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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Jan 12. 2022

에밀리의 집밥

격조했습니다

2022년 새해가 밝은 지도 어느 사이 열흘을 훌쩍 넘기고 다시 이틀 째 날이 밝았습니다.

격조했습니다.

브런치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기보다는 집중해야 하는 우선순위가 몇 가지 있었다는 뜻이지요.


우선 먼저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 또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제 마음가짐이었을  테고요.

무엇보다 살아오며 앞으로 살아갈 나날들을 그분께 맡기며 말씀에 집중을 해야 했지요.

한국 나이로 새해에 저는 정확히  59라는 숫자를 접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나날들 중에 확실한 건 한 가지입니다.

제가 모든 것을 절대 제 계획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삶이란 없다는 사실이지요.

인간은 너무나 나약합니다.

때론 너무나 강인합니다.

특히나 반도 민족인 한 민족은 너무도 강인하며 열정이 넘쳐 나지요. 그 특성이 때론 상처로도, 공격성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는 진실 또한 묵인할 수 없습니다.

물론 , 긍정적 마인드 , 진취적 기상 , 열정적인 점 등은 높이 평가되지만 말입니다.

어려서부터 저를 사랄 해주신 위대한 분의 존재를 미치도록 힘들어 부인해 본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잘 알지요

제 모든 삶이 그분께서 인도해 주신 길이란 사실을요.



부모님 슬하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였고,

혼인 아란 걸 하고는 여러 곳을 다니며 살았습니다.

그 기간 중에 부모님의 죽음 , 아가의 탄생 등 희 노 애 락을 모두가 맛보는 경험을 했더랬지요.

저 땅끝이 가까왔던 광양을 거쳐

일본의 센다이를 거쳐

미국의 미시간을 저쳐

그사이 종종 내가 태어났던 서울과 유럽을 돌기도 했었고요


층층시하 맏며느리로써 그 틈새 틈새 시조부모님도 모셔보고 , 시어른들과 친정엄마도 모셔보고..


이제 이 새해에는 제가 시어머니란 역할을 주어주신답니다.

어깨가 더 많이 무겁습니다.

다음 달이면 7개월 간의 서울 살이를 뒤로 하고 , 시어른들 곁을 다시 떠나 저 멀리 바다 옆으로 이사를 갑니다.

신혼을 전라도에서 오 년을 지냈더니 이번엔 경상도로 만 8년간의 부분 생활이 아닌 완전한 어촌 아낙으로 내려가라 하시네요.


가기 전에 제가 살아온 시간에 감사한 분들과 작은 마음을 나누는 밥상들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신년 초에는 앞으로 새롭게 가족이 될 아리따운 두 아가씨들과의 기도로 시작하는 밥상을 마주했습니다.

모든 것이 그저 감사입니다.


이제 60일 남은 장남의 혼인예배와 늦가을로 예정될 차남의 혼인 예배를 주님께서 온전히 인도해주시리라 믿으며 해결해야 할 산같이 쌓인 모든 일들 역시 온전히 그분께 맡기며 간구드립니다.


먼저 혼인예배 일정을 앞 둔 예비 큰며느리와는 솥밥과

무 토란국으로

버섯 들깨 무침과

꽈리고추 메추리알 조림

시댁의 최애 나물 개성식 오이삐뚜리도

예비 신랑 신부 둘 다 콩은 질색하네요 ( 어릴 적 저 역시 질색했었기에...^^)

센다이 시절 마사코 샘께서 전수해주셨던 연어구이로..

조금 뒤로 미뤄져버린 차남의 예비 신부와는 더더우기 미안한 맘이 곱절이라 일본의 정월 음식인 오세치모노중에  몇가지를  곁들였지요

금가루도 뿌리고

오세치 모노(おせちもの)에서 표현하는 건강 , 다산, 풍요들의 뜻이 가득 담긴..

이사 준비중이라 마른 건나물도 ..( 짐 줄이는 방법중입니다 )
맛있는 꽃게덕에

구수하게 된장도 풀고 홍새우로 다시 내어서.. 꽃게탕으로

성탄절의 디져트가 슈톨렌이라면 일월의 디져트는 갈레트데루아이지요..
꽤 오래전부터 겨울 과일로 둔갑해 버린 살향딸기도...


무엇보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은 두아리따운 그녀들이 말씀을 붙잡고 살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실인즉 저만 잘하면 되지요.

시어머니의 심술은 하늘이 내린다지 않습니까?


시 조모님 , 시어머님을 섬기며  느끼고 깨달은 사실들 중에 이제는 잘라내야 하는 몇 가지 일들을 해보려 합니다.

제 시 어른들의 흉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시대에 맞는 시대관으로 똘똘 무장한다는 이야기지요.


코로나로 모든 것이 변한 새 시대에 용감히 가정을 꾸려 보겠다는 제 두 아들과 그녀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새해의 밥상을 시작했습니다.


응원해 주실 거죠?

이 땅의  모든 어머님들께서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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