다. 그게 꼭 웃통을 벗고 뛰는 것의 효과라고 할 수 없지만 확실히 뛰는 날과 뛰지 않는 날의 컨디션은 차이가 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삶이 겁나게 힘들다면, 웃통을 벗고 뛰라고 까진 말씀드리지 않겠다. 걸어 보는 건 먼저 추천하고 싶다.
'매일 30분씩 걷겠다' 보단 밥 먹고 100보만이라도 걸어 보면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웃통을 벗고 뛰면 정말로 행복해하는 것처럼 당신도 진정으로 오롯이 스스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게 없다고? 노노! 나도 예전엔 그랬다. 그런데 절대 아니다. 당신 스스로에게 솔직하면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혹시 웃통을 너무나 벗고 뛰고 싶은데 처음이라 부끄럽다는 분은 내가 함께 뛰어드릴 테니 연락 주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