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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Dec 10. 2021

에밀리의 집밥

곧 40년 지기가 되는 그녀들과의 식탁

까마득한 그 시절 ,

구르는 낙엽에도 까르르거린다는 여고시절을 지나 대학에서 처음 만났던 그녀들

나의 대학 베프는 정확히 나까지 다섯 명이다.

1983년 실기시험 때부터 만나 좀 있으면 40년이 돼가는..


어쩌면 결혼한 옆지기 보다 , 내가 낳은 나의 자녀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서로 지켜보며...


언젠가 그중의 한 친구가 한 말이 기억난다.

결혼을 앞둔 우리는 부모님 밑에서 근 삼십 년이 채 못 되는 시간을 보냈으니  결혼 후부터가 진짜 우리가 어른이 되는 시점이라던..


그렇게 서투른 어른이 돼 버렸던 결혼 생활도 아직 40년이되기엔 벗들과의 시간이 더 먼저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요즈음이다.


길어진 코로나로 각자의 위치에서 다섯이 같이 모이기도 힘들었던 올해 ,

나 역시 새해의 또 다른 먼 길의 이사를 다시 앞두고 오랜만에 다섯의 합체가 이루어지던 지난 주말.


우린 언제나 마냥 이십 대처럼 웃어대곤 한다..

다섯 중에 아직도 싱글인 그녀는 사회적으론 우리 중에 가장 성공한 인생이기도 하지만 , 개인적 시간이 많이 없어 우리가 항상 안타깝게 지켜봐 주곤 한다.

그래서 이번 모임의 메뉴는 모두들 기꺼이 그녀에게 맞추기로..

분당서 오는 친구는 그녀가 먹고 싶어 하던 메기 매운탕을 사들고 오고 , 오늘의  식탁 담당인 나는 그녀를 위해 달걀을 15구 풀어 일본식 ( 나의 스토리가 담긴 귀하고 오랜 센다이 시절부터의 ) 달걀말이를 구워 모양 틀로 감싸주고 ,  암수술을 오래전에 한 친구를 위해 버섯, 우엉으로 잡채를 , 그리고 크리스마스니까.. 에 어울리는 샐러드 두 가지를..


겨울의 팥 칠 밥은  귀한 분께 대접하는 나의 마음 ,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다.


그리고 감칠맛 나는 멍게 젓갈과 김치. 취나물 장아찌..

올 겨울엔 파이도 , 케이크도 오랜만에 만들어야지 하던 중에 영주 친구가 보내준 사과로 사과파이를 , 센다이 시절 배운 파이 기지도 정성 들여 만들었다.

두세 달 전부터 아주 초기지만 퇴행성 손가락 관절염이 시작되어 되도록 내 손을 아끼던  중이지만..


그렇게 마주 앉아 먹고 , 이야기하고, 오랜만에 음악도 들으며 추억도 곱씹으며 ( 이젠 횡설수설도 다 알아듣는 오십 대 후반의 우리다 ) ,,


오늘의 소중한 시간 역시 다시 우리의 또 다른 추억으로!


아팠던 친구를위한 우엉버섯잡채
이 그릇은 미시건
미시간시절  친구가 마져 수소문해서 사준 크리스마스,신년 보울 ( 그녀와 어머님도 그리워졌다)

나의 스토리가 들어있는 달걀말이 가득은 교직에 오래 몸담고 기어이 교장이 돼 버린  싱글 그녀를 위해 한가득..

입 짧은 그녀에겐 컬리플라워 샐러드를

뭐든 뚝딱 맛나게 만드는 그녀에겐 팥찰밥을..
수지의 메기매운탕을 가득 사들고 온 그녀들..수제비에 홀릭되고.

오랜만의 사과파이도

그녀의학교앞 맛집 케잌도

오래 묵힌 아이스와인으로 한 해를 일찍 마무리해버린 우리

먹고 또 먹고도 잠시 지구저편 프랑스로 티타임도 떠나보았다

그렇게 짧은 12월 첫 토요일일이 휘익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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