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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Sep 16. 2015

떠오르는 사람

시증조모님(1)


 어제 내내 뇌리를 스치시던 분이 계셨다
95년이던가
알차게 살아냈던  내신혼의 보금 자리를 떠나오던 날이 하필 귀빠진 날

서울로  올라오던 길은 실인즉 착찹했다.
돌지난 막내. 4살짜리 큰 아이.
홀연 다 접구 유학을 가는 옆지기
나?
어느 새 우물 안 속에서  우물 입구를 통해  하늘을 쳐다보는 개구리 같던 느낌 하나. . .

아무튼 그렇게 짐은 시댁 2층의 방하나에  꾸역꾸역 밀어넣고 때늦은시집살이를
유학떠나는 옆지기에겐 3년 군대 간 셈 치고  살고 오라고 큰 소리는 쳐 놓고;;;

복병은 많았다
오래되신 가정부 아주머니.  시할머니. 주말이면 아파트에서 가정주택이 그리운시누네 두 집 . 결혼 전 인 무뚝뚝한 시동생 . . .

시조모님의 가끔 부리시는히스테리랄까? 살아오시며  쌓인 분노의 폭발일까?
오랜 가정부 아주머니의 보이지 않는 시샘?  

이런 또 글이 옆으로

어제 바닷가에서 혼자의 시간 내내
실은 시조모님의  그 날 끓여주셨던 미역국이 떠올랐었다는 이야기다

지난 가을에 깍두기를  담굴때도 할머니가  떠올랐고, 어제도 떠오르셨다

미국서 돌아와 내가 뵈었던 할머님의모습은 ,
그 시절 그렇게 당당하게 호통치시던 분도, 부엌에서 깍두기를 담그시던 분도 아니신
다 꺼져가는 촛불의 심지 같았던 기억에 눈물짓던 두 해 전의 모습이 가끔 떠오른다.

미운정 .고운정 탓일까?
한 참을  무릎까지 꿇었던 기억하고 싶지않은 시간들도,
욕지거리 가득 망연자실 했던  시간도  있었건만

아주 가끔 말이다
그 분이
은미야가 아닌  을미야
하시던 음성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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