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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긍정 Jun 15. 2020

그냥 먹으면 안되는 강황과 울금 이야기

식물에서 찾은 건강, PhytoTherapy

샨티샨티 카레카레야~ 완전 좋아 아 레알 좋아!

카레 좋아하시나요? 분명 외국음식인데 김치랑 너무 잘 어울리는 카레!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카레의 주원료는 강황입니다.


강황과 울금은 우리 생활에 정말 많이 사용되는 식물이에요. 카레덮밥, 카레우동, 카레빵 등 다양한 음식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카레! 요 카레에도 강황과 울금이 들어가고요, 진하고 노란색이 예쁘고 불면증에도 좋다고 알려진 골든 라테도 주원료가 강황이죠.


그런데 강황, 울금 잘 드시고 계신가요? 몸에 좋다는 강황, 울금과 그 몸에 좋다는 성분을 진짜로 내 몸에 좋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아래의 순서대로 소개해드릴게요. 


강황과 울금의 차이점 
약으로 사용되는 강황과 울금: 동의보감과 울금
몸에 좋은 식물을 진짜 잘 먹는 법 : 건조분말과 추출분말의 차이
강황을 추출해서 먹어야 하는 이유 : 커큐민의 흡수율 
커큐민의 종류 
식품으로 커큐민 섭취하는 좋은 방법 



Curcuma longa (강황, 울금)의 꽃, 지상부, 지하부
Curcuma longa (강황, 울금)의 수확한 지하부, 내부 형태, 건조분말



강황? 울금? 어떻게 다르죠?

노랗고 쌉쌀하고 살짝 매콤한데 다른 향신료들과 섞이면 기가 막힌 맛을 만들어 내는 카레의 주원료 강황은 생강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입니다. 원산지는 인도이고, 중국의 따뜻한 남부지역, 태국,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이에요.

저는 카레도 좋아하고 강황의 커큐민을 애용하는 사람이라 강황과 커큐민을 꼭 한 번 소개하고 싶었지만, 이 글을 5줄도 쓰기 전에 이미 멘탈은 무너지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강황, 울금, 심황...

이것들을 어쩔 것인가.. 강황과 울금을 식물학적으로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너무 어렵도 무서웠고요 더는 글을 쓰기가 무서워서 도망가버리고 싶었습니다. 이 두 식물은 분류가 정말 어려운 식물이거든요.

올바른 정보를 어떻게 전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일단 국가기관에서는 강황과 울금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알아봤어요. 강황과 울금 모두 활용가치가 많은 식물자원이라 국가에서도 많은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고, 구분하는 방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공개해주고 있거든요.


환경부, 농진청, 식약처에서 구분하는 강황과 울금

먼저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에서 검색해봤습니다. 강황과 울금은 생물종 정보가 없네요. 아 얘네들은 자생식물은 아니지! 하고 농진청과 강황을 검색해봤어요.

농진청에서는 2019년 9월 17일에 카레 원료 '강황' 중성지방, 나쁜 콜레스테롤 낮춰'라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강황 추출물로 동물 실험한 결과, 지방 생성을 억제하는 AMPK 효소가 증가하여 지방의 합성과 축적을 막아준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농진청 보도자료에서는 강황은 생강과 식물로 울금과 혼용되기도 하는데 흔히 뿌리줄기를 강황이라 하며 구형이나 방추형으로 생신 덩이뿌리를 울금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

식약처의 식품원료목록에서는 강황과 울금을 구별하고 있는데요, 강황은 학명이 Curcuma longa / Curcuma domestica이고 사용부위는 뿌리줄기입니다. 울금은 학명이 Curcuma longa/Curcuma aromatica로 기재되어 있고, 사용부위는 덩이뿌리입니다.

음? 한 식물에 학명이 왜 2개지? 그리고 이러면 강황이랑 울금이 학명이 같은데?? 하고 더 큰 혼란이 왔어요.

식약처의 생약종합정보에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강황. 강황의 학명은 Curcuma longa이고 맛이 쓰고 자극성이며 침을 노랗게 물들인다고 되어 있네요. 효과와 효능은 파혈행기(破血行氣, 어혈을 깨트려 기가 정체된 것을 풀어서 순행시켜주는 것)와 통경지통(通經止痛, 경맥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통증을 멎게 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요.

