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깨우는 아저씨의 새벽 이야기
나의 새벽은 20대 초반 군대에 있을 때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을 읽고 시작되었다.
당시 에너지와 의욕이 넘쳤던 나는 마치 정력에 좋다면 돌도 갈아 마시는 어느 50대 아저씨처럼 좋다는 건 다 해보고 싶을 때였다. 그 책 읽고 그다음 날부터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군대에서? 새벽 기상을? 이미 그들은 일찍 일어나지 않니?
(혹시 '그들'이라는 표현에서 이질감을 느낀 군인 분들이 계시다면 오해 말아주십시오)
맞다. 군인들은 모두 일찍 일어난다. 그러나 난 1시간 먼저 일어나서 책을 읽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내 인생에 큰 변화를 맞기 전 약 1년 정도는 새벽을 깨웠다. 그 이후로 술이다 연애다 뭐다 20대라는 갖은 핑계를 대며 새벽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잃어버린 새벽을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다시 찾았다. 다시 새벽을 맞으니, 20대에 맞았던 그 어스름한 새벽이 전해주는 묘한 설렘이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맞다. 그때도 그랬다.
새벽은 항상 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아니 가슴이 뛴다는 표현보다는...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지만 뭔가 설렘, 기대감이 뿌웅 하고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나는 이런 느낌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느끼는데, 이것이 행복인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게 무엇이든 새벽은 내게 특별하다.
요즘은 새벽 4시 4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눈을 뜬다. 내가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아는 몇 안 되는 지인들이 묻는다.
"아니... 그 새벽에 도대체 뭘 하는 거예요?"
(가끔은 이들이 나를 매우 수상해하는 것을 느낀다)
대단한 것을 하는 건 아니다. 부끄럽지만 아래 사진은 일어나서 다이어리를 정리하는 척하며 찍은 사진이다. 가끔 이런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 올리기도 한다. 예전에 한참 새벽질이 재미있어서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렸다. 그러다 귀찮아서 관뒀는데,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가 내게 요즘엔 새벽에 안 일어나느냐 물었다. 그 친구 왈, "너 인스타그램 보면서 자극 많이 받고 있었는데..." 그 뒤로 이런 사진을 가끔 찍는다.
다이어리 정리는 내가 일어나면 6번째 하는 일이다. 눈 뜨자마자 1번은 양치질, 2번은 세수, 3번은 물 마시기, 4번은 스트레칭, 5번은 명상 다음으로 다이어리를 편다. 다이어리를 펴면 그 날 하루 중요한 일 몇 개 적는 정도이다. 스케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일기' 쓰기이다.
새벽에 웬 일기냐고?
새벽 일기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 번째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성찰하는 것과 두 번째는 오늘 맞을 하루를 마음대로 그려보는 것. 그래서 소중한 의식과 같다. 지금 이 순간을 성찰할 때는 이왕이면 '감사하는 마음'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욕하고 비난할 거면 안 쓰는 게 낫다. 성스러운 새벽 시간에서까지 나를 비난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땐 조금 나를 예뻐해 주는 시간이다.
두 번째 오늘 하루를 마음껏 그려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 오늘 특별한 일이 있다면 미리 상상해보면서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느끼고 싶은 감정 등을 적어봐도 좋다. 아니 나에겐 좋았다. 여러분에게 좋을지 체득해보라.
그렇게 일기를 쓰고 나면 책을 읽는다. 약 50분 정도 책을 읽고 나면 밖으로 나가서 걷는다. 산책이라고 하기엔 많이 빨리 걷고 운동이라고 하기엔 땀이 줄줄 흐르진 않을 정도이다. 걸을 때 철칙이 하나 있다.
'어떤 방해꾼 없이 오직 걸을 것'
핸드폰도 음악도 라디오도 영상도 없이 그렇게 온전히 나에게 하루 30분 집중하는 시간은 의외로 강력한 힘을 낸다. 홀로 걷는 힘에 대한 글은 아래 링크 참고하셔요
걷고 들어가서 밥을 먹고 출근을 한다.
이렇게 새벽을 맞이하면 하루가 달라진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는 것도 들었다.
"이미 새벽에 나는 성공하였다"
개인적으로 좀 오버라고 생각한다. 뭐만 했다고 하면 성공이니 뭐니 하는 거 솔직히 별로 듣기 싫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냥 자기만족이다.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이 가치가 없겠는가? 크게 의미 부여하진 말자.
나는 우연히 새벽에 일어나게 되었고, 새벽이 내게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새벽에 할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삶을 살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모두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안다. 각자의 소중한 삶인데 거기에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갑자기 말이 샜다. '새벽'이라는 것에 큰 의미 부여하고, '새벽 = 성공'이라는 개소리로 환상과 허영을 부추기는 사기꾼들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짜증이 났다 ㅎ 혹시나 새벽 관련한 질문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지만 반드시 안 하면 죽는 거 아니니까 그냥 편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도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