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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남녘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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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Sep 27. 2023

남녘의 봄

자판기의 천국

1995년 늦가을이었다.

30대의 나와 어린 두 아들들과 친정엄마와 도착했던 일본 도호쿠지역 센다이공항에 도착했던 날은,


먼저 가 있던 늦깎이 공부 중인 옆지기가 거주하던 그곳으로 시댁에 남아있던 우리 가족이 상봉하던 날이기도 했었다.

걱정 가득 안고 딸과 손주들을 챙기며 여정을 함께 하셨던 내 엄마의 불안해하시던 두 눈동자도 똑똑히 기억한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5년 간의 보금자리지역이던 센다이와의 첫 만남이었던 까마득한 추억을  소환한 이유는 , 당시에 처음 보았던 자판기에서 나온 알루미늄 캔음료에 대한 놀라움과 충격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생소한 그곳에서 , 놀랍던 자판기 속 음료와 그 음료를 담고 있던 재질과 디자인, 색감과 글씨체까지 경이로왔었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큰아이가 소학교를 다니 던시절엔 학교에서 수영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근처의 수영센터를 등록했었고 , 다섯 살이던 차남과 장남의 수영시간에 센터에서 기다리던 시간엔 차남의 파티시간이었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자판기들 속에서, 막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메뉴를 고르는 행복감으로 가득 찼었다.

꼭  두 개를 먹었었다.

하나로는 형의 수영시간의 지루함을 달래기엔 자판기 속의 간식이 너무나 많았었던 유혹임에 틀림없었다.

하나로는 꼭  구리구리 아이스크림을 선택했었고,

순식간에 먹어치우곤, 망설임 없이 또 다른 자판기로 나에게 다시 받아 든 동전을 들고 달려가곤 했었다.


당시의 우리에게 일본의 자판기 문화는 충격이며 천국이었다.


오랜만의 혼자여정에서 만났던 자판기를 모아본다.

그 많은 자판기 역시 시간이 흐르며 더 진화하고, 진화해 왔다.

그리고 또  앞으로도 진화할 것이다

뒤늦겠지만, 그 시절의 첫 놀라움을 기억해 보며 , 앞으로의 또 다른 자판기를 기다려보련다.

카페를 찾아가던 우에노의 어느 정겹던마을 어귀에서 발견한 코카콜라전용 자판기에멈춰서기도

잠시의 갈증을  한 캔으로 지워보며 !

우에노의 길을 걷다 우연히발견한 센다이의명물을 판매하는 자판기는 왜그리반갑던지.
다음엔 꼭 마셔봐야지,아까시소 드링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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