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까지 각 3가지 요소의 앞자리 알파벳을 딴 용어로, 재무 지표가 아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 지표를 말한다. 최근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기후 변화 등의 사회적 문제가 주목받으며 떠오른 키워드이자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따르는 소비 활동 '미닝아웃'을 추구하는 MZ 세대들이 많아지며 잠시 스쳐 지나가는 트렌드가 아닌 새로운 기조로 인정받고 있는 개념이다. ESG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친환경, 사회 기여 등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은 ESG의 3가지 요소 중 가장 핫하고 또 많은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친환경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친환경 마케팅, 마케팅으로써의 가치는?
친환경 마케팅은 제품 생산,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환경 보호 및 보전을 목적으로 추구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친환경 제품은 관련 설비 구축 등 다양한 이유로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조금 더 높게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사회적 공동의 가치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고려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으로써의 가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사회적 공헌의 목적 외에 기업을 위한 마케팅으로써도 친환경 마케팅은 가치가 있을까?
지난해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만 20세 이상의 자사 고객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가 본 ESG와 친환경 소비 행동'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친환경 제품 구매를 위해 일반 제품 대비 10%까지 추가 지불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Z세대, 즉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젊은 세대들은 친환경 제품 구매를 위해 21.6%까지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현재 그리고 향후의 주 소비층이 될 젊은 세대들이 특히 친환경 소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친환경 시장 규모는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청, 그리고 관련 업계의 조사에서 지난 2020년 친환경 소매시장 규모는 약 30조 원으로 전체 소매시장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있었다. 또 이 비중은 매년 늘어나고 있어 최근에는 10%까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불어 MZ 세대들은 친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을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해당 기업들의 친환경적인 행보 외에도 응원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응답한 친환경 마케팅은 무엇이 다를까?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제 소비자들이 호응한 성공 사례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글로벌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마케팅이 주목받기 전부터 다양한 친환경적 행보를 보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먼저 지난 1988년부터 시작하여 모든 제품의 소재를 유기농 면 등의 친환경 소재로 변경했다. 또 꾸준히 환경보호 단체에 기부도 하고 있다. 전체 이윤의 10%를 기부한 것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총매출의 1%를 기부하고 있고 현재까지 1,100억 원 달러 이상의 누적 금액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친환경적 행보와 함께 파타고니아의 'Don't buy this jacket' 광고 캠페인도 유명한 친환경 마케팅 성공 사례 중 하나다. 파타고니아는 지난 2011년, 미국에서 1년 중 가장 소비가 많아지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뉴욕타임즈에 광고 하나를 게재했다. 자사의 인기 제품 'R2 재킷' 이미지와 함께 'Don't buy this jacket' 즉, 이 재킷을 사지 말라는 문구를 넣었다. 역설적인 내용의 이 광고를 통해 파타고니아는 플리스 재킷을 생산하며 배출되는 마이크로 플라스틱 섬유가 바다까지 흘러들어가며 환경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게 되는 배경을 알리게 되었다. 더불어 새로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기존에 보유한 헌 옷을 잘 활용하는 것이 환경에 더 도움이 된다는 '원웨어(Worn Wear)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실제 해진 옷을 고쳐 입고 끝까지 활용하는 다양한 자사 소비자들의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고, 더불어 말뿐만이 아니라 '파타고니아'의 옷 외에도 해진 옷을 수선하여 입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상(일부 부자재 사용 시 해당 금액만 청구)으로 옷을 고쳐주는 '원웨어 서비스'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국내에서도 서울과 부산의 파타고니아 직영점 2곳에서 상시로 제공하고 있다.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는 파타고니아의 진정성 있는 행보에 호응한 소비자들은 오히려 파타고니아의 매출을 올려주며 충성도 높은 팬이 되었고 현재 파타고니아는 명실상부한 미국의 3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어쩌다 새로운 화장품을 구매해 보면 실제 제품보다 쓰레기가 되는 포장이나 용기가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손바닥보다 작은 수분크림 하나를 구매하는데 제품보다 2배는 더 큰 박스에 또 그 큰 박스 안에서 제품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 종이 칸막이까지, 심한 경우에는 그 박스를 뒤덮고 있는 비닐도 나오게 된다. 러쉬는 이러한 쓰레기가 처음부터 나오지 않도록 네이키드 코스메틱을 지향하고 있다.
