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금연 7개월째

아저씨 회춘 할라

by 대충철저

처음이다. 담배라는 마약에 손을 대고, 어떤 강제력 없이 담배를 이렇게 오래 안 피운 거 말이다. 군대 훈련소에 있는 약 5주 간은, 원래 담배를 피우지 못하나 약 4주 정도 되었을 때였을까? 조교 책상 위에 있는 담배를 몰래 훔쳐 피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군대 훈련소에서도 어떻게든 찾아서 피운 담배를, 어떤 강제력도 없이 그렇게 담배를 끊은 지 7개월이 되었다는 말이다. 정말 어쩌다 보니 7개월이 넘었다.


금연 후 며칠 되지 않았을 때는 매일 손으로 담배를 안 피운 지 며칠 되었는지 표시를 했다. 보건소에서 받은 금연 노트의 숫자를 매일 아침 일어나 동그라미를 치며 담배로부터 승리한 날을 기념했다. 그렇게 눈으로 보니 기분도 좋았을뿐더러 동그라미를 채우려는 욕구가 생기면서 금연에 아주 조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요즘은 보건소 금연 클리닉을 가면 예전처럼 몸에 붙이는 금연 패치나 금연껌을 주지 않는다. 간편하게 약을 처방해준다. 챔픽스라는 약인데 효과가 좋다. 아니 아주 좋다.

위에 적힌 숫자는 날짜이다. 어느 날부터는 약을 그날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가물가물해서 저렇게 날짜를 적어 놓았다. 2019년 11월 29일 이후로 약도 완전히 끊었다.


그러나 모두 알겠지만 약이 한 방에 해결해 주지 않는다. 명확한 의도가 없다면 담배가 아닌 약을 끊는다. 약을 먹다 안 먹다 하면 약발이 안 받고, 술을 먹고 담배를 한 대 피우면 약을 먹어도 그날 밤 술을 한 잔 하면 담배가 아주 맛있어진다. 말 그대로 금연 보조제이지 한 방에 담배를 끊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들 아는 이야기겠지만 담배 없는 삶을 살겠다는 명확한 의도와 그것을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가장 먼저이다.


그러나 의지가 너무 강하면 안 된다. 의지가 강하면 오히려 일을 망친다. "이번에 담배를 못 끊으면 절대 안 돼" "반드시 이번엔 끊고 말겠다!" "이 담배가 내 인생의 마지막 담배야!" 했던 모든 금연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힘이 너무 들어가니 오래가지 못하더라. 저렇게 강한 의지를 다졌던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오히려 힘을 빼고 무심하게 버려 버리니 쉬웠다.


"에이~ 그냥 피지 말자"


의외로 힘 빠진 저 말이 금연하는데 도움이 되더라. 간절히 원하면 망한다. 그냥 힘을 빼고 선택하라.





주변에서 많이 묻는다. 금연하니 좋나?


이것도 비슷하다. 그리 좋을 것도 없다. 금연하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줄 알았으나 막상 안 피우니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 혹자는 "냄새가 안 나서 좋다" "주머니에 뭐가 없어서 좋다" "가루가 안 떨어져서 좋다" 등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던데, 난 잘 모르겠다.


담배를 피울 때 그런 것들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면 담배를 벌써 끊지 않았을까. 난 저런 것들이 담배를 피울 땐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가 없으면 초조하고 불안해했다. 그러고 보니 담배가 없어도 더 이상 초조하고 불안하지 않다는 것은 좋다. 이제야 좀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어디에도 묶여있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 들어 좋다.


참 오랜 기간 함께 했고, 이제야 아주 조금 멀어졌다.

그렇게 떠나보내려고 했을 땐 끈덕지게 달라붙더니 이제 정말 서서히 떨어져 나가는 듯하다.


금연하는 비법은 없는 것 같다.

경험자로서 비법이랍시고 하나만 공유한다면, '무심하게 쿨하게' 안녕하는 것이다.

너무 힘이 들어가거나 "이제 정말 안녕"이런 말 하면서 막 한 대 피운 새로 산 담배 한 갑을 뭉텅이로 구겨서 버리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그냥 무심하게, 쿨하게 이별을 고하라. 그리고 두 번 다시 뒤 돌아보지 말자. 처음 3일은 울고 불고 매달릴 것이다. 그렇게 7일, 10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득해질 것이다.


꼭 그렇게라도 끊어야 하냐고? 그런 생각이 든다면 지금은 끊을 시기가 아니다. "담배? 그거 펴도 그만, 안 펴도 그만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끊기 쉬울 때이다. 그땐 그냥 쿨하게 이별하라. 그리고 새로운 삶을 한 번 살아봐라. 그렇게 새로움에 도전해 보는 것은 가치 있는 일 아닌가. 또 혹시 아는가? 담배 끊고 여친 생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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