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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유럽, 쾌변=베트남. 환경에 따라 바뀌는 아티초크

환경이 약초를 효능을 완성한다.

by 에밀리

요즘 아티초크에 관심이 많아요.

일요일 밤마다 소화가 안 되고 답답했는데

아티초크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주말엔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덜 움직여서 그런 줄 알았더니

피로는 쌓이고 움직임이 덜해서 그런지 담즙산이 덜 나왔었나 봐요


아티초크 덕분에 가벼운 주말을 보내고 나니까 점점 궁금하더라고요. 아티초크.


아티초크의 종류

아티초크는 크게 두 종류가 있어요. 둘 다 생물학적 분류에 따른 속명(Cynara)과 종명(Cardunculus)은 같지만, 글로부 아티초크는 꽃봉오리를 식용으로 하고자 더 크고 둥글게 선택육종한 변종이랍니다.

1. 와일드 아티초크 (Cynara cardunculus)

2. 글로브 아티초크 (Cynara cardunculus var. scolymus)


고대로마의 아티초크

아티초크는 로마 지역의 고대식물이에요. 기원전 4세기에 저술된 식물사(Enquiry into Plants, 저자: 테오프라스토스)에도 시칠리아와 이탈리아에서 아티초크를 재배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답니다. 로마 귀족들이 아티초크를 "사랑의 꽃"이라 부르며 파티와 연회에서 자주 먹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아티초크

로마 멸망 후에는 아티초크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15세기 나폴리를 중심으로 다시 아티초크 재배가 확대되었습니다. 나폴리에 이어 토스카나와 베네치아 등 북부로 퍼졌고, 특히 토스카나의 명문가인 메디치 가문에서 아티초크를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중세 이탈리아에서는 아티초크를 가시덤불(아티초크 줄기에 가시가 많답니다) 속 금덩어리라고 부를 정도로 고가로 거래되는 귀한 채소였다고 해요.


프랑스 아티초크

프랑스에도 야생 아티초크가 있었지만, 프랑스에서 아티초크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고 먹은 것은 15세기 이후입니다. 특히 1533년 프랑스의 앙리 2세(헨리 2세)와 결혼한 프랑스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는 결혼할 때 커피, 젤라토 그리고 아티초크와 같은 이탈리아 식재료를 잔뜩 가져간 것으로 유명합니다. 카트린 왕비가 가져간 식재료 중 가장 유행한 것은 아티초크인데요, 왕비가 아티초크에 중독될 만큼 좋아한다는 소문과 함께 다양한 연회에 빠지지 않는 식자재로 사용되면서 귀족들의 식재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독일 아티초크

15세기 이후 프랑스에서 아티초크가 유행하면서 16~17세기에는 독일에서도 아티초크가 재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독일은 지중해 기후가 아니라 아티초크가 잘 자라지 않아 야생화되지는 못하고, 귀족들의 정원이나 약초원에서 조금씩 재배되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베트남 아티초크

메디치 가문을 통해 프랑스로 간 이탈리아의 아티초크는 프랑스에서도 큰 인기를 끌게 되었고, 19세기 프랑스인들이 베트남을 점령하면서 베트남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베트남을 점령한 프랑스인들은 평소 즐겨 먹던 아티초크를 베트남에서도 먹길 원했고, 베트남의 달랏 같은 고산지대가 기후기 서늘하여 지중해 작물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티초크를 잔뜩 심었어요.

그렇게 남은 아티초크가 오늘날 베트남 관광 시 자주 만나게 되는 베트남 아티초크입니다. 침략자가 들고 온 식물인데도 다 태워버리지 않고 계속 재배하면서 관광상품으로도 개발하는 거 보면 좋긴 좋나 봐요..


약으로 쓰게 된 아티초크

아티초크는 고대 로마시절부터 이뇨와 해독에 좋은 약초로 사용되어 오긴 했어요. 특히 유럽의 동의보감으로 불리는 카논(The Canon of Medicine)과 약물학(De Materia Medica)에는 아티초크가 이뇨(소변 촉진), 노폐물 배출, 신체 냄새 해소, 간 기능 및 소화기피부 질환 완화, 탈모 및 붓기 치료, 정력 강화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요.

그러나 아티초크가 본격적으로 약으로 쓰이게 된 것은 1960년대 시나린(cynarin) 성분이 밝혀진 이후입니다. 식물의 2차 대사산물 분리, 정제,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아티초크의 주요 활성성분이 시나린(cynarin)으로 밝혀지고, 간 기능 개선/소화불량 개선/담즙 분비 촉진 등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유럽약전, 독일약전, 이탈리아 약전 등에서 아티초크를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간기능 보호, 담즙 분비 촉진, 간 기능 강화 등에 사용되는 생약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재배지역과 약용 아티초크

이렇게 유럽에서 아시아로 전파된 아티초크는 사실 어디서 키웠는지에 따라 모양, 맛, 효과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답니다. 뭐랄까 신토불이랄까요? 원산지에서는 조금 더 거칠게 자라 효능성분이 많은 대신 맛이 없고, 필요에 의해 거쳐가면서 맛이 많이 좋아진 대신 아티초크 고유의 효능은 조금 사라졌어요.


마치 약으로 쓰는 야생대추(묏대추, 산조인)는 엄청 시고 떫지만 항노화성분이 풍부하고, 식품으로 쓰는 경산대추/보은대추는 달콤하고 맛있고 여전히 항노화성분이 있긴 하지만 약한 것처럼요.



