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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May 14. 2022

갤러리를 엿보다

운경 고택에서 할머니와 엄마와 나의 시절을 밟아보다.그 첫번째

운경 고택 이 나에겐 참 생소했던 지난해 , 전시를 놓치곤 기다렸었다.

올봄의 전시는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먼저 잠시  입구에서 나눠 준 책자 하나 속의 작품 해설에 관한 설명을 인용해 보려 한다.


'사물의 의회'에서 펼쳐지는 하이브리드의 향연 이란 소제목으로 시작되는 글이다

(책자 자체가 나의 어린 시절을 더 올리는 갱지이며 그 옛 책자처럼 오른쪽에서 세로로 활자가 나열돼 있다.)


하이브리드(hybrid)는 이종교배를 통해 탄생한다.

운경 고택과 최정의 만남인 (최정화:당신은 나의 집) 전시는 정치와 예술, 사물과 역사, 인간과 비인간, 미시사와 거사 시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의 향연이다. 그리고 미술 소설이 과 문학의 이종교배를 통해 도록 대신 메타 픽션 형태의 소설이 출간되었다.


즉 , 미술과 문학이라는 두 세계가 서로의 영역으로 틈입하면서 오히려 두  세계 전체가 확장되는 패러독스가 형성되었다

 

.............

소설에 대한 줄거리는 다음으로 미뤄놓고


에필로그로 이어진 해설과 글들 중에

전시장에서 읽지 못 헌마 지막 부분을 먼저 소개해 보려 함은 장장 다섯 시간을 넘기며 귀경하던 버스 속에서 이 책자를 다시 읽으며 마지막에 올라오던 감동을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작품 중에 거대한 밥상 , 꽃의 향연 22 feat, 나, 너에 모인 사연들

이란 제목으로 짙은 회색의 바탕의 거친 갱지에 빽빽이 적혀 있던 수많은 분들의 글, 삶의 글을 읽으며 전시장에서 놓쳐버린 진한 여운을 되새김질해 볼 뿐이던  귀경길이었다.

버스 속에서 찍어둔 방향도 다 다른 사진들을 그냥 올려본다.


"처음 자취하게 되었을 때 , 큰언니가 사준 식기세트,..."

"시집오셔서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니가 쓰시던 오래된 냄비입니다. 엄마 덕분에 따뜻한 밥을 먹었습니다."

"대가족 맏며느리로 엄마의  고된 삶을 느꼈던 그릇입니다."

"외할머니게서 쓰셨던 함입니다. 올해 95세인 할머니가 건강히 잘 지내주셨으면 좋겠어요 "

어린 시절 찬장 제일 높은 곳에 고이 모셔두며 상상으로만 예뻤을 엄마의 그릇 속 고단함! 우리 엄마들을 위로하는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

"아내로 , 엄마로 살아온 지난 30여년, 부침도 있었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서 이제는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가족과 함께 만들어 온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식기를 운경의 가족을 위해 보냅니다."

등등등....


모든 사연들로 모여진 '거대한 밥상, 꽃의 향연 2022 (feat. 나, 너)

"음식을 나눈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왜냐하면 음식이란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음식을 지속적으로 나눠 먹는 관계는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방증이 된다.

아시아권 사람들이'밥'을 나눠 먹는다면 유럽권 사람들은 '빵'을 나눠 먹는다.

companion 이 동료인 것은 함께(com) 빵 (panis)을 먹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라고 책자에 적혀 있었다.


여기 또 하나의 company 식구가 있다.

네온으로 밝힌 두 개의 작품 (나)와 (너) 도 밥상으로 ㅇ하서 앉았다.


마루로 올라서면 만나지는 또 다른 작품

엄마 밥 2021

소설 속 주인공은 이 작품을 '쟁기'를 인류의 도구로 표현하며

그 아프리카의 쟁기에 '엄마'와 '밥' 이 환하게 밝혀졌다고 써 놓았다.


누군가 새벽에 밥을 한다.

새하얀 쌀을 가장 차고 깨끗한 물로 씻어낸다.


저자 최영은 또 이렇게 기술했다.


정결한 여신이여 , 은빛으로 가득한


밥이 익어가며 내뿜는 숨은 운무가 되어 부엌 가득 퍼진다.

밥 짓는 사이 국과 찌개도 끓이고 찬도 준비한다.

밥이 다 익으면 그릇에 옮겨 상에 담긴다.

이 모든 음식은 정화수가 되고 , 이 모든 그릇은 정화수 사발이 된다.


음식에 마음이, 소망이 담긴가.

밥 잘 먹고 건강하길,

잘 먹고 씩씩하길,

밥 잘 먹고 슬기롭기를


........


나 역시

이 글들과 작품 앞에서 숙연해질 밖에,

나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겹쳐지며 ,

또한 나의 마음 역시 겹쳐질 밖에  아니  밥이다..


참고 : 도록대신 건내받은 춘야연운견택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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