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당근마켓'이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에 선정되었다는 보도가 발표되었다. 기업 설립으로부터 약 7년, 전국 단위의 비즈니스가 진행된지는 단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실제로 당근 마켓은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앱 순위에서 3위, 국내 월간 활성 사용자(MAU) 기준으로는 8위를 기록하며, 국내에서 페이스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앱이 되었다. 당근마켓은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또 기존의 강력한 중고거래 서비스, 중고나라의 아성은 어떻게 넘어섰을까? 오늘 엠포스에는 당근마켓과 당근마켓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판교장터로 시작한 당근마켓의 퍼플오션 전략
현재는 전국 단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당근마켓이지만 2015년 7월, 서비스 시작 단계에서는 익명 기반의 직장인 앱 '블라인드'처럼 직장 이메일 인증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고 한다. 특히 서비스 대상을 판교 테크노밸리 직장인들만으로 한정지었다. 때문에 처음 서비스의 이름도 당근마켓이 아닌 '판교장터'였다.
초창기에는 초기 유저 1천 명 확보를 목표로 잡고 먼저 상품 구성을 갖추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는 서비스에 물건을 올리고 실제로 거래를 한 유저를 대상으로 간단한 경품이나 기프티콘을 보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상품이 어느 정도 갖춰진 다음에는 주요 타깃이었던 판교 테크노밸리 직장인으로 대상으로 드론으로 현수막을 띄우는 식으로 광고를 했고 페이스북 광고도 진행했다고 한다.
이후 2015년 10월, 판교장터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당근마켓'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하고 유저 대상을 판교 테크노밸리 직장인에서 판교 주민으로 확대했다. 이때부터는 직장 이메일 인증을 없애도 대신 GPS 인증을 도입했다고 한다. 당근마켓은 이후 다시 서비스 지역을 판교에서 분당구로, 분당구에서 경기도로 점차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여 현재는 전국 단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당근마켓이 퍼플오션 전략을 아주 영리하게 사용했다고 평가한다. 퍼플오션 전략이란 레드오션 시장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확장해가는 마케팅 전략으로, 당근마켓은 이미 '중고나라', '번개장터'라는 대형 중고거래 서비스가 포진해 있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동네 기반의 중고거래 서비스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냈다는 것.
'동네' 기반의 하이퍼 로컬 전략
당근마켓의 뜻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채소 '당근'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당근마켓의 원래 뜻은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줄임말. 말 그대로 당근마켓은 사용자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 근처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첫 가입 시부터 GPS를 통한 인증을 받아 최대 반경 6km,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3~4km 이내의 지역으로만 거래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가입할 때 이후로도 30일에 한 번씩 동네 인증을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거래 가능한 지역도 최대 2개까지만 설정 가능하도록 제한해놓았다. 이러한 조치는 당근마켓의 신뢰도 확보에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사실 당근마켓 이전의 중고거래는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사회적 문제로 제기될 만큼 '중고거래 = 사기'라는 인식이 강했다. 기존의 중고거래 서비스들 역시 이러한 사기 거래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부정적 인식까지 바꿔놓기 쉽지 않았다. 또 거의 도배하듯 글을 올리는 이른바 '업자'들의 행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에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당근마켓은 동네 주민으로 거래 상대를 제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직거래를 유도하고 동시에 '매너 온도' 기능으로 믿을 수 있는 당근마켓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해냈다. '매너온도'은 사람의 기본 체온 36.5도를 기준으로 실제 거래자들이 서로를 평가하여 좋은 평가를 받을수록 온도가 올라가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수록 온도가 내려가도록 한 기능이다. 이 기능은 '매너 온도 99.9도의 클래스'라는 주제로 당근마켓 특정 유저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될 만큼 당근마켓 유저들 사이에서 신뢰도의 척도로 인정받고 있다.
동네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생긴 당근마켓만의 특별한 문화도 눈에 띈다. 바로 '무료 나눔' 그리고 '도움 요청' 같은 것이다. 당근 마켓에서는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쉽게 보기 힘든 '남은 음식 무료 나눔'이라거나 '벌레 잡아주실 분 구함'같은 거래 요청을 쉽게 볼 수 있다. 거래를 올리는 당사자가 해당 게시물을 보는 사람과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당근마켓 만의 독특한 거래들 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생긴 문화뿐만 아니라 당근마켓은 '내 근처', '동네생활' 등의 서비스를 오픈하여 유저들이 서로 동네 거주자만이 알 수 있는 생활 꿀팁이나 맛집 정보, 친절한 병원 정도 등도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플랫폼에서 노출되고 있는 광고 역시 지역,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동네 기반 상권의 광고들이 노출되고 있다. 단순히 지역이 아닌 '아주 좁은 범위의 지역'을 서비스 지역으로 한정 지은 당근마켓의 하이퍼 로컬 전략이 '중고거래 시장'이라는 레드오션에서 당근마켓이 앞서갈 수 있게 한 특별함이라 할 수 있겠다.
이용자 의견과 경험을 토대로 한 기획과 광고
앞서 소개한 '매너 온도' 기능은 이용자의 의견을 토대로 나온 기능이라고 한다. 당근마켓은 이렇게 이용자의 의견을 신규 서비스 기획 및 개선에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당근마켓의 간편결제 서비스 '당근 페이' 역시 거래를 위해 현금을 준비하거나 직거래 장소에서 계좌번호 등의 개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용자 의견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기업의 이익이 아닌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기능이라 그런지 결제 과정에서 별도의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또 광고에서도 이용자 경험을 적극 반영한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당근마켓의 TV CF가 그 대표적인 예.
약속 장소에서 거래할 물품을 들고, 혹은 돈을 들고 거래할 상대 '당근'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모습, 그리고 혹시 아니면 어쩌지 하며 조심스럽게 '당근이세요?' 하고 말을 거는 모습, 아내 또는 여자 친구의 부탁을 받아 어떤 물품을 거래하는지조차 모른 체 일단 나와서 거래하는 남자들의 모습까지. 당근마켓을 통해 단 한 번이라도 거래를 해보았다면 누구나 '나도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완전 공감 가는 내용으로 만들어진 광고였다. 실제로 이 광고는 현실 반영 CF로 온라인상에서 꽤 화제가 되었었다.
빠르게 성장한 당근마켓의 마케팅 전략 일부를 알아보았다. 사실 당근마켓의 성장은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과도 연관이 있기도 하다. 코로나가 불러온 경제 불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중고 거래를 찾게 되었다. 또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 자체도 단순히 싼 물건을 산다기보다 본인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나에게 필요한 소비를 현명하게 구매한다는 것으로 변화한 점도 중고거래 시장의 빠른 성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치열한 중고거래 시장에서 다른 플랫폼에 비해 우위에 선 것은 당근마켓만의 특별한 서비스 전략이 성공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당근마켓은 이후에도 더 세분화된 지역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빠른 성장을 이뤄낸 당근마켓의 다음 행보도 기대해볼 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