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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Dec 21. 2022

11월 어느 날 저녁의 음악

오랜만에 듣다 호른과 피아노의 앙상블을

차남의 혼인뒤로 일정 사이에 나를 위한 시간들을 좀 세웠었다.

11월 어느 날 저녁 예술의 전당까지 서초에서 걸었었다.

센다이에서 귀국해 십 년을 살았던 구 무지개 아파트에서 예술의 전당까지는 꽤 운치 잇는 길들이 많았었다.

길 건너 아파트의 옆길로 들어서서 남부 순환대로의 큰길을 건너면 우면산에 오르는 길들이 몇 갈래로 나온다.

내가 40대이던 시절에 오후 수업 전에 무던히도 걷던 그 길중에 우면산을 올라 내려오던 길 한쪽엔 절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절을 지나 내려오면 예술의 전당의 뒤쪽길로 이어진다.

아무튼  산을 올랐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11월 즈음 늦가을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앞에는 몇 그루의 감나무에 감이 남겨져 있고 거기엔 항상 까치들이 잇곤 했었다는 풍경을 언급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연히 펠릭스 클리저의 호른 리사이틀정보를 발견한 건 아마 10월 즈음이었던 것 같고, 차남의 혼인예배 뒤로 마침 가까운 그곳에서의 독주회 소식에 기꺼이....


정확히는 프렌치호른의 주자인 그

호른의 연주법은 무척 예민하고 정교한 악기이다.

입술의 진동으로 높낮이를 조절해야 하고  모차르트 이후부터 생긴 밸브를 네 손가락으로 운지하며 소리를 내는...

그런데 그 정교한 연주를 그는 장애인의 모습으로 과감하게 왼발을 올려놓고 발가락으로 눌러가며 , 오른발은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기까지 말이다.

펠릭스 클리저는 여러 면에서 아주 특별한 아티스트이다.

5살 때 첫 호른 레슨을 시작했고, 13살 되던 해,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의 예비학생으로 입학랬으며 2014년에는 올해의 영 아티스 부문의 에코 클래식상과 독일 지희자협회 음악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자신의 특별한 인생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 세상을 정복한 팔 없는 나팔수 '를 출간했고 2016년에는 레너드 번스타인 상을 수상했다

" 행복에 이르는 길은 재능 때문이 아니라 역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을 때 열린다 " 그는 말한다.


그가 연주한 이번 연주 곡은

1) 슈만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Op,70

;이 곡은 호른 연주자에겐 빼놓을 수 없는 곡이기도 하며 당시로는 비교적 새로운 악기인 밸브호른을 위한 작품이다. ( 기존의 밸브 없는 내추럴 호른을 개량해 연주하기 쉽게 만든 밸브호른른 1820년경부터 서서히 사용되기 시작했다)

슈만은 이 곡을 처음에 로맨스라고 제목 붙였었다. 이 곡을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곡으로도 편곡하였다



2) 뒤카- 호른과 피아노를 귀한 빌라넬라

 프랑스 작곡가 폴 뒤카는 작곡자이기보다 교육자로 알려져 잇다. 그의 작품 중 유명한 것은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인 (환타지아 )에 사용된 교향시 정도이다.

이 곡은 제목자체는 '시골여자 '라는 뜻의 이탈리어어이지만 이 곡의 분위기를 감안해 보면 '전원풍경'에 가깝다.


3) 슈트라우스-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안단테, TrV 155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독일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클래식의 전 장르에 걸쳐 작품을 남겼으나 특히 교향시와 오페라에 유명한 작품을 남겼다.

이 '안단테'는 작곡가가 1888년 여름 교향시 '돈 후안'에 매달리던 중 틈을 내어 쓴 곡으로 곡 특유의 낭만적인 안온함을 잘 표현해야 는 곡으로 연주자 입장에서는 그리 쉬운 표현곡은 아니다.


4) 베토벤 -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바장조, Op,17

베토벤이 활동하던 시기의 밸브호른은  그가 죽기 불과 몇 년 전에 개발되었고 대중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이 작품은 내추럴 호른이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엄청 불편한 방식이었고 , 어쩌면 반음을 연주할 때는 연주가가 오른손으로 나팔을 막아 음정을 바꾸는 핸드 스토핑 주법을 써야 했다.

1악장은 밝고 매력적인 악상인 반면 , 2악장은 좀 무겁고 호른과 피아노 두 악기가 모두 상단 한 기량을 요구한다.

3악장 론도에서 호른은 다채롭고 원기 왕성하게 연주하며 , 피아노는 능숙하게 짜인 반주로 이를 뒷받침한다..


연주를 듣고 잇자니 아주 오래전 나의  대학원 졸업 연주가 떠올라  긴장을 바짝 하기도...


호르니스트와 같은 기량으로 그날의 연주를 같이 한 피아니스 조재혁, 그 또한 "감성과 지성을 겸비하고 흠잡을 때 없는 테크닉과 구성력, 튀어 난 통찰력과 과장 없는 섬세함으로 완성도의 극치를 추구하는  매력적인 연주자"로 호평받고 있었다.

전당 앞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감나무의 감이 유난히 빛나 보였고 , 나의 20대 시절 겁 없이 연주했던 시간들이 밤하늘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었다.

그래  후회는 없다  지나간 내 젊은 시절엔 나 역시 최선을 다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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