울금. 울금의 학명은 Curcuma wenyujin, Curcuma longa, Curcuma kwangsiensis, Curcuma phaeocaulis이고 맛은 약간 쓰다, 매우 맵다. 약간 맵고 쓰다, 담담하다. 이렇게 표시되어 있으며, 효과는 활혈지통(活血止痛, 혈의 운행을 활발히 하여 통증을 없애주는 것), 행기해울(行氣解鬱, 기를 돌게 하여 울체 된 것을 풀어주는 것), 청심량혈(淸心凉血, 열의 속성을 가진 사기(邪氣)가 심장의 바깥 막에 침입하는 것을 치료하고, 보혈약을 이용하여 혈이 허한 것을 보하는 것), 소간이담(疏肝利膽, 간기가 몰려서 생긴 병증을 흩어지게 하여 담(쓸개)을 이롭게 하는 것) 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생약종합정보에서는 알기 쉬운 한약재 감별법에서 강황, 아출, 울금의 차이를 설명했는데요, 강황은 강황의 근경(뿌리줄기)이고, 울금은 강황의 덩이뿌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음.. 정리해보자면, Curcuma longa의 근경은 강황이라고 부르고, Curcuma속의 식물 중 노란 덩이줄이는 울금이라 부른다. 이렇게 되겠네요.



약으로 사용되는 강황과 울금

길고 복잡한 얘기지만 간단하게 줄인다면, 강황과 울금은 매우 비슷하고 구분하기가 힘든 식물이다! 하는 것과 핵심은 땅 속에 있는 노란 뿌리줄기 또는 덩이뿌리! 이것이 약으로 쓰이는구나! 이 정도입니다.

강황과 울금이 오랫동안 여러 나라에서 약재로 사용되어온 이유! 바로 커큐민(쿠르쿠민)이라는 성분 때문인데요, 그래서 대한민국약전에서는 강황을 약재로 사용할 때에는 커큐민(쿠르쿠민)과 유사물질인 데메톡시쿠르쿠민 그리고 비스데메톡시쿠르쿠민의 합이 3.2% 이상 것만 약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기준을 정해두었습니다. 커큐민 함량이 모자라면 약재로 쓸 수 없을 정도로 강황과 울금의 핵심은 커큐민이니까요.

Curcumin, 커큐민

강황은 아주 오랫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약재로 사용되어온 식물인데요, 인도에서 기원전 2500년경부터 시작되어온 고대 힌두교의 치유법인 아유르베다(Ayurveda)에도 수록되어 있는 약용식물입니다. 아유르베다에서는 강황을 몸의 균형을 맞춰 면역력을 키워주는 약재로 소개하고 있으며, 노화방지와 피부 건조증의 예방 및 치료 등 다양한 건강증진 비법이 담겨있습니다. 인도의 산삼 같은 존재지요


조선왕조실록과 울금

우리나라에서도 강황과 울금은 아주 오래전부터 기록된 약용식물이에요. 고서 중에는 조선왕조실록에는 울금이 9번 등장하는데요, 이 중 선조실록 158권에는 제사를 지낼 때 울금을 넣어 빚은 향기 나는 술인 울창주를 만들어 올려야 하는데 울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심황으로 대신하게 하였으니 제사에 대해 불경한 죄를 물어 관원을 파직해달라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 울창주는 기장으로 빚은 술에 삶은 울금을 넣어 만든 술로, 국가의 최고 제례인 종료 제향에서 선왕의 체백을 부를 때 사용하는 술이라고 하는데요, 이 울창주는 종묘 제향을 대표하는 상징이라고 합니다. 울금을 술에 담그면 돌아가신 선왕도 살아 돌아올 수 있다? 저는 여기서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울금의 주성분은 커큐민은 물에는 잘 녹지 않는 지용성 성분이라, 술에 잘 녹아나거든요. 그리고 이 커큐민은 면역, 노화방지, 항암 등 우리가 아프거나 죽지 않도록 해주는 아주 효과가 우수한 생리활성물질이기 때문이죠. 우리 조상님들도 다 아셨구나!! 강황은 그냥 먹는 게 아니라, 노란 커큐민만 추출해서 먹는 게 진짜 제대로라는 것!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동의보감에 기록된 울금과 강황

조선시대 울금에 대한 문헌을 조금 더 찾아보니, 허준 선생님의 동의보감 내경편 혈(血, 피, Blood)에는 혈에 좋은 한방 소재 중 한 가지만 사용해도 충분한 단방(單方)이라고 해서 22종의 약재를 소개했는데요, 이 중 13번째가 울금입니다. 토혈과 코피를 멎게 하고 나쁜 피를 깨뜨린다. 가루를 내어 동변(어린아이의 소변)이나 생강즙, 좋은 술에 타 먹는다. 또 담혈을 치료한다. 가루 내어 부추즙이나 동변에 타서 먹으면 담혈이 저절로 없어진다고 기록되어 있어요.


