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 사건

by 이현주

1986년


막둥이 손녀가 걷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유난히 나른 거리던 오후,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는 날이었다. 방안에서는 첫째 손녀가 동네 언니와 만화영화를 보며 깔깔 거리고 있었다. 복숭아씨가 동생을 잘 지켜보라는 말을 했던 거 같은데, 난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한참 티브이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였다. 막둥이가 뜨럭(뜰)에 놓인 벌통을 파리채로 쑤시려 했다. 화들짝 놀란 난, 물론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그 사실을 알리려 지붕을 털며 새들을 쫒아 보냈다. 부산하게 지저귀는 소리라도 들으면 첫째가 밖으로 나와볼까 싶었다. 노력은 헛수고였고, 꿀벌들이 아이에 머리에 수십 방 침을 놓아 자지러지게 울자 다들 뛰어왔다. 파랗게 질린 복숭아씨는 이 아이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순 씨는 머리에 침독을 빼기 위해서 보드라운 아이의 머리를 연신 쥐어짰다. 밤새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생사를 넘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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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 간절히 기도를 해 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다행히도 며칠 내로 아이는 건강을 찾았고, 지금은 로열제리 덕분에 건강히 살고 있다며 추억을 안주삼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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