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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Aug 07. 2022

갤러리를 엿보다

푸른 바다와 유리벽돌, 그리고 아고라에 빠지다.

폭우 속에 대한제국으로의 타임머신에서 벗어나 정동길을 걸었다.

정동교회 앞의 미술관으로..

정동교회의 구 예배당에서 거슬러 1990년 4월 어느 날 혼인예배를 올렸던 나 이기에 그 길들 과 건물들에 유난히 애착을 갖고 있긴 하다.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이 오는 8월 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에서 개최된다.

‘유리구슬 조각’으로 잘 알려진 오토니엘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신화에 기반한 현실과 환상, 미래의 꿈을 엮어 경이의 세계로 이끄는 매력적인 작업을 선보여 왔다. 특히 유리와 같은 재료를 사용해 현대미술에서 도외시되어 온 공예적 제작 방식이 지닌 의미와 다양한 가능성을 확장한 바 있다. 1992년 카셀 도큐멘타에 참가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파리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센터,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 등 국제적인 행사에서 전시했다.

(구글 자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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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택에서 서울행 전에 보고 픈 전시들을 검색하다 놓치지 말아야지 했었던..

폭우로 약속한 분과의 동행이 아니어서 송구했지만...

멋진 여러 작품들 중 내 눈에 유난히 잔상으로 남은 작품들은 벽에 걸린 벽돌과 조명, 그리고 긴 바닥의 유리바다엿었다.


이번 전시는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의 전시 이후 최대 규모로, 오토니엘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주요 작품 74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온 공공 야외 설치작업의 연장선에서 ‘정원’을 매개로 미술관과 이어지는 다양한 공간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구성이다.


작가는 서울 전시를 위해 꽃과 물, 불꽃과 영원을 표현한 다채로운 작품을 제작했다. 자연과 서사, 상징이 어우러진 한국의 고궁과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덕수궁을 전시 장소로 결정했으며, 궁의 역사와 자연을 모티브로 스테인리스 스틸 구슬 위에 금박을 입힌 ‘황금 연꽃’을 설치했다. 같은 장소에서 나무에 걸린 ‘황금 목걸이’는 마치 소원을 적어두는 ‘위시 트리’처럼 열망과 미래의 희망을 상징한다.



미술관 양쪽 입구에 설치된 ‘바벨의 매듭’과 ‘상상계의 매듭’은 작가가 선보여 온 매듭 연작의 일환으로, 거울 처리된 구형 모듈을 통해 보는 이와 주변 환경을 모두 담아낸다. 이는 곧 현실에 있되 세계 안과 밖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시적 우주를 일깨우는 ‘미’의 상징이다.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1층 전시장에서는 모뉴 멘털 설치작 세 점을 만나볼 수 있다. ‘푸른 강’은 인도의 유리 장인들과 협력해 제작한 유리벽돌 7,500여 장으로 구성된 바닥 설치 작품이다. 오토니엘의 유리벽돌은 멀리서 보면 빛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미세한 기포와 불순물이 섞여 있어 아름다움의 현실적 취약함과 꿈의 상처를 가늠케 한다.


천장에 매달린 조각은 3차원 공간에서 풀어지지 않은 채 무한 변형을 거듭할 수 있는 매듭을 일컫는 수학 용어 ‘와일드 노트’다. 이는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주장한 상징, 상상, 실재계 간의 관계를 참고해 2015년경부터 발전시킨 매듭 연작이다. 서로를 비추고 관계하며 무한한 변형을 거듭하는 상징, 상상, 실재의 세계는 오토니엘의 미학이자 우주관이며 관객과 나누고자 하는 비전이다.


조형물을 공간에 걸고 펼치고 쌓는 과정에서 작가는 자연스레 건축적 공간에 도달했다. ‘아고라’는 2,750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벽돌로 만들어진 움막 형태의 설치 작품으로, 관객이 들어가 앉아 쉬거나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각자 내면에 방치된 꿈과 상상의 세계를 되찾는 묵상과 대화의 장소로 마련됐다. 전시의 마지막 작품인 ‘오라클’은 마치 암호화된 메시지처럼 보인다. 오토니엘은 작품에 대해 “나의 작업에는 강렬한 신탁적 존재가 서려 있다. 작업에는 직관적인 무언가가 있지만 동시에 신의 계시나 명령 같은 것 또한 존재한다”라고 언급했다. 관람객은 작가가 제시한 ‘오라클’이라는 수수께끼를 풀며 미래에 선보일 작업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구글 검색자료 )

여기까지 걸어온 나는 다시 인상적이던 작품들을 눈과 마음에 담느라  전시장을 거슬러 되돌아갔었다.

폭우가 쏟아졌던 7월 여름날 ,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대한제국의 황금 정원을 거닐었고 ,

푸른 강의 넘실 거림에 몸을 맡겼었고,

유리 블록에  색상과 구조 , 조명 속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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