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표절 아냐? 오마주? 뭐가 다른데!
지난 엠포스의 컨텐츠 <밈이 뭐지?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하지?>에서 밈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밈 마케팅을 보며 '어? 이런 건 옛날에도 있지 않았나?' 싶은 프로님들이 있으실 거예요. 맞아요! 밈 전에도 우리 마케터에게는 재밌고 효율 높은 패러디 마케팅이 있었죠. 엄밀히 말하자면 밈도 패러디 마케팅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조금 차이가 있어요. 패러디 마케팅은 무엇이고, 밈과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자칫 논란이 될 수도 있는 패러디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엠포스와 함께 패러디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아요!
패러디와 밈, 뭐가 다른 걸까?
앞서 지난 컨텐츠에서 말씀드렸던 밈의 정의, 기억나시나요? 밈에 대해 '인터넷에서 시작된 유행이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재창작되는 패러디물'이라고 말씀드렸었죠. 밈은 흔히 '밈화되었다' 라고 하죠. 컨텐츠나 온라인상에서 사용된 영상, 이미지, 음악, 말 등이 유행하며 자연스럽게 밈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패러디는 무엇일까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패러디의 정의에 대해 '해학이나 조롱 목적으로 저작자나 저작물의 스타일을 흉내 낸 작품'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즉 단순히 따라 하는 것만이 아닌 원작 자체나 사회 현상 등을 풍자해 새로운 작품에 사용자의 '의도'를 담아야 패러디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적 정의와 달리 풍자나 조롱의 의도 없이, 원작을 떠올릴 수 있게, 하지만 '재밌게' 재구성한 작품을 흔히 '패러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구성 작품들을 패러디라 부를 수 없다고 하기도 해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오마주와 표절, 클리셰와 모티브
패러디는 자주 오마주 또는 표절과 자주 비교되곤 하는데요. 개념은 한 끗 차이지만 대중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죠. 여기에 클리셰와 모티브도 비슷한 듯 다른 느낌입니다.
먼저 오마주는 프랑스어로 '감사, 경의, 존경'을 의미한다고 해요. 원래 뜻만 봐도 감이 오시죠? 원작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누가 봐도 원작을 떠올 수 있도록 재창작한 것이 바로 오마주입니다. 오마주의 대표적인 예로 많이 꼽히는 것이 영화 <킬 빌(Kill Bill)>인데요. 아는 사람이 보면 킬 빌은 영화 전체가 오마주의 결정체라고 하죠. 킬 빌의 주인공, 우마 서먼(브라이드 역) 이 영화 대부분에서 입고 나오는 노란색 츄리닝은 1978년 작 영화, 이소룡의 <사망유희>를 떠올리게 하고, 루시 리우와의 설원 대결은 1973년작 일본 영화 <수라설희>를 그대로 본떠 만들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 외에도 10개가 넘는 영화의 장면을 따라 하거나 OST를 그대로 사용해 이를 찾아 나열한 영화 팬들의 컨텐츠도 참 많죠. 패러디와의 차이점도 느껴지시죠? 킬 빌은 패러디와 달리 이렇게 오마주한 원작을 풍자하거나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습니다. 이런 재창작이 오마주입니다.
표절은 쉽죠. 원작을 따라 한 것을 감추고 본인의 오리지널인 것처럼 하는 것이 표절입니다. 이는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크게는 법적 분쟁을, 최소한 대중의 지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마케팅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문제는 표절이 그 여부를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참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법적 기준이 있긴 하지만 법적 기준 내라고 해도 대중의 비난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또 표절자가 앞서 알아본 '오마주였다'라고 둘러대는 경우도 많죠.
클리셰는 '진부한 표현, 상투적인 말' 등을 의미합니다. 흔히 여주인공이 뒤로 쓰러지면 남주인공이 하필, 딱, 그 시간, 여주인공 뒤에 서서 '공주님 안기'하듯 받아준다던가, 전쟁터에서 사랑하는 가족이나 애인의 사진을 보여주는 병사는 그다음 씬에서 슬프게 죽음을 맞이한다던가. 이런 것들을 클리셰라고 하죠. 이러한 클리셰는 앞서 알아본 패러디, 오마주, 표절과 달리 원작이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어지는 흐름을 연상할 수 있어요.
모티브는 '움직이게 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motivum'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즉 창작을 시작하게 하는 시발점을 모티브라 할 수 있죠.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이 조선의 마지막 왕비, 영친왕비의 장신구를 모티브로 재해석한 '설화수 실란 명작 컬렉션'을 출시한 것 등의 모티브의 사례로 꼽을 수 있겠네요.
패러디와 오마주, 표절, 클리셰, 그리고 모티브까지. 어렵게 사전적 정의와 사례를 통해 알아보았는데요. 다 필요 없고, 한 네티즌이 기발하게 정리해 놓은 것을 보시면 바로 이해가 되실 거예요!