동의보감에는 강황에 대한 기록도 있는데요, 오장육부에 좋은 약초가 소개된 동의보감 탕액편 초부에는 강황이 52번째로 등장합니다. 동의보감에서 강황은 월경을 통하게 하고, 넘어지거나 맞아서 멍든 것을 풀어주고 냉가와 풍사를 제거하고 기창을 삭이며 혈괴, 옹종 및 징가에 주로 쓰고, 출산 후에 패혈이 심을 치받는 것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매우 좋고 울금보다 약효가 세다. 썰어서 식초에 볶아 쓴다.라고 되어 있어요.


몸에 좋은 식물을 진짜 잘 먹는 법

세 종류의 조선시대 강황(울금)에 대한 기록을 읽고 저는 진짜 심쿵! 했습니다. 저는 한약재는 물을 넣고 달여서 탕약을 만들어 먹거나 말리고 빻아서 환을 만들어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울금을 술에 담가 제례에 사용한다, 울금을 좋은 술에 타 먹는다. 울금을 생강즙과 함께 먹는다. 강황을 식초에 볶아먹는다. 뭔가 물에 달이거나 환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더라고요. 조상님들의 기록에는 강황/울금에 들어있는 아주 중요한 기능성 물질인 커큐민을 가장 잘 뽑아내서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이 기록되어 있었어요.


세상에는 독특한 영양소가 함유된 몸에 좋은 식물이 아주 많습니다. 식물은 거친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광합성을 하고 외부 환경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대사산물을 만들어 내는데요, 이런 대사산물들은 사람의 건강 관리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강황의 커큐민, 토마토의 라이코펜, 포도나무의 레스베라트롤, 버드나무의 살리실산, 후박나무의  호노키올, 황해쑥의 유파틸린, 고추의 캡사이신 등이 식물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합성해서 만들어 낸 물질인데 항암, 체지방 분해 등 우리 몸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천연물 유래 기능성 물질들이에요.


이렇게 유용한 기능성 물질이 풍부한 약용식물을 섭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약초 잘 먹는 전통적인 방법 : 생식, 가열, 발효

아주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약용식물의 섭취 방법은 토마토, 당근, 샐러리처럼 잘 씻어서 그냥 먹는 방법과 , 굽거나 찌거나 튀기는 등 열을 요리를 해서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로는 김치, 장아찌, 사워 크라프트(독일식 양배추 김치)와 같이 미생물 발효를 통해 식물의 저장 기간을 늘리고, 좋은 성분이 우리 몸에 흡수가 잘 되도록 쪼개 주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해왔고요.

이런 전통적인 방법들은 흔히 맛을 더해주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식물이 가지고 있던 유용한 성분이 변하기도 하고, 기름을 더해서 더 흡수되기 좋은 조건으로 바꿔주기 하는 등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장점이 있어요. 단 가열 방법은 약초를 잘 먹는 방법으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모든 식물이 열을 가한다고 유용한 성분들이 증가하거나 몸에 더 잘 흡수되도록 바뀌는 것은 아니고, 온도와 시간에 따라 굉장히 민감하게 바뀌기 때문에 몸에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고 정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약초 오래 보관하고 쉽게 먹는 방법 : 건조, 분쇄

산업이 발달하면서 식품 건조와 분쇄기술이 발달하게 되면서 최근에는  말려서 곱게 빻아 분말로 먹는 방법(: 비트 분말, 시금치 분말, 케일 분말 )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햇볕에 말리거나(예: 태양초) 서늘하고 바람이 잘 부는 곳에서 말려서 보관했는데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가열 건조할 수 있는 열풍건조기가 개발되었고, 빠르게 건조할 수 있는 진공건조기, 영양소가 열에 의해 변하지 않도록 식품을 초저온에서 얼린 후 건조하는 동결건조 방법 등 다양한 건조방법이 개발되어 산업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건조식품을 나노 수준으로 아주 곱게 분쇄하여 초미립 분말로 분쇄해주는 기계들도 많이 사용되고 있죠.

