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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May 18. 2023

에밀리의 집밥

나 홀로, 어쩌다가,

5월의 어느 날 목요일 저녁이다.

어쩌다 보니 난 지금 동경의 우에노 공원 안의 스타벅스에 앉아있다.

갑자기 생긴 내 여정에 스벅은 넣질 않았었다.

어제부터 동경은 32도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의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다가 문득 충분히 만족스러움과 일찍부터 이동하다 보니, 피곤함도 몰려와서 오후의 일정인 동경역의 에끼 벤 탐방을 접어버렸다. 더 정확히는 몇 가지의 안 중에 하나로 남겼던 일정을 말이다

(원래 첫 번째로 생각했던 순서는

 오늘을 온전히 그리운 카마쿠라 아 에노시마로 정할까?

차선책은 미리 일단 예약해 두었던 전통 일본찻집코스를 점나절에  만나고, 정원 박물관과 정원을 걷고, 나카메구로나 다이칸야마나 에비스로 넘어갈까?,

니혼바시의 찻집, 긴자, 동경역으로 걸을까?


그러다 이른 아침 아사쿠사 근처의 커피와 버터토스트카페로 시작해 버렸다.

더 정확히는 숙소 근처의 오랜 노포에서 오니기리 하나 카라아게 두 조각을 사서 ,,,

3박 4일의 여정이었지만, 첫날오후부터 오늘 저녁까지가 온전히 주어진 시간이다.


내일은 일찌감치 오랜만의 나리타로 돌아가 공항 파먹기를 정해버렸고 비행기 역시 12,45분 출발이라 동선을 최소화해 정한 나의 일정이다.


몇 가지 미리 시간을 예약한 미술일정과 저녁식당. 오늘의 찻집은 고민 속에 미리 캔슬을 한 식사 장소도 생겨버렸었다.


어제저녁에 다시 수정한 오늘의 일정의 후반부인 동경역의 에끼 벤 탐방, 그리고 우에노 문화회관의  일본의 젊은 피아니스트의 콘서트는 그냥 버려버렸다,

대신 아름다운 5월을 걷기로 하고 , 혼자라 왠지 번잡스러운 시장 속 이자카야의 야키교자도 참아버렸다.


무더움과 오전 오래 노포에서 산 오카시가 무거워 숙소로 돌아온 뒤 나 혼자 외쳤던 시에스타 시간!


문화회관에서 한 번 더 고민 끝에 조용한 중식당으로 들어서서 야키교자 한 접시로 아쉬움을 달랬고 신록이 우거진 우에노 공원 속으로 깊이 들어섰었던  저녁 6시가 넘었던 시간,

공원 한가운데로 첫날 잠시 보였던 장,

아직 끝나지 않았던 음식부스에서 발견을 해버린 히로시마풍의 오코노미야끼!


이번 여정엔 일단 무엇이 보이면 망설임 없이 손에 넣거나 먹어버렸다.


양배추가 가득해 신선했던 맛을 뒤로하고 걸었다.


실은, 수정했었던 어제 이른 아침 여정에서 미술관 시간에 맞추느라  못 가본 한 장소가 떠올라서 음악회도 뒤로 하고 걸었는지도 모른다.


센다이시절이 아득하지만 , 주택가를 걷다 보면 일본어로는 懐かしい 風景が나츠카시이후케키 (그리운익숙한 풍경)가득하다.

오늘도 그랬다.

다시 돌아오다 문득 우에노 공원 안의 스벅이 떠올라 이곳으로 들어섰다.


사실 교자와 오코노미야키로 배는 한가득 차버렸지만, 디카페인의 에스프레소와 이곳의 추전 메뉴 중 하나인 키슈를 보는 순간!


그렇게 한입 베어 문 키슈는 행복으로 다가와버렸다.

이곳의 와이파이를 핑계로,

또 들려오는 음악에 빠진 채 손가락이 분주한 지금이다.

난 당돌하다.

이렇게 주절거릴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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