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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May 11. 2022

외가의 추억

대청마루에 얽힌...

한 달 전에 운 좋게 예약을 한 운경 고택의 전시를 어제 다녀왔다.

작년 아깝게 놓친 그곳의 전시가 못 내 아쉬워 어버이주일 시댁도 챙길 겸 겸사겸사 상경 일정에 끼어넣었던.  


이 매거진엔 오로지 대청마루에 대한 추억을 언급하려 한다.

운경 고택의 전시 파트 중에 대청마루라는 활자에 나에게 제일 먼저 떠오른 장면은 다섯 살짜리 아이가 외가 댁 높고 높은 대청 마 루엘 안간힘을 쓰며 오르던 가물거리는 추억이었다.

분명 마루에 오르 기 전엔 댓돌이 놓여 있었고, 그 댓돌에 신발을 벗어던지면 짧은 두 다리로 영차영차 씨름해가며 기어올랐던.. 그 대청 댓돌과 마루 말이다.


나의 외가는 정확히 충청남도 당진읍이었다.

어렴풋한 장면들 중 또렷한 또 하나는 외가 댁 대문 앞쪽으로 누에고치를 널어둔 창고와 앞마당의 누에고치가 가득한 평상..


그리고 그 어린 소녀가 안간힘을 다해 올라선 외거의 대청마루엔 정사각으로 위로 열리는  문이 마루에 있었다.

힘겹게 올라 선 마루에서 문고리를 다시 힘차게 끌어올리면 거기엔 뿌연 물이 가득 담긴 항아리가 있었다..


옆에 놓인 호롱박으로 엎드린 채 팔을 뻗어 그 뿌연 물을 떠서 마시면 달착지근하며 맛은 딱 투명한  김 빠진 사이다 맛이었다.


가끔 외증조할머니와 둘이 살금살금 떠 마시던 비밀스러운 기억..


어제 고택에서 대청마루를 바라보며 떠오른 추억이었다.


대청마루 한편에 최정화 작가님의 작품이 놓여 있었다.

유난히 나의 추억과 그 작품이 겹쳐지던 색을 곱게 칠한 고무신까지...

그 고무신 언저리에서 작품 관련 소설 중 대청마루를 펴서 읽으며 내내 그 자리를 배회했던 어제였다

추억 속의 다섯 살짜리 소녀는 어제의 대청마루에서 항상 미소로 일관하셨던 외할아버지와 엄격했지만 따뜻하셨던 외할머니와 그 높은 대청마루에서 막걸리도 몰래 같이 마셨던 키가 훌쩍 크셨던 외증조할머니를  다시 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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