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2 세상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충철저의 우당탕탕 허공에 발길질 스토리

by 대충철저

어려울 수 있다.

HR이란 영역에서 15년 정도 있었는데 15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가장 큰 문제가 딱 하나 있다. 바로 배운 것과 하는 것의 격차(Knowing-Doing Gap)이다. 교육을 하든 워크숍을 하든 하고 나면 반드시 받는 질문이 있다.


현장에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걸 어떻게 써먹어야 할까요? 이것이 진짜 우리 조직의 팀의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그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해답을 내어 놓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먼저 기술적 한계이다. 그들이 배운 것이 정확히 어떤 성과 창출에 기여했는지 매칭하려면 인풋과 아웃풋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셋이 필요한데 정확한 데이터셋 구축 자체가 어렵다. 데이터셋 구축을 한다고 해도 성과와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혀내야 하는데 그것 또한 매우 어렵다.


두 번째는 이러한 데이터셋 구축과 성과 추적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과 반감이다. 조직 개개인은 조직의 일원이지만 동시에 개인이다. 업무 상 본인의 개인적(?) 데이터(예를 들어, 팀원 & 타 팀원 & 고객사 등 이해관계자와 소통 방식, 소통 내용, 의사결정 방식 등)가 밝혀지는 것을 꺼려한다. 조직에서 수집 가능한 모든 개인적 데이터를 모으는데 구성원이 저항할 수 있기에 이러한 시스템 구축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조직에선 항상 ROI(Retrun on Investment, 투자 대비 수익률)를 궁금해한다. 사람을 부품으로 보기 때문이라기 보단 측정해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이 문제에 주목해 왔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말한 기술적 한계는 AI로 어느 정도 해갈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도 물론 문제는 있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일명 Hard data(수치로 명확한 사실 나열과 증명 가능한 데이터)가 아닌 Soft data(추상적, 정성적 데이터)가 더 많으므로 인과관계 검증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AI는 과거에 비하면 많은 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상세 내용은 다음에 논의).


두 번째, 사람들의 저항과 반감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한다. 챗GPT와 같은 LLM 모델과 매일 자신의 업무는 물론이고 아주 내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현시대에서 사람들은 이러한 내용이 공개될까 두려워한다. 아무리 조직이라고 해도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떤 좋은 서비스도 침투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 고민 중이다. 너무 거창하지 않게 작아도 좋으니 확실하게 하나만 해결할 수 있어도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조금 더 뾰족한 영역의 고민이 필요했고 난 리더십이라는 영역, 리더십에서도 가장 핵심인 팀원과의 소통, 소통 중에서도 팀원과의 갈등 관리 + 동기 부여 대화로 선택했다. 그리고 세상에 물었다.


혹시 팀장이 팀원과 이러이러한 구체적 갈등 상황(예시) 평가에 불만인 팀원, 성격은 좋지만 성과가 나지 않는 팀원, 성과는 잘 내지만 팀 분위기를 망치는 팀원 등)에서 어떻게 대화를 이끌고 나가야 할지 구조화된 스크립트가 있다면 쓰시겠습니까?


이제 막 묻고 있는 단계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야지만 질문을 받은 40% 이상의 HR 종사자는 "쓰겠다"라고 답했다. 40%는 제법 높은 수치이다. 시장에 니즈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더 물어야 할 것이 많지만 일단 최초 나의 문제의식에 대한 세상의 대답은 어느 정도 긍정적이었다. 나는 그래서 그들이 당장 쓸 수 있는 <팀장 원온원 스크립트 대본>을 PDF로 만들었다. 필요하다고 대답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고,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다운로드한 사람 123명 중 6명이 답을 주었다(답변자가 충분치 않다. 설문을 주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배포한 PDF 자체가 문제인지는 추후 테스트가 필요하다). 6명 모두 PDF의 활용도에서는 긍정 답변(4점과 5점)을 주었고, 6명 중 3명이 개인 정보 유출에 우려감을 표했다. 내가 세운 가설이 어느 정도 참이라는 것이 검증된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단계는 실제 베타 테스트 버전을 만드는 것이다. 초기 모델은 만들었. 얼마나 더 정교하게 만들 것인지, 이것을 어떤 식으로 마케팅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 효과적인지 등에 대한 그림을 명확하게 그려야 할 것 같다. 베타 테스트 버전의 실험이 끝나면 본 모델을 기반으로 최대한 빠르게 시장에 내어놓을 수 있는 MVP를 만들 계획이다. MVP를 만드는 데 까지 1개월을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리고 AI가 나오면 시장의 인내심은 더 빠른 속도로 짧아지고 있다. 조금 더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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