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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Dec 02. 2021

에밀리의 집밥

남도의 맛들

그녀와의 짧고도 긴 여정

일박 이일중의 남도의 맛을 여기다 남겨야지 싶다.


광양댁이던 시절이 있다

갓 결혼한 새댁 시절 , 겁도 없이 그 먼 남녘의 광양제철 단지 내 목련빌라에서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맛에 대해 겁도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남도의 감칠맛과 구수함은 어느 도를 막론하고 이겨낼 수가 없다


2010년 미국 이사 전에 , 고등 시절 벗과 잠시 선운사가 가고파서 군산을 경유. 늦은 점심을  싱싱한 회로 때우고  부랴부랴 선운사 앞을 갔더랬다. 아마 늦가을 11월이었으리라..

 그때의 아쉬움은 그 고창에서 풍천장어와 복분자주를 맛도 못 보고 돌아왔던 까마득한 추억..

그 추억의 아쉬움을 이번 잠시 들렸던 고창에서 맛깔나게 구워진 장어와 복분자 2잔으로 깨끗이 지워버렸다..

더불어 나온 파김치의 맛 또한 일품이었다.

저 뒤의 파김치 사진이 흔들려 못 남기는 게 아쉬울 뿐...

그렇게 고창의 선운사 도솔 길을 걷고, 장어에 생강을 가득 얹어 파김치와 먹어치운 뒤...


더 땅끝과 가까운 장흥까지 내려간 우리는 편백숲에서 몸도 맘도 머릿속도 치유받고 그곳의 유명한 삼합 집으로 향했다. 음식을 그렇게 업으로 살았던 그녀지만 남도의 음식은 자주 접하지 못한 탓에 홍어 삼합인 줄 알았다며 웃고 말았다..


미국에서 잠시 다니러 왔던 2012년 겨울이던가 , 지인과 우연히 처음 먹어 본  또 다른 삼합 ( 차돌박이, 가리비, 버섯의 삼합 말이다 ) 덕에 난 아하 그 삼합이구나! 하며..


삶이란 간판에....
담백하고 고소한 표고삼합을
난 술꾼은 아니다. 와인과 맥주의 마리아쥬가 있듯, 우리네 음식과 지방에도 존재하는 궁합을 즐길뿐
친구의손맛의향연이 시작됬던
김치도 콩나물나물도 듬뿜 넣고 , 난 주방으로 달려가 어머님께 참기름을 병째 얻어오고....

지긋이 눌도록 기다린 뒤

그녀와의 첫 여행이 만찬으로 이어지던 밤

오일장이 없어지고 주말만 문을 연단다.. 아쉬움에 담아 본 핸드폰 앵글 속엔....


언제고 다시 흥 의 고장 장흥에서 며칠간 지내보자 하며..

육안으론 가득 보였는데  밤하늘의 별이...



숙소는 강진이었다.

아침 역시 놓칠 수 없는 남도의 맛.

어딜 가든 시래기가 가득 , 분명 별것도 안 들어갔건만 알싸한 매운맛에 시원하고 깊던 시래기 된장국.

요즘 가장 맛난 초랑무 동치미 , 사장님께 빈 그릇째  졸라서 다시 가득 받아먹어치운...

맛깔스러운 밑반찬 중엔 토하젓, 확 석어 젓, 걸치속젓 등이...



죽순볶음도.

한 번 더 안 먹었음 내내 생각날뻔한 초랑무 동치미.. 기가 막혔다.

김영랑의 고향이기에..잠시 따라 읊어본...

파프리카 비닐하우스 규모가 엄청났던..

해 뜨던 늦가을 아침도 성찬이었다.


걸었다.

걷고 또 걷고.

정약용 선생님의 자취가 가득한 산길 자락까지 말이다.

그리고 맞이한 그날의 정찬

남도 한정식.

나에겐 무척 정겨운.

내가 5년을 살던 광양 역시 남도이기에 그 시절엔 젊었고、

두 아가의  엄마이던 시절이라, 시간적으로 음식을 즐길 여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남도의 맛은 기억하기에.

회가 싱싱했다!

육회야 말할 것 없고

홍어삼합은 진리고

보리굴비도 담백 고소했다

비릿한 마무리는 토하젓으로 !

진돗개 두 마리와 늙은 호박.

날씨 또한 봄 같은 늦가을이었다.

오랜만에 남녘의 맛을 진하게...

요즘의 난 아니 새해의 난 남녘이지만 반대 지역인 경상도에 거주 예정이다.

지방색은 없는 서울 출신의 나지만  맛은 할 수 없다.

전라도의 감칠맛은 경상도는 못 따라간다고 확신한다.

앗.. 어디서 돌이 날아오나???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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