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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1시간전

멍청했던 겨울 캠핑의 추억

캠핑은 예전부터 다녔지만, 겨울 캠핑을 본격적으로 다닌 것은 2020년부터 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캠핑을 다니다 보니 추운 날씨, 아이가 밖에서 놀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저의 귀찮음으로 겨울 캠핑을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카페에서 겨울 캠핑 하시는 분들의 글을 보고 저도 용기 내서 겨울 캠핑을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장만한 것은 바로 팬히터. 원래 난로를 사고 싶었지만, 그 당시 아이의 나이가 7살이다 보니 팬히터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팬히터는 말 그대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줬습니다. 팬히터가 처음 배송된 날 기대감에 등유를 넣고 집에서 팬히터를 켜 봤는데, 아이와 팬티 바람으로 뜨거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겨울 캠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그렇게 떠난 첫겨울캠핑은 저의 멍청함과 무지함 때문에 아이와 얼어 죽을 뻔했습니다.


1. 환기


처음 겨울캠핑을 했을 때 주변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성을 하도 많이 들어 환기를 철저하게 했습니다.

문제는 환기를 너무 철저하게 했다는 것인데, 팬히터를 켰을 때 터널형 텐트의 좌우측 출입구를 거의 절반씩 환기를 위해 아니 생존을 위해 열어왔습니다. (정말 멍청했던 게 한쪽만 열면 환기가 되겠어? 하는 마음에 양쪽을 열었습니다.)


문제는 일산화탄소 중독이 아닌 오히려 얼어 죽을 뻔했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제게 "아빠 난로를 틀었는데 왜 추운 거야?"라 물었고, 저는 아이에게 엄한 목소리로 "원래 겨울 캠핑은 추운 거야. 견뎌, 이겨내야 해. 다들 이렇게 겨울 캠핑을 하는 거야."라고 하며 아이에게 여름날의 폭염, 따뜻한 엄마의 품 등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따뜻한 생각을 하라고 했습니다. 


2. 일산화탄소 경보기(감지기)


저는 아이의 건강과 안전이라면 깐깐한 편입니다. 그래서 일산화탄소 경보기도 무려 3개나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모두 같은 회사의 제품이었다는 것입니다. 더 멍청했던 것은 하나는 이너 텐트에 넣고 나머지 두 개는 나란히 팬히터 위에 놓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상으로 작동하는지 실험한다고 아이와 자동차 시동을 켠 뒤 배기구 앞에 둘이 쪼그리고 앉아 그 좋지 않은 배기가스를 사이좋게 아이와 나눠 먹으며 "와! 세 개 모두 정상으로 작동한다!" 라며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휴... 아이가 무슨 죄인지..


3. 그라운드시트


아무래도 이게 제 첫겨울캠핑에서 저지른 가장 멍청한 짓인 것 같습니다. 


이너텐트를 친 쪽에는 습관적으로 방수포를 깔았지만, 전실에는 그라운드시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깔지 않았습니다. 그라운드시트에 음식이나 음료 등의 이물질이 떨어질 것을 염려한 것이 아닌 "팬히터의 열기가 지속적으로 파쇄석에 닿으면 파쇄석이 뜨겁게 달아올라 전실 내부가 따뜻해지지 않을까?"라는 창의적인 등신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 창의적인 등신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맥반석 사우나를 머릿속에 상상하며 했던 것인데, 제 생각과 다르게 또다시 아이는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난로를 틀었는데 왜 추운 거야?"라 물었고, 저는 아이에게 엄한 목소리로 "원래 겨울 캠핑은 추운 거야. 견뎌, 이겨내야 해. 다들 이렇게 겨울 캠핑을 하는 거야."라고 하며 이번에는 좀 더 강력한 화력발전소, 용광로 등의 핫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아이와 마인드 컨트롤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의 멍청한 발상으로 발 시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자.. 저 같은 실수를 하실 분은 절대 없으리라 믿습니다. 


1. 겨울철 환기는 과하면 얼어 죽는다. 저는 페트병 양쪽 구멍을 뚫어 양쪽에 하나씩 놓다가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입구 쪽과 천장 벤틸을 살짝 열어놓는 정도입니다. 아직까지 죽지는 않았어요.


2. 일산화탄소 경보기 (감지기)는 필수, 가능하면 서로 다른 제품 2대를 전실과 이너에 하나씩! 그리고 가능하면 검증받은 좋은 제품으로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안전이 중요하잖아요..!


3. 꼭! 전실에 그라운드시트를 까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파쇄석, 데크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나마 그라운드시트를 깔면 적어도 발은 시리지 않습니다. 견딜만하다는 거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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