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를 고민한 역사 속 인물 중에 아주 유명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Jacques Lacan)입니다. 그의 인용문 중 유명한 말이 있는데요.
우리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라캉의 사상은 매우 복잡하고 섬세하지만 저 한 마디가 제법 많은 그의 사상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은 언어, 법, 사회 규범과 같은 체계(타자)가 주입한 욕망을 욕망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타자(정확히 말하면 대타자, The Big Other)의 욕망을 욕망하는 인간의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으며 이러한 불충족은 끊임없이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결핍감을 느끼는 근원이라고 말합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은 이러한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끝없이 갈망하지만(소비주의, 중독, 권력 등), 본질적으로 충족 불가능한 욕망이기에 이러한 결핍을 채우려는 노력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죠. 그럼 여기서 라캉이 말하는 욕망과 결핍은 우리의 '자기다움'을 이해하는 것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요?
결핍이란, 무엇인가가 항상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결핍'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죠. 그러나 이 결핍을 단순하게 없애야 하는 또는 없어져야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사실상 우리가 무언가를 "원하고", "꿈꾸고", "행동"하게 만드는 모든 욕망은 이 결핍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결핍은 인간의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결핍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 결핍을 외부에서 채우려고 한다는 데 있죠.
"내가 더 많은 돈을 가지면 완벽해질 거야."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면 난 부족하지 않을 거야."
"사회적 성공을 이루면 내 삶은 완전해질 거야."
하지만 라캉은 이렇게 말합니다.
결핍은 절대 완전히 채워질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진짜 나의 욕망인가, 아니면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이라고 착각한 것인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타인의 기대와 시선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 사회의 기준이 우리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려주었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타인의 욕망"이 내 욕망이라고 믿습니다. 예를 들어, "명문대에 가야 성공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내 꿈처럼 여기거나, "다들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져야 행복하다"라고 믿는 것이 그런 경우입니다.
라캉은 우리에게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너 자신의 욕망을 배반하지 말라.
여기서 그는 다음과 같은 태도를 제안합니다.
결핍을 수용하라
결핍은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욕망을 품고 있는지 알려주는 출발점이라고 하면서, 부족함을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 또한 저의 결핍을 받아들인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 또한 제가 완벽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언제든 틈만 나면 저의 결핍으로부터 도망가려 하거나 부정하려고 하죠. 라캉은 그러한 태도가 오히려 결핍을 더욱 강화시킨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 내 결핍을 수용하라 합니다.
타인의 욕망에서 벗어나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기대나 사회적 기준이 아니라, 나의 욕망과 나의 삶을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 또한 여태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왔습니다.
"좋은 차를 사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한 달에 돈을 OO만큼만 더 벌면 훨씬 나은 삶이 펼쳐질 거야, 지금 내가 갖고 싶은 저 자전거를 사면 내 삶을 훨씬 만족스러워질 거야!" 등등의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면서 말이죠.
자기다움을 창조하라
자기다움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핍과 욕망을 억누르는 대신, 그것을 창조적으로 활용해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을 적극적으로 세우고 창조해 보세요.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라캉은 우리에게 결핍을 인정하고 욕망을 이해하며, 그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라고 말합니다. 자기다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핍과 부족함 속에서 오히려 나만의 개성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내 삶을 창조해 가는 것이 자기다움의 핵심인 것이죠.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이 원하는 것은 진짜 당신의 욕망인지, 아니면 타인의 욕망을 내 것으로 착각한 것인지 말이죠. 결핍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가능성을 찾아보라는 라캉의 말을 되새기며, 우리가 가진 결핍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결핍은 우리를 초라하게 만드는 '문제점'이 아니라, 우리를 더욱 나답게 만들어주는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결핍과 자기다움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