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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Jul 21. 2022

남녘의여름

호우주의보 뒤의 거제도 그 하나

일요일 밤부터 세차게 비가 내렸습니다.

월요일 아침엔 호우주의보도 발효됐었지요.

실인즉 , 하나뿐인 남동생이 누나 이사 뒤로 처음 내려오는 일정이 월요일 밤이었답니다.

걱정은 해봤자인지라 , 혹여 비행기가 결항이 될 수 도 있겠구나... 했을 뿐이지요.

나중에 들었지만 진료로 바빴던 동생은 정작 비행기가 결항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도 못 보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쏟아붓던 비가 오후부터 차차 사그라들더군요.

동생은 마지막 비행기로 내려올 수 있었지요.


몰랐습니다. 그에게 거제도가 처음이란 사실은.

제가 결혼 뒤로 신혼도 지방에서 , 다시 서울 시댁에서 , 일본 센다이로 다니던 30대 시절엔 맏며느리로서 시댁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서이기도 하고 , 혹여나 올케에게 누를 끼치기도 싫었기 때문이기도 해서 자주 볼 시간도 없었지요.

아무튼 화요일 아침부터는 서서히 개인은 하늘에 감사하며 동생과 잠시 거제도로 발길을 향해봤습니다.


요즘 SNS에서도 가장 핫한 거제도의 장소는 매미 성과 시방리 카페라더군요.

그래서 저 역시 2017년도에 가봤던 매미 성을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기억에 들어가는 골목에 아담한 집들과 담 밑으로 여러 가지 꽃들이 가득했었던 조용한 곳이었건만

바람의 언덕에서 파는 핫도그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상점들로 바뀌었더라고요.

다행인 건 아름드리 고목은 그 자리에 그로란 사실이 기쁠 정도로요

다음엔 저도 저 고목 옆에서 이야기를 나눠야겠어요.

누군지 모를 한 점의 빨간 여인의 뒷모습이 아름다와서 찰칵.

검정 우산마저도 아름다운 폭우 뒤의 거제 바다가 (전 히폭우 뒤라 뿌옇지 싶었는데 ) 더 아름다운 색을 뽐내더이다

2017년 옆지기의 사택으로 여름을 다니러 왔던 길에 후배의 소개로 와봤던 곳이지요.

태풍 매미로 피해 입은  부부께서 돌로 쌓은 곳이라 들었지요.

이제는 명소로 새 돌들이 위쪽에 놓여 잇더라고요  아마 증축을 하나 봅니다.

땀방울과 눈물로 인간이 만들어낸 견고한 성이  유럽의 어느 곳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되더이다.

일부러 찾아봤네요  어쩌다 보니 2017년의 의상과 바지도 가디건도 여전히 입고 잇더라고요

그때보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더 부드럽고 마음 도한 여유로워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뜨거운 태양을 식히러 핫한 카페 시방리에선 동생과 하늘로 한껏 손을 올려보기도 했습니다.

아빠 엄마가 그리워서 말입니다.

거제도 어귀에서의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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