잘 말린 식품을 곱게 갈아먹는 방법은 식물  자체를 그대로 섭취할  있고 부피를 줄인 후 오래 보관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통째로 갈아 넣었기 때문에 약용식물 안에 들어있는 중요한 영양소를 먹기 위해서 어쩌면 우리 몸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다양한 성분들을 같이 먹어야 하는 단점이 있고, 때로는 중요한 영양소는 조금밖에 못 먹고 오히려 다른 성분들을 많이 먹게 되어 꼭 필요한 영양소의 보충이 아닌 불필요한 성분의 과다 섭취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주황색 파프리카에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이라는 성분은 눈 건강에 좋습니다. 베타카로틴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1.26 ~ 7mg인데요, 주황색 파프리카 1개에는 0.5mg 정도의 베타카로틴이 들어있습니다. 주황색 파프리카를 통해 베타카로틴을 적정 권장량만큼 섭취하려면 매일 2.5~ 14개의 파프리카를 먹어야 하는데요, 우리는 파프리카만 먹고살 수는 없기 때문에 매일 꾸준히 14개의 파프리카를 먹는 건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약초에서 꼭 필요한 성분만 꺼내는 방법, "추출"

그래서 예로부터 몸에 좋은 약용식물 안에 들어있는 유용한 성분만 빼서 먹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산삼을 그냥 먹지 않고 독한 술에 담가 오래 두었다가 산삼은 건져내 버리고 산삼의 진한 향과 영양성분이 남은 산삼주를 마신다거나, 몸에 좋다고 하는 녹용, 황기, 대추 등의 한약재를 푹 고아서 우린 후 꼭 짜서 나온 찐한 진액만 먹는 방법들이 있죠.

이런 방법을 “추출”이라고 하는데요, 추출은 어떤 물질에 들어있는 특정 성분만 꺼내 모으기 위한 방법들을 말합니다. 가장 흔한 방법으로는 에탄올과 같은 유기용매에 담가 지용성 물질들을 뽑아내는 방법이 있고요, 아니면 뜨거운 물에서 뭉근하게 끓여서 특정 성분을 빼내는 열수추출법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물이나 에탄올과 같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추출하는 초임계 추출법이나 공융용매(DES)를 이용한 친환경 추출법 등 다양한 추출방법도 개발되고 있어요.


추출방법이 다양해지는 이유

이렇게 추출방법들이 계속 발전하는 이유는 약용식물에서 카로티노이드, 커큐민, 진세노사이드 등 특정 유용성분만 추출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추출을 통해 특정 물질만 모으게 되면, 불필요한 영양소까지 과다하게 섭취할 필요가 없고, 꼭 필요한 영양소를 알맞은 양을 정해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합성비타민과 같이 필요한 영양소를 천연물에서 추출하지 않고 꼭 필요한 물질만 화학물로 합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떤 물질은 합성이 어렵거나, 합성하는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용매를 사용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합성하는 것이 천연물에서 추출해서 정제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천연물 추출과 정제 분야는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어떤 성분이 건강 관리나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 그 물질을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가장 저렴하게 많이 생산하는 연구를 거듭하게 되지요.


우리는 왜 강황을 추출해서 먹어야 할까요?

그렇게 식물에서 추출되어 산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단일 영양소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강황과 울금에서 추출할 수 있는 커큐민이에요.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LM)에서 생명과학 및 생물의학 관련한 논문을 검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인 PubMed에서 curcumin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무려 15,143개가 나와요. 커큐민에 관한 연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2019년에만 1,916편의 논문에서 커큐민을 연구했을 정도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삼을 검색하면 10,044편의 연구결과가 나오고, 인삼의 효능성분인 진세노사이드를 검색하면 5,632편의 연구결과가 나온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 커큐민은 의학분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는 인삼보다 더 많이 연구되고 있는 물질이긴 합니다.

