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포스는 지난 컨텐츠 '카피부터 광고 소재까지, AI한테 맡긴다고?'를 통해 생성 AI를 카피라이팅 및 광고 소재 제작에 활용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는 Chat GPT로 대표되는 생성 AI가 화제가 되기 전부터 초개인화 마케팅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었다.
오늘은 초개인화 마케팅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빅데이터, 그리고 AI를 활용해 초개인화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는 사례들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개인화 vs. 초개인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초개인화 이전에 '개인화 마케팅'이 있었다. 초개인화와 개인화 모두 타깃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상품, 메시지 등을 노출시키는 마케팅이다. 하지만 '개인화 마케팅'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제공한 나이, 성별 등의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세분화된 그룹'을 만들어 타깃팅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남성 '그룹'을 타깃으로 올인원 스킨케어 제품에 대한 광고 메시지를 노출시키는 것이 개인화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초개인화 마케팅'은 소비자가 제공한 기본 데이터 외에도 개개인의 차별화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소비자가 필요한 것만이 아닌 소비자가 미쳐 인지하지 못한 향후 니즈까지 예측하여 제공할 수 있는 마케팅을 말한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면, 초개인화 마케팅에서는 단순히 서울 거주 20대 직장인 남성이 아닌, 주말에는 혼자 캠핑을 즐기고, 매일 평일 아침 출근길에는 회사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구입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보유한 자동차의 주유를 하는 A씨를 타깃으로 한다. 그래서 개인 A씨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 행동을 예측하여 주말 전에는 A씨에게 캠핑 관련 제품광고를, 평일 아침에는 A씨가 자주 이용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할인 쿠폰을, 또 한 달에 한 번 이상 주유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 추천 광고를 A씨에게 노출한다.
초개인화 마케팅 적용 사례
그렇다면 기업들은 초개인화 마케팅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유통 (이커머스)
아마존이나 쿠팡에 들어가면 내가 자주 구매하는 제품은 물론, 한 번 구경한 제품, 또는 장바구니에 넣어두기만 한 제품과 비슷한 카테고리의 제품들이 쭉 노출된다. 이커머스를 포함한 유통업계에서는 이렇게 고객이 자사 채널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검색했는지, 어떤 페이지에 오래 머물렀는지 등 다양한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더 많은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G마켓은 지난 2월, 모바일 홈 화면에 큰 변화를 줬다. 일반적으로 이커머스의 모바일 화면은 고객에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으로 기업이 밀고 있는 프로모션이나 기획전의 제품들을 먼저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G마켓은 이러한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 구매 또는 살펴본 제품, 검색 빈도, 체류 시간 등 고객의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고객 관심도가 높은 제품이 먼저 확인되는 개인 맞춤 화면으로 개편했다. 특히 홈 정면에 바로 노출되는 데일리 특가딜이나 슈퍼 딜이 정렬에서 고도화된 개인 맞춤형 상품을 노출해 구매를 이끌어 낸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G마켓이 1년에 딱 2번 진행하는 대대적인 프로모션 이벤트, '빅스마일데이'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지난 5월에 진행된 2023 상반기 빅스마일데이에서는 관련 섹션에 이러한 AI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고객이 조금 더 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품들이 추천되었고 할인 쿠폰 역시 개인이 적용받을 수 있는 최적의 구성으로 노출되었다고 한다.
국내 면세점 중에서는 롯데 면세점이 업계 최초로 AI 빅데이터 기반의 초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을 선보였다. 롯데면세점의 초개인화 시스템은 '이벤트 정보 제공' 등의 마케팅 부분에 적용되었는데, 회원 등급, 출국 일정 등 기존의 단편적인 데이터 기반으로 제공되던 이벤트 정보를 고객의 과거 구매 상품, 페이지별 체류 시간, 행사 반응률 등의 데이터까지 반영해 고객에게 필요한 최적의 시점에 이벤트 정보를 제공했고 실제로 7개월간의 초개인화 시스템 시범 운영을 통해 기존 시스템 대비 6배 이상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한다.
