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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ul 27. 2024

성찰 하나. 기질 뛰어넘기

타고난 기질 대로만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욕심으로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실행하며 나름 고군분투해오며 살아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슴 한 구석에 느껴지는 공허함은 떨쳐 낼 수 없었습니다. 아닌 척 살아왔지만 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물음은 줄곧 저의 마음 한편을 차지하고 떠나질 않았습니다. 


공허함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공허함을 떨쳐 버리고 충만한 삶을 있을까요? 


여태 공허함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 많은 시도를 하였습니다. 쌓인 책들이 눈에 띕니다. 공허함을 잊기엔 책만 한 것이 없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잠깐은 충만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 혹시나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책을 읽고 샀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책은 단순히 눈가림용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만나서 심취하기도 하였지만 공허함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좋은 책, 좋은 인연을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으며 쉼없이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해멨습니다. 


마음 한켠의 공허함은 여전합니다. 


무엇 때문일까를 고민해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타고난 기질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기질은 몽돌이나 럭비공 같습니다. 뭉툭하고 투박하여 제 멋대로 튀어 다닐 확률이 높습니다. 단단하여 강해 보이지만 또한 깨지기도 쉬워 보입니다. 부딪치면서 탁 하고 소리가 나야 맛이 나기에 돋보이고 싶어 합니다. 



몽돌 주변의 미세한 모래들이 있습니다. 섬세하고 가늘어 사이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로 치밀한 모레들입니다. 몽돌은 자신 옆에 있는 몽돌에만 관심이 있지 주변에 흩어져 있는 가늘고 작은 모래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것들을 잘 놓칩니다. 



이러한 저의 타고난 기질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어디부터 고쳐 써야 하는지를 잘 몰랐습니다.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것이 가장 자유롭다고 또 한 번 몽돌스럽게 마음대로 믿고 살아왔습니다만, 어느 순간 남은 인생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몽돌로 살되, 몽돌의 표면의 부드럽고 고운 표면을 최대한 살려 보고 싶습니다. 몽돌은 딱딱하고 투박하지만 표면은 매우 부드럽고 곱습니다. 여태 살아온 삶은 투박하고 뭉툭한 짱돌로 살아왔다면 남은 인생은 조금 더 곱게, 내가 가진 섬세함에 집중하면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몽돌스럽게 다짜고짜 책을 읽고 사고 쌓아두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책을 한 권을 읽어도 더 많이 느끼고 탐구해야겠습니다. 나와 나의 삶을 대할 때도 조금 더 섬세하게 관찰하고 미세한 마음에 말을 걸어보아야겠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당장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다가 아니라 진짜로 내 앞에 있는 타인에게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여 관찰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데까지 나아가야겠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하루아침에 되지 않겠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도 인식하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너무 몽돌스럽지 않게 말입니다. 


제 기질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태 내 기질에서 내가 놓치고 있던 가능성과 잠재력을 들여다보고 꽃 피우고 싶네요. 너무 늦은 건 아니겠죠? 아마 그전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면 진작에 알아서 했을 것 같네요. 때가 왔기에 보이는 것이고 제가 할 것은 느꼈으니 이제 꾸준한 실천 밖에 없는 것 같군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뜁니다.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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