15,143편의 논문에서 커큐민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던 이유는 강황과 울금에서는 커큐민이 가장 효과를 많이 내는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이에요. 강황, 울금, 카레가 몸에 좋은 이유가 바로 커큐민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치료를 위해 필요한 물질을 먹어야 한다면 강황이나 울금이 아닌 강황과 울금에서 추출한 커큐민을 먹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커큐민이면 되는 걸까요?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식물이 가지고 있는 연구하고 우리 생활에 적용해왔는데요, 앞에서 길고 장황하게 적은 것처럼 처음엔 그냥 먹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추출이나 발효라는 형식을 도입했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는 뛰어난 효능이 있는 특정한 물질만 추출하고 분리해서 먹기 시작했어요. 천연물 의약품이 이렇게 개발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세포와 동물에서는 실험을 하면 너무너무 효과가 좋은데 사람이 먹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이 발견되었답니다. 바이오 주식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아주 예민할 단어, 임상 실패!

분명히 실험실에서 아주 여러 번 반복 연구를 하고, 내가 해보고 다른 팀이 해보고 다른 나라에서도 해봤는데 다 효과가 좋았는데 이상하게 사람이 먹으면 효과가 다르게 표현된다? 이건 우리 몸은 어떤 물질을 섭취하면 그걸 흡수해서 분포시키고 대사하고 배설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에요. 이걸 약학적 용어로는 ADME라고 합니다. 흡수(Absorption),  분포(Distribution), 대사(Metabolism), 배설(Excretion).

실험실에서 실험을 할 때에는 세포에 직접 커큐민을 처리하게 되니까 세포에서 효과가 바로 나타났는데 우리가 먹었을 때에는 세포로 가기 전까지 소화기관 등을 거쳐 여러 가지 작용을 하게 되면서 물질이 분해되어 변하거나 아니면 세포로 가지 못하고 배설되어 버리거나 이런 다양한 변화가 생길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우리 몸에 잘 흡수되지 않아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것들을 우리는 난용성 물질이라고 해요. 식물에는 항암, 항산화, 항균, 항염증, 면역 증진 등의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용한 물질이 아주 다양하게 함유되어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아주 많은 효능물질들이 대부분 난용성이기 때문에 의약품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흡수율을 개선해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커큐민의 효능에 대해 연구하던 연구자들은 다양한 연구를 반복하면서 커큐민이라는 물질은 항암, 항당뇨, 체지방 감소, 염증 개선, 치매 예방 등에 분명한 효과가 있지만 흡수율이 굉장히 낮고 빨리 배출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강황에서 찾아낸 유용 물질인 커큐민을 건강 관리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흡수율을 높여야 하고, 우리 몸에서 커큐민이 다른 물질로 변하지 않게 해야 하고, 천천히 배설될 수 있게 해야겠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커큐민의 종류

커큐민은 아주 많은 나라에서 오랫동안 연구되어온 물질이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과학기술을 용해서 커큐민의 흡수율을 개선시키고 효능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발명된 여러 가지 제형들이 개발되어 있어요.

Meriva, Longvida, Curcumin C3 Complex, Novasol, Theracumin, CurQfen, MicroActive curcumin, CurcuWin, Cavacumin, Biocurcumin(BCM-95) 등등 진짜 여러 가지 브랜드가 있는데요, 각 회사별로 제조공정을 개발하여 우리 몸에서 흡수와 대사가 잘 되도록 만든 제품이고 모두 특징이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커큐민 브랜드에 대해서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이 커큐민 브랜드들은 모두 인체에서 흡수율에 대한 연구가 수행된 바 있고,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서 효능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가 수행된 제품들이에요. 이 글에서는 커큐민 홍보가 목적이 아니고, 강황, 울금에서 유래한 자연성분 커큐민의 흡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었고 그 결과로 여러 제품들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니 효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일본 Theravalues에서 개발된 커큐민, 테라큐민 (작게 쪼갰어요)

일본 산에이겐 자회사인 Theravalues에서 개발된 테라큐민은 커큐민 분말을 300 나노미터까지 쪼개서 세밀한 입자로 만들어 일반 커큐민보다 흡수율이 27배 높아진 커큐민 제형이라고 합니다(출처: Kotra, 건강 원료 테라큐민). 테라큐민에 대한 연구는 흡수율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효능 연구도 다양하게 되어있어요. 테라큐민은 국내 정식 유통되어서 약국뿐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만날 수 있는 제품이라 우리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커큐민입니다.


