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입니다.
저는 딱 한번 되팔이를 해서 불로소득을 노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물건을 사러 갔으니 불로소득은 아니라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일확천금이라는 헛된 꿈을 꾸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딱 한 번의 시도는 제대로 망했고 그 후 '정직하게 사고 팔자.'를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21년의 어느 날 겨울
커피도 많이 마시지 않는 제가 새벽 4시 40분 스타벅스 앞에 섰습니다. 아침 일찍 가장 먼저 내리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도 아니고 단지 스타벅스에서 출시할 예정인 "스타벅스 플레이모빌 골드 카드"를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여름 스타벅스의 녹색 가방 (제가 봤을 때 크기가 애매해서 이걸 왜 사지? 하는 용품이었습니다.)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목격했고, 주변에서도 되팔이해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저는 이번에 출시하는 "스타벅스 플레이모빌 골드 카드"에 승부를 걸기로 다짐했습니다.
틴 케이스에 스타벅스 직원 모양을 한 플레이모빌 2마리와 골드카드 2개가 들어있는 제품이었는데, 제게 이 것은 윌리 웡카의 골드 카드만큼이나 값어치가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그때 이것을 되팔이 하여 쉘터를 장만하려는 원대한 야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계획적이었냐면 저 혼자 많이 구매할 수 없기에 친구들에게도 이미 손을 써놨습니다.
"1인이 구매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량을 사라! 너희들이 원하는 값진 보상을 하겠다."
저도 1인이 구매할 수 있는 최대 수량을 구매했고, 값진 보상에 눈이 먼 친구들은 닥치는 대로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것은 총 12개....
자신 있게 당근에 올렸습니다.
저 말고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 플레이모빌 골드 카드"를 올렸지만, 안 팔리겠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말 안 팔립니다.
가격을 낮춰도 안 팔립니다.
머릿속에 쉘터가 '너같이 건전한 자본주의의 시장을 흐리는 쓰레기와 함께 할 수 없어." 라며 제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전략을 세웠습니다.
바로 스토리텔링을 하자.
1차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컨셉은 '아내를 사랑하는 애처가의 선물'이었습니다.
결과는..
또 망했습니다.
우리 동네 애처가들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소고기 등심만 대접하나 봅니다.
다시 전략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스타벅스 굿즈 마니아 + 플레이모빌 마니아를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망했습니다. 두 게시물 모두 많은 관심은 받았습니다. 물건은 사지 않을 분들에게 이런 문자만 몇 개가 올 뿐이었습니다..
그냥 지나가시지 말고 하나 장만하시지...
결국 저는 딱 하나 팔고 나머지는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증정하는 기부천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고맙다는 사람들 앞에서 제 속은 타 들어가고, 빨리 수수료를 내 놓으라는 친구들에게 그동안 열심히 모았던 눈물의 비자금을 탈탈 털어 줬습니다.
그 후 저는 되팔이의 꿈을 버리고 정직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고요....
우리 정직하게 삽시다. 저처럼 벌 받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욕하셔도 됩니다. 저 당시 저는 욕을 먹어도 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