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by 이현주

1986년


장남이 다급한 목소리로 뛰어 들어왔다. 복숭아씨도 씻던 쌀을 던지고서는 일순 씨를 부축했다. 논에서 일하던 일순 씨가 경운기에 손가락을 다친 것이다. 빨간 피를 뚝뚝 흘리며 마당에 앉아 있는 그녀는 처마에 걸어 둔 시래기 같이 축 처져 있었다. 얼마간 병원에 간 그녀는 손가락에 차가운 쇠를 박아서 돌아왔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그 손은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논과 밭을 일구고 자식들 먹을 음식을 만들었으며, 나를 어루만져 주었다. 특히나 어린 손주들이 자주 배탈이 나면 “우리, 강새이(강아지) 배야, 배야 낫거라. 빨리빨리 낫거라.” 하며 문질렀다. 그녀는 의사 선생님 역할까지 거뜬히 해내고 있었다. 아마 다쳐서 들어오던 그 순간에 집안에 있는 그녀의 손을 거친 모든 것들이 위로하고 있었을 것이다.


IMG_7664 (편집됨).JPG
이전 10화갈색머리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