미국 Verdure Sciences에서 개발하고 UCLA에서 연구한 커큐민, 롱비다 (인지질로 코팅했어요)

Longvida라는 상표명을 가진 커큐민은 미국 UCLA에서 개발되었는데요, 인지질과 커큐민을 결합시켜서 리포솜 방식으로 커큐민을 만들어서 커큐민의 흡수를 개선한 제품이에요. SLCP라고 부르는 특허기술로 인지질 코팅해서 커큐민의 대사과정을 변하게 한 제품인데요, 롱비다 커큐민은 특이하게 커큐민이 섭취 후 간 대사를 거치지 않고 림프관을 통해 흡수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인체를 순환할 수 있고 흡수율이 285배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독특한 것은 이 특허 방법으로 만든 SLCP 커큐민은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뇌와 중추신경계에도 커큐민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해요. 롱비다 커큐민은 독특하고 탁월한 흡수와 대사 특징이 있어서 흡수율과 다양한 효능에 대한 연구도 굉장히 많이 되어있고요 특히 두뇌를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커큐민이라 두뇌와 정신적 분야와 관련된 연구들도 많이 진행되어 있는 게 특징입니다. 롱비다 원래는 국내에 없어서 직구를 통해 만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롱비다 원료가 SLCP 커큐민으로 유통되고  있더라고요.


이탈리아 Indena SpA에서 개발한 Meriva (인지질과 결합했는데 파이토솜 공법으로 조금 다르게 결합했어요)

메리바는 커큐민을 흡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Phytosome 공법이라는 미국 indena사의 특허 기술을 적용해서 만든 커큐민이에요. 메리바는 29배 높은 흡수율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인지질을 이용한다는 점은 롱비다 커큐민과 유사하지만, 인지질을 결합하는 방법이 좀 다른 커큐민이에요. 메리바를 개발한 indena에서 붙인 메리바의 별명은 The Life Guardian. 생명의 수호자입니다. 메리바도 흡수율뿐 아니라 굉장히 많은 분야에 연구가 되어 있는 제품이에요. 하지만 아직은 직구를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제품이에요.


인도 Arjuna Natural에서 개발된 BCM95 (오일로 뽑았어요)

인도에서 개발된 BCM95는 오일 형태의 커큐민입니다. 에센셜 오일 형태로 추출하는 것이 특징이고, 오일 추출이므로 커큐민과 유사한 다양한 방향족 물질을 함께 함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논문에서 보니 이 제형은 일반 커큐민보다 약 7배 정도 흡수율이 증가한다고 합니다(Antony, Benny, et al. "A pilot cross-over study to evaluate human oral bioavailability of BCM-95® CG (Biocurcumax™), a novel bioenhanced preparation of curcumin." Indian journal of pharmaceutical sciences 70.4 (2008): 445.).


미국 Sabinsa에서 개발된 커큐민, Curcumin-C3 complex (합쳐서 시너지를 냈어요)

Curcumin-C3 complex는 커큐민과 그 유사물질인 DMC(Demethoxycurcumin)과 BDMC(Bisdemethoxycurcumin)을 합쳐서 만든 물질이에요, 커큐민과 유사물질 2개 합쳐서 C3라고 명칭을 붙인 것 같아요. 이 제제는 다른 커큐민과는 조금 독특하게 연구되었는데요, 이 물질은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후추에서 추출하고 분리한 BioPerine이라는 Sabinsa의 자체 개발 물질과 함께 사용하면 생체이용률이 약 20배 정도 증가되고 효과가 좋아진다고 합니다(https://www.curcuminoids.com/pharmacokinetics). 이 제품도 아직 국내 정식 유통은 안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식품으로 똑똑하게 강황과 울금 먹는 방법

커큐민을 가장 똑똑하게 먹는 방법은 커큐민을 추출해서 흡수율이 높아지도로 과학기술을 적용해서 잘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해드렸지만, 어디 강황과 울금을 커큐민으로만 먹을 수 있나요? 카레, 강황가루, 울금가루도 잘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드립니다.


1. 카레는 꼭 채소를 기름으로 볶아주세요

카레. 푹 끓이기만 하면 최고일까요? 커큐민이 조금이라도 흡수되기 위해서는 오일과 같이 섭취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카레를 만들 때에는 몸에 좋은 식물성 오일 또는 풍미를 더해 줄 버터를 함께 사용해주세요.


2. 카레에 후추를 곁들여 주세요.

