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공황장애 약을 먹은 지 1년이 되어간다. 회사 업무가 계속 쌓인다고 힘들어하던 어느 날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놀라서 여러 가지 검사를 했지만 결과는 이상 없음. 정신과로 갈 것을 추천받아 이것저것 검사한 후 공황발작이란 결론 끝에 약을 먹기 시작했다.
남편은 회사만 가면 공황증상이 왔다. 회사가 아닌 곳에서는 별증상도 없고 멀쩡히 잘 지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니 자신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나, 가장이기에 그야말로 꾸역꾸역 회사를 다녀주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아침, 남편은 회사를 못 가겠다며 온몸을 떨면서 바닥에 주저앉아서 울었다. 한계점이 왔구나 라는 감이 왔다. 그래, 오래 버틴 거지. 이만큼 버틴 것도 용하지. 불쌍하고 가여웠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할 뿐.
나는 상사분꼐 전화를 해 이런 상황이라 오늘은 회사를 못 갈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남편을 진정시켰다.
안 가도 괜찮아. 그만둬도 괜찮아. 당신만 괜찮아지면 된다고.
남편은 한 달 휴직을 했다. 업무들을 동료에게 나눠지는 것이 미안한 휴직. 마음 편한 휴직이란 게 있을까? 쉬는 것도 민폐가 되어버린 휴직. 동료들에게 미안해도 일단은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는상담을 전문으로 하시는 신부님을 소개받았고, 고맙게도 신부님께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셨다. 신부님이 계신 곳은 차로 한 시간 반정도 걸리는 곳이었는데, 한 달 동안여행 삼아 가서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상담도 받으면서 남편을 달랬다.
한 달 후, 남편은 상태가 많이 괜찮아졌다. 복귀하기에 완벽하진 않아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다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노심초사하며 퇴근하고 오면 안색부터 살피는 날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은 흙빛이었고 어느 날은 그래도 평범하게 찌든(?) 얼굴이었다. 그렇게 하루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있다.
우리는 공황장애를 가진 부모가 되었다.
건강한 부모가 되어주지 못한 것에 남편도 나도 아이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아이의 정서가 불안해지지 않도록 절대 싸우거나 큰소리를 내지도 않으며 지내고 있고 신체활동도 많이 하며 놀아준다. 다행히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없이 잘 자라고 있다.
아이가 없었다면 다른 사람은 다 잘 사는데 내 인생만 대체 왜 이럴까 하면서 술 마시고 신세한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어쩌면 십년전처럼 무기력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임질 것이 없었다면 그냥 흘러가는데로 살았을 텐데 아이라는 존재가 있기에 약도 먹고 마음공부도 하고 상담도 받고 적극적으로 관리를 하고 애를 쓴다. 아이에게 고마워 하고 있다.
물론 버겁고 힘들때가 있다. 없다면 그건 거짓말. 그럴땐 서로 번갈아 가면서 아이를 케어하면서 서로에게 쉴 시간을 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서 버텨나간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오늘도 함께 힘을 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