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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긍정 Aug 04. 2019

고기 친구 명이나물, 알고 보면 너도 마늘??

싱그러운 과학, 우리 풀 이야기

언젠가부터 고깃집에서는 명이나물을 내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고깃집이라는 인상을 주는 명이나물 절임.

얼마 전 오래 알고 지내는 후배와 함께 오랜만에 좋은 음식 먹으러 함께 했었어요.

언니 이거 진짜 맛있어요 하면서 명이나물을 챙겨주는 후배를 보고 문득 명이나물과의 추억이 생각났어요.


저는 2005년 명이나물을 처음 만났는데요,

그때 제가 알던 그 맛있는 식물의 이름은 산마늘이었습니다.


산마늘(Allium microdictyon Prokh)


깊은 산 숲 속에서 자라는 백합과 부추속의 산마늘은 식물 전체에서 마늘향이 나는 특징이 있어요.

산에서 나는 나물 중 유일하게 마늘향이 난다 하여 산마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명이나물이란 이름은 사람의 명을 이어주는 나물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래요.

예전 울릉도에서는 보릿고개 대신 춥고 배고픈 겨울엔 산에서 눈을 헤치고 산마늘을 캐서 먹고살았는데요, 그래서 추운 겨울에도 명을 이어주는 나물이라 하여 명이나물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배고픔을 달래주고 영양도 채워줄 수 있는 산마늘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명이나물.

산마늘의 또 다른 이름은 신선초인데요, 산마늘을 먹으면 신선처럼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 있다고 하여 오대산 월정사 스님들이 붙여주신 이름이라고 해요.   

그리고 산마늘에 대해 가장 흥미로운 설은 단군신화에서 곰이 마늘을 먹고 웅녀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사실 그 마늘이 우리가 아는 마늘이 아닌 산마늘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 2018년에 한국민속학회에 발표된 "유라시아 곰 신앙과 단군신화의 쑥과 마늘을 통해 본 웅녀의 재해석"이라는 논문이 흥미로워서 인용해봤어요

마늘로 번역된 단군신화의 ‘산(蒜)’은 유럽의 채식운동과 함께 재평가된 야생 나물로, 이들은 동면을 마치고 굴 밖으로 나온 곰들의 첫 식량, 라틴어 학명으로는 ‘곰파(Allium ursinum)’였음을 유라시아 24개국 해당 명칭 비교로 확인했다. 이 나물은 곰들과 공진화하며 북반구 전역으로 서식 지역을 확장했고, 토테미즘 최고의 신격 곰어머니의 식량이 되어 현생 인류와도 공진화하며 한반도에서는 1882년 고종의 특별 칙령에 따라서 다음 해 울릉도로 이주한 조선인들의 연명 거리가 되어 ‘명이나물’이란 이름을 얻게 된 산마늘이다. (전문 링크)

곰이 먹는 파. 서양에서는 bear leek 이라고도 부르는 "Allium ursinum"라는 식물이 곰이 먹고 웅녀가 되었다는 그 마늘일 수도 있다니!!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맛있고 신비로운 산마늘. 제가 처음 산마늘을 만났을 때에는 지금처럼 산마늘이 흔하지 않을 때라, 식물 공부를 위해 강원도를 들릴 때나 조금 맛볼 수 있는 귀한 쌈채소였어요.

그때는 산마늘이라고 아주 쌉쌀하니 맛있는 풀이 있는데, 요놈이 울릉도에서 나는 건 따뜻한 바닷바람 맞고 자라서 그런가 잎이 조금 더 넓고 보드라운데, 설악산에서 자라는 건 잎이 더 좁고 쨍쨍하면서 아릿한 향이 더 강한 매력이 있다는 얘기를 들려주시며 조금씩 고기쌈에 넣어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힌다고 슬쩍 밀어주시던 채소가 얼마나 맛있던지요. 그 매력에 빠져서 지금도 종종 명이나물에 고기를 싸 먹을 때에는 그때 생각이 나곤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산마늘이 자생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중부 이북에 자생하는 산마늘과 울릉도, 지리산, 설악산 등에서 자생하는 울릉산마늘(학명: Allium ochotense Prokh)로 구분되는데요, 울릉산마늘은 잎이 조금 더 넓은 특징이 있어요. 이 중 우리가 주로 먹는 명이나물은 울릉산나물이라고 해요.