시나린이 풍부한 유럽산 아티초크 (이뇨, 붓기, 간 건강, 소화)

아티초크는 시나린(cynarin) 성분이 가장 유명한데요, 그 이유는 시나린은 아티초크에만 많은 고유성분이라 다른 식물엔 잘 없기 때문입니다. 시나린이란 성분 명칭 자체가 아티초크의 속명에서 유래할 정도로 아티초크를 대표하는 성분이에요. 시나린은 담즙 분비를 촉진하고, 간해독과 콜레스테롤 조절 및 이뇨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야생 형태 그대로 자연에서 자란 와일드 아티초크와 원산지에 가까운 이탈리아에서 재배한 아티초크는 식용부위인 꽃봉오리가 조금 뾰족하고, 맛이 쓰고 쌉쌀하며, 시나린 함량이 더 높습니다.

프랑스에서 재배하는 아티초크는 globe artichoke라고도 하는데요, 꽃봉오리가 더 둥글고 맛이 더 섬세하고 쓴 마시 덜하다고 합니다.

앞서 알려드린 바와 같이,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선택육종한 변이종인 globe artichoke는 맛이 더 섬세하고 부드러운 대신 시나린 함량은 와일드 아티초크보다 적습니다.


이눌린이 풍부한 베트남 아티초크 (배변, 장 건강)

프랑스에서 베트남으로 건너가서 베트남 환경에 적응한 아티초크는 꽃봉오리가 더 작고 둥글고 아티초크의 키도 더 작습니다. 맛은 유럽산보다 더 달콤한 특징이 있어요.

유럽상 아티초크는 시나린 함량이 풍부한 대신 맛이 쓰고, 베트남 아티초크는 시나린이 적은 대신 프리바이오틱스로도 사용되는 식이섬유인 이눌린이 풍부합니다. 단당류가 더 많기 때문이 맛이 더 달고, 그래서 베트남에서는 아티초크를 차나 농축액으로도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이뇨&간건강&소화 = 유럽산 아티초크 (와일이 아티초크 > 글로브 아티초크)

배변활동&장건강 = 베트남산 아티초크


재배지에 따라 왜 효능이 다를까요?

과학적으로 유럽산 아티초크가 더 쓰고, 베트남 아티초크가 더 부드럽고 달콤한 이유는 환경적 차이로 설명할 수 있어요.

식물은 바람, 햇살, 온도, 습도, 곤충 등 다양한 환경 스트레스와 반응하면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2차 대사산물을 만들어 냅니다.

식물이 양분으로 쓰기 위한 성분이 1차 대사산물이라면, 환경적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만드는 물질이 2차 대사산물이지요.


지중해 기후 특성과 아티초크의 효능성분

아티초크의 원산지인 지중해 기후는 바람이 많이 불고, 습하고, 바닷바람에 짠기가 묻어나는 기후예요. 밤과 낮의 온도 차이도 크답니다. 이런 격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2차 대사산물을 많이 생성해 갑자기 달라지는 환경을 대비합니다.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알칼로이드, 테르페노이드 등의 다양한 2차 대사산물로 전환시킨 후 저장해서 환경에 대응합니다.

아티초크가 선택한 방법은 시나린, 클로로겐산, 루테올린 등의 폴리페놀성 성분을 많이 성장했다가 대응하는 방법입니다.


베트남 기후 특성과 아티초크의 효능성분

반면 베트남 기후는 지중해 기후보다 온도가 높고, 특히 베트남의 달랏 같은 고산지대는 햇살을 더 많이 받습니다. 따라서 아티초크가 자라는 동안 급격한 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됩니다. 이런 편안하고 온화한 환경에서는 자라는 동안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활성성분보다는 영양분으로 쓰이는 1차 대사산물을 만들어 저장하는 형태로 적응합니다. 그래서 이눌린과 같은 저장형 당질이 더 많이 저장되어 있지요. 식물은 대체로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에서는 다당류, 저장당, 전분류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대사를 조절하므로, 조직이 더 부드럽고 달콤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대 로마시절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시나린이라는 특별한 성분을 만들어낸 아티초크.

요즘 지중해 식단의 유행과 함께 아티초크로 만든 제품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저는 아티초크는 ① 원산지(재배지), ② 함량, ③ 제조사 중심으로 고르고 있어요.


지금 물에 타먹고 있는 아티슬림은 이탈리아산, 지난번 메가팩토리에서 찾은 허브초크는 중국산, 액상 앰플로 많이 파는 아티소는 베트남산이거든요.

붓기와 해독을 원할 땐 유럽산, 변비가 심할 땐 베트남산으로 골라먹는 방법도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솜엉겅퀴라고도 불리는 중국 아티초크는 조금 더 알아봐야겠어요. 솜엉겅퀴의 학명은 Onopordum acanthium라서 아티초크와는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다르거든요.


아티초크로 시작해서 재배환경과 식물에 대한 얘기로 끝났네요.

역시 제 MBTI는 N이 확실합니다. :)

아티초크도 사람도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친 환경에서 활성성분을 더 많이 만들어 내 약초가 된 아티초크처럼

저도 거친 환경에서 삶의 지혜를 쌓고 더 많은 역량을 담아내서 좋은 직장인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요즘 제가 좋아하던 식물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다음에는 향기로워서 좋아했는데, 요즘은 먹고 있는 베르가못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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