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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Jul 25. 2023

외가의 추억

신촌브루

옆지기의 산업근무지이던 광양에 살며, 또 옆지기가 구 년 전 내려온  부산 회사 위치 덕분에 저 땅끝마을도 1991년에 처음 밟아보았었고, 섬진강변을 끼고 웬만한 지역은 다 갔었다. 물론 목포와 신안, 경남의 의성, 군위 등 도 말이다.

신혼 초부터 가을이면 유자청을 담그느라 그 유자의 본고장인 고흥이란 지역명은 익숙한데 정착 고창은 몇 번을 갔었어도 고흥만 비켜다녔나보다.

어쨌든 모두가 숨 죽이고 시모의 첫 번째 위태로운 고비를 넘긴 뒤의 귀경뒤에 뜬금없이 옆지기가 고흥을 가자고 했더랬다.

여수와 남해   밑으로 커다란 고흥이란 지역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인지한 우리였다.

최근 나로호 성공으로 마침 고흥지역이 핫한 이슈로 뉴스를 도배하고 난 직후였기도 했던 6 월초,

그렇게 우린 고흥엘 도착했었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우연히 카페 하나를 발견했었다.

카페 이름이 '신촌브루'였다

이 대목에서 내게 두 가지 추억이 떠올랐다.

'신촌'이라는 지명에 나의 찬란했던 10,20대의 시간들의 2/3를 보냈던 공간이었던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과 아현동, 그 속에 '신촌'이라는 지명이 속해있었다.


당시 중학교까지는 지금의 핫한 홍대부근의 서교동교회부터 시작해서 합정동, 신수동의 중학교 시절을 거쳐서 당시의 뺑뺑이라는 추첨뒤 배정됐던 고등학교들 중 난 하필이면 내가 살던 망원동에서 가장 멀던 아현동의 중앙여자고등학교!, 그리고  아현동 높은 고지의 중앙여고의 고개를 넘으면 그린하우스라는 80년대 당시 유명하고 맛났던 제과점 앞의 이화여자대학교까지  모든 지역이 나의 동선이던 시절이 있었다.

거기에 '신촌'이라는 지역이 추가된 것은 고등학교 일 학년 시절, 같은 반의 친구가 반년을 날 졸라댔었다. 그녀가 다니는 교회의 중고등부 성가대 반주자를 구해야 한다며 나에게 제안을 끈질기게 해댔던 육 개월이 지나고 결국 난 그녀의 손에 이끌려 신촌의 모 대학 앞의 커다란 교회로 총총총!


그런데 가 보니 세상에나 , 나의 중학시절부터 내 외가의 외사촌이모부께서 귄유하시던 바로 그 교회가 아니던가!

세상은 참 넓고도 좁다라는 진리를 여고생으로서 체감했던 1980년 가을이었었다.

그렇게 난 주중엔 아현동 여고까지 , 주말엔 신촌의 창천감리교회까지 그렇게 동선이 이어졌었다.


그래서인지 고흥에 왠 '신촌'이라는 지역의 카페가 존재하나 궁금해졌었고,


'브루'라는 단어에는 벌써 여덟 해가 지나가는 인생길에서 만난 지인 몇 중에 독실하고 어질던 두 딸들의  아빠였던 동년배의 벗이던 그가 떠올랐다.


지금도 이어지는 대구 미인인 효주와 같이  지인이며 벗이던 그 , '브루'의 두 딸들은 잘 살고 있겠지.


아무튼 리뷰의 부부 사장님에 관한 모습도 궁금하며 신촌과 브루의 추억에 젖은 채 , 그렇게 고흥의 작은 마을로 카페를 찾아 나섰었다.


중후한 바리톤 톤의 남자사장님과  야리야리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의 여사장님을 뵙고 혹시나 싶어 신촌브루라는 카페의 이름에 대해 여쭈다 보니 카페가 있는 마을이 바로' 신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 혹시나 하며 여쭤본 음악전공은 아니시지만 우리와 비슷한 시기의 신촌의 모대학 출신(결국 옆지기의 선배님)이라는 인연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여사장님이 직접 구우신 고소하고 겉바속촉의  찹쌀 와플과 당도도 적당한 담백하고 고소한 쿠키가 맛나게 커피를 내려주신 남사장님의 솜씨와 찰떡궁합이었다.


또 그 디테일하던 인테리어와 소품, 창가와 테이블 거기에 길냥이들까지!

고흥에 다시 가야 할 이유가 우리 부부에게 생긴 그런 6월 초 어느 날이 추억이 되어버렸다.

커피로만 아쉬워 사장님이 틀어주인 클래식에 빠진 채 여름의 시그니쳐 메뉴인 팥빙수를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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