위에서 피페린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드렸어요. 물론 강황에 후추를 섞는다고 다 흡수율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C3 커큐민과 함께 사용하는 피페린은 후추를 특별한 방법으로 추출한 물질이지 일반 후추는 아니거든요. 그래도 기름에 잘 볶은 채소와 고기 그리고 후추를 더한다면 강황 속 좋은 성분이 조금 더 잘 흡수될 수 있으니 후추를 곁들이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후추의 알싸한 맛도 맛있잖아요.


3. 골든 라테로 드셔 보세요.

작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골든라테가 슬슬 보이더라고요. 지난 4월에는 커피빈에서도 터메릭 골든 라테가 시즌 한정으로 나와 제가 깜짝 놀랐었어요. 우리나라가 이젠 카페에서 건강도 찾을 수 있구나 싶었는데.. 아직 아니었던지 시즌 한정으로 종료되었지만요.

골든 라테는 강황가루와 우듀 또는 아몬드 밀크를 섞어 따뜻하게 마시는 음료예요.

자기 전에 마시면 잠도 솔솔 잘 오고, 피로도 풀린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 강황가루 잘 못 건드리면 온 사방팔방이 노랗게 물드는 게 무서워서 그냥 커큐민을 먹고 마는 타입인데, 부모님은 요렇게 직접 만들어 드시는 것을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골든 라테 만드는 법!

1. 작은 냄비에 아몬드 밀크 2컵을 넣고 약한 불에서 살짝 데워주세요 (센불 안됩니다. 우유가 따뜻해지되 절대로 끓으면 안돼요. 강한 불로 얼른 온도를 높이고 식혀야지! 이랬다가는 끓으면서 우유 막이 생기고.. 성상이 이상해져요!! 포인트는 약한 불입니다)

2. 강황 1 티스푼, 꿀 1 티스푼, 계피 분말(시나몬) 1 티스푼, 생강 조금을 데운 우유에 넣고 약 3분 동안 잘 저어줍니다(핵심은 저어줄 때에도 우유가 절대! 끓으면 안 됩니다). 거름망을 이용해 살짝 걸러주면 더 좋아요.  기호도에 따라 꿀이나 코코넛 시럽으로 단 맛을 내주세요.


 


강황에 대한 글을 마치며...

오랜만에 식물 이야기를 쓰면서 생각이 참 많았습니다.  

처음엔 요즘 다들 관심이 많은 면역력에 대해 생각하면서 면역 증진에 좋은 인도의 산삼 강황과 진도의 자랑 울금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다가 아.. 강황과 울금. 얘네들 분류 어쩌지? 하는 고민도 했고요. 고민을 하던 중 강황과 울금은 분류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핵심성분인 커큐민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커큐민은 흡수가 잘 안 되는 성분이라 진짜 잘 먹어야지만 우리 몸에 좋은 식물이 된다는 이야기가 꼭 하고 싶었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커큐민의 여러 가지 효능을 밝혀내기는 했는데, 사실 커큐민은 우리 몸에서 흡수가 어려워 강황과 울금은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먹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오해도 많이 받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강황과 울금! 이 유용한 식물의 오해를 풀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카레를 통해 조금은 우리에게 익숙한 약용식물인 강황과 울금을 통해 약용식물의 유효성분과 효과, 식물에서 유래한 약용성분을 잘 사용하기 위한 다양한 과학기술의 발달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어요.

쓰다 보니 식물 얘기가 아닌 것 같고, 쓰다 보니 재미는 없고 어렵기만 한 것 같고 고민이 많았는데요, 약용식물의 추출방법에 대해 연구했던 사람이라 추출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싶어 첫 번째 소재로 가장 많이 연구되어 있는 강황과 커큐민에 대해 이야기해보게 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강기능성분이 커큐민이라는 기사를 접했습니다(http://bitly.kr/ROJUrbGQS9). 이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기능성 성분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강황과 커큐민은 우리가 관심을 갖는 그 어떤 효과와 함께 검색해도 연구결과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이 연구된 식물유래 자연성분이기에 가장 선호하는 성분이라는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하지만, 우리 몸에서 잘 사용되려면 흡수가 진짜 중요한 커큐민. 필요한 만큼 잘 흡수될 수 있도록 제안된 다양한 방법 중 꼭 맞는 방법을 찾아 자연이 주는 건강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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