금융
금융 분야 역시 일찌감치 인공지능과 마이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고객 개개인 맞춤형 서비스, 초개인화 뱅킹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초,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 '아이 웰스(AI Wealth)'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이 웰스는 고객의 과거 거래 이력을 분석하여 각 고객의 '투자 DNA'를 도출한다. 이렇게 도출된 고객별 투자 DNA는 투자 포트폴리오, 구독 등의 라이프 스타일 금융 관리 등 고객에게 딱 필요했던, 각기 다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데 활용된다.
신한은행의 공식 애플리케이션 SOL에서는 고객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머니 버스'를 만나볼 수 있다. 머니 버스는 마이데이터 정보를 기반으로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8개 업권 200개 금융기관을 연결해 통합 관리를 할 수 있는데, 신한은행의 정보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의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고객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을 제안하고 보유 자산과 소비 패턴 등을 통해 절약, 절세, 신용 관리 등 통합적인 금융 관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건강
헬스 분야 역시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초정밀 개인 맞춤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는 분야다.
필라이즈는 초개인화 영양 관리 앱 서비스이다. 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처음 가입을 해보면 기본적인 성별, 나이대는 물론이고 고민되거나 개선을 원하는 건강 고민, 기저 질환, 현재 복용 중인 약 등 건강에 관련된 조금 더 상세한 건강 설문을 진행하게 된다. 필라이즈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나에게 현재 필요한 영양제나 약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추가적으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나의 건강 검진 기록을 연동시키면 본인이 미쳐 생각지 못했던 건강 문제까지 고려한 추천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뷰티
커스텀 미는 화장품 기업으로 명성이 높은 아모레 퍼시픽에서 지난해 런칭한 뷰티 브랜드로, 커스텀 미를 통해 초개인화 개인 맞춤 에센스 '비스포크 에센스'를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에센스를 포함한 스킨케어 제품은 나에게 맞는 제품 찾기가 어렵다. 남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제품이라도 나에게는 정말 아닌 경우가 참 많다. 하지만 커스텀 미는 단순히 고객이 몇 가지 베리에이션을 한 선택지 중에서 옵션을 고르도록 하지 않는다.커스텀 미의 비스포크 에센스는 자신의 얼굴을 직접 촬영하여 피부 상태에 대한 분석을 받고, 피부 고민에 대한 설문을 추가하여 이에 맞춰 조합된 맞춤 상품이다. 이를 위해 1:1 전담 매니저가 가이드를 제공하고 무려 18,400개 조합의 에센스가 준비되어 있다. 또 구매 후에도 전담 매니저를 통해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커스텀 미 이전에도 이미 특화 매장 '아모레 성수'를 통해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 파운데이션 제품 '베이스 피커'를 제공한 적이 있다. 베이스 피커 역시 20단계 밝기, 5가지 색상톤의 조합으로 100가지 색상, 2가지 텍스쳐 중 선택하여 나에게 맞는 파운데이션 및 쿠션을 구매할 수 있다.
웨이크미는 CJ온스타일이 런칭한 개인 맞춤형 화장품 브랜드다. 웨이크미에서는 1:1 온라인 문진, 레시피 도출, 조제로 이어지는 '디지털 테일러드 뷰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시작한 첫 제품은 '마이샴푸'다. 마이샴푸는 자신의 두피와 모발 상태를 진단하고 이에 맞춘 기능과 효과에 취향의 향을 선택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맞춤 마케팅, 초개인화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았다. 크게 유통, 금융, 건강, 뷰티로 나눠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았는데, 이외에도 패션업계에서는 나의 취향에 맞는 옷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이에 맞는 조합의 스타일링까지 제안하고, 가전업계에서는 내가 원하는 기능으로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가전을 선보이는 등 초개인화 마케팅은 더욱 많은 분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업의 경계를 넘어 초개인화 마케팅이 또 어떤 분야에 적용될지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