러쉬 매장에 한 번이라고 가보신 분이라면 기억하실 것이다. 러쉬의 주력 상품, 배쓰밤이 별다른 포장 없이 제품 그대로 쌓여있다. 또 구매한 제품도 종이에 잘 싸서 줄 뿐 과한 포장을 하지는 않는다. 온라인 몰을 통해 러쉬 제품을 구매한다면 이야기가 다를까? 그렇지 않다. 러쉬는 제품 배송에서도 재활용 가능한 종이 상자와 함께 완충재도 역시 종이 혹은 물에 녹는 옥수수 완충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간혹 아이스팩을 보내줄 때도 바로 흘려보낼 수 있는 물을 얼린 아이스팩을 사용하고 있다. 또 선물 포장을 원하는 경우에도 꼭 100% 재생용지, 보자기, 80% 재활용된 백토 등의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2018년에는 말 그대로 네이키드 코스메틱 제품을 출시했다. 출시된 제품은 파운데이션과 하이라이터 제품이지만 일반적인 제형이 아닌 고체를 채택하여 이 내용물을 담기 위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 제품에서 유일하게 내용물이 아닌 손잡이조차 밀랍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사용을 끝낸 용기를 재활용 쓰레기로 배출해도 실제로는 재질, 구조, 첨가물, 또는 잔여물 등의 문제로 90% 가까이 재활용으로 배출된 용기가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것이다. 이러한 현 상황을 생각해 보면 러쉬의 선택은 실질적인 친환경 마케팅 행보라 할 수 있겠다.
앞서 소개드린 기업들이 자체적인 공정과 서비스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변화를 이뤄냈다면 이번에 소개해 드릴 기업들은 이미 생산되어 버린 폐기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방식을 택했다. 바로 업사이클링이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을 합친 용어로,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프로님들이 알고 계시는 '프라이탁'이 바로 이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가방 브랜드다. 프라이탁은 기존의 원단이 아닌 버려진 트럭의 방수 덮개, 에어백, 안전벨트 등의 폐기물로 가방, 파우치, 지갑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 특히 방수 덮개는 최소 5년 이상 사용된 것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폐기물로 만들었으니 가격은 착하겠지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프라이탁의 대표적인 백팩 제품은 작은 사이즈라도 최소 20만 원 가까이. 비싼 제품은 50만 원을 넘어간다. 그럼에도 튼튼하고 방수성이 높은 제품 자체의 가치, 소재의 특성상 세계에서 단 한 개밖에 나올 수 없는 디자인이라는 희소성, 그리고 무엇보다 프라이탁이 업사이클링을 선택한 브랜드의 신념에 많은 소비자들이 공감하며 프라이탁을 선택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을 통해 친환경 마케팅을 보여준 국내 사례도 있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누깍'과의 협업을 통해 '페현수막 업사이클링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카카오게임즈는 사내에서 사용한 폐현수막을 '카드지갑'으로 만들었고, 만들어진 제품들은 임직원들에게 배포되었다고 한다. 또 현대자동차는 자동차를 생산하며 나오는 폐기물로 만든 미술 작품들을 선보였다.
친환경 마케팅을 할 때 주의할 점
광고, 제품 생산, 그리고 업사이클링까지 앞서 소개해 드린 기업들의 친환경 마케팅 사례들은 모두 다른 방식을 보이고 있다. 수많은 친환경 마케팅 중 소비자들이 이 기업들의 친환경 마케팅에 호응해 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많은 전문가들이 친환경 마케팅을 할 때 꼭 기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가치 '진정성'에 있다.
반면 쏟아지는 친환경 마케팅이 모두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일부는 이른바 '그린워싱' 논란으로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지구의 날을 기념한다는 명목 하에 우후죽순 쏟아졌던 이른바 굿즈들이 대표적인 그린워싱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의외로 '생분해 플라스틱'도 비슷한 논란이 있다. 옥수수 전분 등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속도가 빨라 많은 소비자들이 친환경 소재라고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매립 방식을 통해 처리해야만 제대로 분해가 된다고 한다. 즉 생분해 플라스틱이 친환경 소재라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통용되는 친환경 제품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친환경 마케팅을 할 때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마케팅에 호응하는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고 확실한 기업의 가치관을 세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소비자들에게 숨기는 것 없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환경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례와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보았다. ESG 경영으로 가장 많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오늘 소개해 드린 친환경 마케팅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많은 기업들이 사회 기여, 그리고 노조 상생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다음 엠포스의 ESG 경영 컨텐츠에서는 사회 공헌에 힘쓰는 기업들의 사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