(왼쪽) 산마늘 표본, (오른쪽) 울릉산마늘 표본.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원작사: 김진석


명이나물은 다들 아시는 것처럼 간장에 절여서 한 잎씩 싸 먹는 것이 별미인데요, 요 잎 1장이 굉장히 귀한 잎입니다. 한 개체의 산마늘의 잎은 1년에 딱 1장만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무릇 식물이라 하면 자르면 또 나고 하는 매력이 있어서 보통 상추 한 포기 심으면 여러 장 따먹고 그러는데요, 이 산마늘은 일 년에 잎은 딱 1번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 울릉산마늘은 한 포기에서 잎이 2~3개 나오는데, 이 중 1장은 남기고 수확한다고 하니, 한 포기를 심어도 잎은 2~3개 밖에 얻을 수 없는 아주 귀한 나물이죠.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산마늘은 기계수확하지 않고 하나하나 사람이 직접 수확한다고 해요. 한 잎 한 잎 정성 들여 수확하는 그야말로 귀한 식물이죠.


이렇게 귀한 산마늘의 잎에는 아미노산과 베타카로틴, 칼륨, 비타민 K1 등 다양한 영양성분이 풍부하고요, 최근에는 부추보다 비타민 C 함량이 더 높고, 당뇨 예방 및 개선 등 다양한 건강 관리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되어있어요.


대부분은 장아찌의 형태로 많이 먹고 있지만, 사실 산마늘의 생잎은 쌈채소로 아주 좋아요. 마늘을 넣지 않아도 은은하고 알싸하게 퍼지는 마늘향과 부드러우면서도 도톰한 잎의 식감이 정말 좋거든요.

최근에는 국립산림과학원을 통해 산마늘의 재배와 보관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니 조만간 신선한 국산 산마늘로 쉽게 쌈을 싸 먹는 날이 올 것 같아요.


산마늘은 초기 재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사람이 직접 수확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한 번 심으면 최소 20년 이상 재배할 수 있고 산마늘의 생명력이 강해 병해충에 의한 피해가 적은 장점이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농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한동안은 중국산 산마늘이 너무 많이 유통되어서 안타까웠는데 품질 좋은 국산 산마늘이 더 많이 보급되길 기대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자연방식재배를 통해 야생에서 자란 것과 같은 맛을 내도록 재배할 수 있다고 하니 신선한 산마늘 쌈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어요.  


그런데, 산에서 나는 나물이라고 하여 등산 중 채집하거나, 아니면 산에 나물 수확을 목적으로 가서 마구잡이로 채집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습니다. 산마늘 불법채취는 2019년 3월 경북일보에도 보고된 적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예요. 당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국유림에 입산하여 100만원어치의 산마늘을 무단 채집한 일당을 적발한 것에 대한 기사가 났었는데요, 산에서 식물을 채집하는 경우는 자연훼손의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유사한 식물을 혼동하여 채집하고 섭취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어요.


산마늘과 비슷하게 생긴 식물로는 비비추, 얼레지, 박새와 은방울꽃 등이 있는데요, 이 중 박새와 은방울꽃은 심각한 독성이 있는 독초입니다. 박새는 섭취 시 구토 및 저혈압 등의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요 먹은 사람의 맥이 약해지는 특징이 있어요. 꽃이 예쁜 은방울꽃은 먹을 경우에는 심장마비 등 심각한 독성이 있는 독초입니다. 물론 박새아 은방울꽃은 산마늘과는 모양은 비슷하지만 마늘 향은 나지 않는 특징이 있어 구분할 수는 있다고 하는데요, 잎에서 나는 풀내음과 마늘향을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산에는 독버섯뿐 아니라 독초도 있으니 환경보전은 물론,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검증된 식물을 구입해서 드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저는 사실 보고서나 논문 등 학술서적 이외에는 목적이 없는 글을 써본 적이 별로 없고, 감정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자발적을 글을 쓴다는 것이 매우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아직은 영상보다는 글이 갖는 힘을 믿는 입장에서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 또는 친구에게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남겨보고자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직은 브런치에 이런 글을 써도 되는지 자신 없기도 하고 글의 순서가 뒤죽박죽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글은 어떻게 마쳐야 하는가입니다. 지난 추억이 떠올라서 시작한 이번 명이나물 글은 특히 마무리가 어렵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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