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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Aug 25. 2023

에밀리의 집밥

시부의 식탁을 차리는 중이다.

난 맏며느리이다

시모는 88세 , 시부는 91세.로 작년 늦가을에 시부의 구순잔치를 차려드렸었다.

시부께서는 잔치뒤에 전신마취를 하시고 전립선수술을 받으셨었다.

사실. 구순 노인의 건강이 좋으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이 무더위에도 아침식사는 정확히 오전 7시에 깜빠뉴 한 조각에 치즈를 얹고 에어프라이에  굽고, 치긴 너겟 3조각은 레인지에 덥히고, 과일은 두세 가지 종류로 (예를 들면 키위반조각 사과한 두쪽, 요즘계절이던 체리나 샤인머스캣 그리고 방울토마토세개정도로) 그리고 믹스커피지만 설탕대체품으로 한 상을 드신다.

아쉽게 매일 차려드리는 아침메뉴 사진이 없다.


그리고는 조선일보를 보시곤 이 무더위에도 정확히 8시 30분 경이면 어김없이 모자와 가방에 물과 과자 한 조각을 넣곤 산책을 가신다.

가시는 곳은 버스로 양재 시민의 공원엘 내리셔서 양재천과 공원을 한 시간 반정도 걸으시곤 돌아오신다.

물론 너무 더운 요 며칠은 한 시간 안에도 귀가하신다.

시부의 직업은 정형외과의사셨다.


내 어린 시절 옆동네였던 시댁이라 , 동네의 소식 속에 간간이 시부의 소식을 우연히 주워듣기도 했었다.(예를 들면, 모 대학 앞 유명하던 정형외과에서 거의 모든 환자의 수술을 도맡으셨다라든가, 우리 어릴 적 친구들의 포경수술을 하셨다는 등등 등)

그렇게 건강을 챙기시며 그 체력전인 정형외과 수술을 78세까지 하셨다는 전설적 인물이시기도 하다.


지난 5월 하순경, 마찬가지로 건강을 잘 유지하셨던 시모께서 갈비뼈 세 개가 부러지셔서 입원을 하셨다가 원인 모를 염증과 열로 중환자실을 거의 두 달 넘게 계시다가 호전되셔서 아버님 후배가 계시는 시립병원으로 옮겨 계시는 상황이라 되도록 시댁서 시부를 챙기며 청소, 빨래 등등 아버님과 저녁산책까지 더불어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서론이 길어졌다.

아버님의 식탁 메뉴를 열거한다던 것이 그만 설명이 반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시부와의 여름 메뉴들이 이어진다.

시모님의 빈자리를 다 채울 수는 없지만'''

어머님이  맛나게 만드시던 깻잎양념부터!

어머님 문병을 다니시려니 여름체력관리를 잘하시길 기도해 본다

91세 시부는 매운 걸 피하셔서 좋아하시는 멍게젓갈은 양념 씻어 다시 양념해 간장 베이스 멍게샐러드로

시댁 냉장고 털기로 멸치맛국물내서 감태면 잔치국수로


양배추 가득 오코노미야키도


평소 시모께서 근 십 년간 매운 나박김치대신으로 양배추파프리카 김치를 담그셨었다.

시부와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

나 역시 어느 사이 파프리카와 배를 갈아 가는 체에 거르고 있더라는,

사실 손이 많이간다.

파프리카와 양파,그리고 배를 썰어 갈아서 고운체에 내려야 빠알간 국물이 완성된다

닭다리를 키위에 절였다가 카레가루 무치고 올리브오일 듬뿍 뿌려 에어프라이에굽고,

남은 명란은 익혀 오이에 버무리고,

야채 넣고 달걀말이 등등등

오늘 점심엔 양파글라이징에 함박스테잌.

삼치반조각

미역국

양배추파프리카물김치

그렇게 차려드린 식사를 참 맛있게도 잘 드시는 91세의 시부님이시다.


너무나 일찍 환갑생신을 지내고 가버리신 아빠의 빈자리에 시부께서 가득 들어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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