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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Nov 23. 2021

에밀리의 집밥

엄마께 차려드린 마음으로

며칠 전 엄마의 3주기 날 , 엄마가 계신 추모공원엘 다녀왔다.

이럴 때면 드는 생각 은  내 형제가 많았으면 , 내가 막내였으면... 하는 생각들이다.


다녀와서 며칠을 좀 앓았다.

무슨 이유에서 인진 모르지만...


그리고 다가온 시어머님의 생신,

한 달 전부터  손가락 마디 관절이 아팠다.

퇴행성 초기라는 결론,

날 아끼느라 부엌일을 거의 쉬었다.


이남 이녀인 시댁 형제들 중 장남 며느리인 나 , 실인즉 신혼시절부터 시조부모님 생신까지 다집에서 치르곤 했었다만 이제는 다 같은 자식들인데 싶어 부러 뒤로 빠져 버렸다만 어찌 됐든 식사 뒤 시간은 모두 우리 집을 거쳐서 마무리했다.

그거면 되는 거였는데 저녁 무렵 , 갑자기든 생각 하나가 날 붙들어 버렸다.


이웃에 사시는  혼자 계신 시이모님께서  실은 돌아가신 나의 친정엄마와 동갑이시다.

새해에 다시 이사를 앞둔 상태라 지금 아니면 또 따로 뵐 일도 쉽지 않다는 생각도 불쑥...

아무튼 엄마가 계시면 추워지는 이즈음 분명해드렸을 팥 찰밥... 이 하필 다저 녁에 떠올라버렸다.


결국 난 팥을 삶았고 찹쌀을 불렸다.


소설 날 아침 , 절기는 분명히 찾아오듯  세찬 바람과 싸라기 눈발이..


미역을 불려 달달 보까 굴을 넣고 국을 끓이고 ,

마침 버무린 굴무침과 무나물


그리고 새우를 다져 버섯에 넣고 야채와 양념으로..


시어머님과 시아버님 , 그리고 울 엄마와 동갑인 시이모님의바방을 차렸다.

전날의 미세먼지로 뿌연 창밖을 바라보셨던 어제의 시부는  맛나게 밥 한 공기를 뚝딱 하시고는 내가 틀어드린 클래식 음악과 더불어 맑은 유리창 밖의 떠나는 가을과 휙 들어온 겨울 풍경을 넋을 잃고 두어 시간을 앉은 채 즐기셨다.


잠시의 수고지만 엄마가 떠올랐고 엄마께 드리는 식탁으로 세 분이 즐거우셨으니 그거면 된 거지.. 뭐..

그렇게 에밀리의 집밥이 추가된 어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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