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병들어 가고 있다는 증거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by 진사이드Jinside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만 정확히 알 뿐이었다.


무엇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래서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까? 바로 잡을 수는 있을까? 끝없는 회의와 의심만 들뿐, 어느 것 하나 하겠다는 결정은 내리지 못하고 수년이 지났다.


병들어 가고 있다는 징후는 내 삶 도처에 널려 있었다.


첫 번째 증거는 '중독'이었다. 난 많은 것에 중독되어 있었다. 중독은 내가 현실을 회피하는 것을 도왔다. 수많은 중독 중 가장 눈에 띄는 중독은 흡연이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담배를 배웠다. 호기심도 아니었다. 무리에 끼고 싶어 그렇게 담배를 배웠다. 배운 이유도 찌질했는데 그것에 중독되어 나중에는 피고 싶지 않아도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을 정도로 중독 정도가 심해졌다.


그렇게 니코틴이라는 화학 물질에 나를 팔았다. 그것은 명확히 내가 병들어 있다는 증거였다. 흡연이라는 습관에 걸려 벗어날 수 없었다. 담배가 없이는 인생이 즐겁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담배였다. 기분이 좋을 때도 담배부터 찾았고, 기분이 나쁠 때도 담배부터 찾았다. 담배 없는 삶은 벌써부터 지루했다. 그렇게 화학 물질에 중독되어 자유를 박탈당했다.


담배뿐만 아니었다. 술에도 중독되어 있었다. 술 없이 3일을 넘기는 것이 힘들었다.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먹었고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먹었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술을 입에 넣지 않으면 다른 음식을 먹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내가 선택한 음식의 기준은 단 하나, 술안주가 되느냐 안 되느냐 였다. 나중에는 모든 음식의 안주화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는 알코올에 중독되어 있었다.


술을 먹고 나면 그다음 날 아침은 어김없이 괴로웠다. 그리고 후회했다. 그렇게 눈을 뜨자마자 후회를 하고, 그날 저녁이 되면 다시 술을 마셨다. 술을 좋아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더라. '술을 좋아한다'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술에 중독된 것이다. 술을 하루라도 안 마시면 뇌가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매일 밤 술에 갇혀 살았다.


나는 약 20년 넘게 이런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았다. 낮에는 담배, 밤에는 술이라는 덫에 걸려 내 몸과 마음은 썩어 가고 있었다. 술과 담배라는 중독은 가장 눈에 띄는 증거, 내 자유를 앗아감과 동시에 내가 병들어 가고 있다는 첫 번째 증거였다.


두 번째 증거는 '통제할 수 없는 감정 상태'였다. 내가 병들어 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두 번째 증거는 나의 감정과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삶에 대한 태도였다. 나의 감정은 상황에 따라 널뛰기 일 쑤 였다. 어떨 때는 상황과 관계없이 요동치는 감정에 의해 당황스러운 경우도 많았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아닥칠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폭풍우가 지나가면 잠시 고요했다가 다시 요동 치기 일 쑤 였다. 당시 내가 가장 많이 달고 살았던 말이 있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

정말 그랬다. 나는 내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항상 마음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지쳐 쓰러지곤 했다. 언제 이런 삶을 끝낼 수 있을까? 이게 끝나기는 할까? 회의와 의심의 마음 또한 끝없이 올라왔다 사라지곤 했다.




나는 병들어 가고 있었다. 술, 담배와 같은 화학 물질에 중독되어 자유를 스스로 박탈했던 시간들이 그 증거였고, 그와 더불어 항상 걷잡을 수 없는 내 마음 상태가 그 두 번째 증거였다. 답답했고 깝깝했다. 그리고 두려웠다. 이렇게 사는 것이 무언가 틀림없이 잘못된 것은 알겠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러한 삶이 편했다. 매일 하던 대로 아침에 술이 덜 깬 몽롱한 상태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시작했던 수많은 하루들을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벗어날 수 없으니 오히려 이런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자며 정신 승리하기 시작했다. 나를 더욱 사랑해야 한다며 담배와 술에 절어 감정의 소용돌이에 널뛰는 나를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병들어 가고 있는 내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당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의 마음은 편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더욱 곪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썩은 내가 진동을 했지만 그 또한 익숙해져 썩은 내인지 좋은 향인지 구분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그렇게 썩고 병들어 가고 있었다. 이렇게 어느 날 죽어도 아무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나는 그렇게 죽음을 향해 치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마음은 편했다. 오히려 이러한 삶을 청산하고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가 더욱 나를 괴롭혔다.


이래 사나 저래 사나 어차피 죽는 거, 그냥 마 대충 살자

참으로 무식했다. 불쌍했다. 안타까웠다. 그렇게 젊은 날들이 휘리릭 지나갔다. 누구는 인생이라는 예술품의 밑 작업을 그리기 위해 무던히도 그리고 지워대며 땀 흘렸던 가치 있는 시간을 나는 하얀 도화지 한 번 펴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흘려보냈다... 개탄스러웠다.

keyword
진사이드Jinside 자기계발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177
작가의 이전글내 삶은 썩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