패러디는 원본을 알고 있으면 재미있는 것
오마주는 원본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
표절은 원본을 몰랐으면 하는 것
클리셰는 원본은 모르지만 어디서 많은 본 것
모티브는 창작을 이끌어낸 원본
남들은 어떻게 했나! 성공적인 패러디 마케팅 사례
지난해 말 공개되자마자 온라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CF가 있습니다. 시작은 배우 성동일이 정장을 입고 흔하디흔한 창호 광고를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곧 그 광고를 보는 것처럼 보이는 시청자 배우가 '저런 광고를 누가 보냐'라고 볼멘소리를 하죠. 그리고 밈으로도 자주 사용되었던 겔포스의 속 쓰림 해결 패러디 광고가 연결됩니다. 또 광고가 끝나기 직전 바로 화면이 전환되며 귀뚜라미 보일러의 대표적인 CF '여보, 아버님 댁에 하나 놔드려야겠어요'를 패러디한 광고가 이어지죠. 이후로도 2% 부족할 때, 꽃을 든 남자 등 스틸컷만 봐도 전 국민이 아는 유명 광고를 연이어 패러디하고, 이 중에는 휴대폰, 커피, 라면 등 창호와 전혀 관계가 없는 상품의 패러디 광고도 이어집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수많은 패러디 광고 중간중간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KCC 창호의 캐치프레이즈가 광고와 광고를 연결합니다. 이렇게 유명한 광고의 패러디를 끊임없이 연결하며 KCC 창호가 말하고자 했던 '연결'이라는 포인트를 각인시킵니다. 배우 성동일 특유의 지친 모습과 짜증 내는 말투로 재미 요소도 놓치지 않죠. 광고의 핵심 포인트와 재미 요소를 모두 놓치지 않은 이 패러디 광고는 유튜브에서 조회수 8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성공한 패러디 광고의 대표 사례가 되었습니다.
지난 2013년 공개된 팔도 왕뚜껑 패러디 광고도 성공적인 패러디 광고 사례로 자주 꼽히는데요. 팔도는 자사의 대표 상품 '왕뚜껑' 리뉴얼 상품을 출시하며 같은 해 공개되어 크게 화제가 된 '팬택 스카이 베가 아이언' 광고를 패러디했어요. 베가 아이언은 스마트폰 최초로 메탈 소재 케이스를 사용하며 광고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는데요. 특히 광고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캐치프레이즈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가 크게 유행을 했었죠. 팔도 왕뚜껑은 광고의 주인공을 개그맨 김준현으로 하여 원 광고의 색감부터 구도까지 싱크로율 높게 따라 했는데요. 패러디의 정점으로 유명한 베가 아이언의 캐치프레이즈 중 '메탈'을 '뚜껑'을 바꾸며 왕뚜껑 상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뚜껑 리뉴얼'도 확실하게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어요. 더불어 패러디 광고 제작 전 팔도에서 직접 팬택에 패러디 허락을 받아 혹시 생길지 모르는 저작권 침해 논란을 정당한 방식으로 타파한 패러디 마케팅 선례로 꼽히고 있죠.
패러디 마케팅, 주의할 점
새로운 소재에 비해 쉽게 화제가 될 수 있는 패러디 마케팅, 하지만 자칫하면 화제가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패러디는 누구나 쉽게 원작을 떠올 수 있었으면서도 유쾌한 포인트와 재창작자의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원작을 따라 하기만 한다면 표절 논란이 쉽게 제기될 수 있죠. 2013년 쥬얼리 브랜드 스톤헨지는 제시카-크리스탈 자매의 화보를 공개하고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2011년 발매된 패션 매거진 W의 다코다-엘르 패닝 자매의 화보와 구도, 포즈 등이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죠. 업체에서는 패러디로 봐달라고 해명했지만 결론적으로 대중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소송에도 휘말릴 수 있어요.
따라서 패러디를 할 때는 누구나 원작임을 알 수 있고 마케터의 의도를 담을 수 있도록 원작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는 것이 좋겠죠! 앞서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제시했던 팔도처럼 원저작권자에게 공유 및 사전 허락을 받을 수도 있겠고요.
패러디 마케팅을 기획할 때는 사회적 이슈에도 민감해야 합니다. 아무리 재치 있고 원작을 잘 패러디한 광고라도 논란거리로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면 난감하겠죠. 지난 2월 농심은 자사의 멸치 칼국수 라면을 홍보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패러디했습니다. 원작의 극장판이 막 국내 개봉을 한 시기에 만들어진 홍보물로, '극장판'은 '국장판'으로, '귀멸'은 '멸칼'로 변경해 영화 포스터와 비슷한 느낌의 광고 소재를 사용했는데요. 문제는 원작에서 주인공이 '욱일기' 모양의 귀걸이를 하고 있고 식민지 시대와 겹치는 일본의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등 패러디 대상의 애니메이션이 우익 논란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자연스럽게 이 패러디 광고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농심은 문제의 게시물을 얼마 안 돼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지 못한 패러디 광고는 제대로 된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없음은 물론, 브랜드 또는 기업 자체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패러디 마케팅은 무엇인지, 성공적인 패러디 마케팅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패러디 마케팅은 오리지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쉽게 소비자의 주의를 끌 수 있지만 집중된 시선을 긍정적인 반응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기획을 담당한 마케터의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 꼭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